· 전철에서

 나는 매너를 존중하는 남자다. 누구에게나 예의 바른 남자라고 여겨질 만큼 매너인생을 살아가지는 않지만 적어도 필요한 만큼은 매너를 지킨다. 그리고 내가 볼 때─아니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이 아니라 예전에 그렇게 홍보도 된 적이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타고 내릴 때는 내릴 사람이 먼저 내린 다음 탈 사람들이 타는 것이 순서이다. 따라서 타는 사람들은 문의 양 사이드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내리는 사람이 가운데로 내리고 나면 들어가야 옳다.

 그러나 현실이란 언제나 원칙대로 적용되지는 않는 법. 특히 '원칙을 지키면 손해본다'는 인식이 강한 이 나라에서 원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실? 내리는 사람이 내리건 말건 타는 사람이 비집고 들어간다. 비어 있는 자리에 앉기 위해서. 그런 사회에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분명 손해보기 마련이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언제나 손해를 보고 있다. 적어도 내리는 사람이 먼저 내린 다음에 타기 때문에, 앉을 수 있었던 자리를 못 앉게 되니까. (나 외의 다른 사람들은 그냥 비집고 들어간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하지만 이걸 꼭 손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적어도 내 양심을 충족시킬 수는 있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여하간 나는 원칙을 중시하고 매너를 귀히 여긴다. 그런 이유로─

 내가 내리려고 하는 문 너머에, 내가 내리기도 전에 가운데로부터 비집고 들어오려고 하는 사람 있으면 절대 가만히 못 놔둔다. 오, 물론 당신은 전철을 타야지. 하지만 내가 내린 다음에 타라. 여기에 있어서 나는 남녀노소의 구분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한 시간 전 전철에서 내릴 때 굳이 그 가운데에서 들어오려던 사람을 밀어내고 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몸으로 밀고 나간 건 아니고 눈빛으로 밀고 나갔다. 아마 그 사람은 내 눈에서 '안 비켜?'라는 말을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좀 더 뻔뻔스러운 사람인 경우에는 실제로 몸으로 밀고 나가지만서도. (대체로 나이를 먹을수록 뻔뻔해진다. 좀 통탄할 일이다)


· 버스에서

 버스에는 좌석이 있고, 좌석이란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 앉으라고 만들어진 자리다. 그리고 그 자리란 것은, 1인석과 2인석과 5인석이 있다. 5인석은 물론 버스 제일 뒷자리다. 그런데 종종, 2인석을 1인석처럼 여기는 인종들이 있어 문제다. 아 물론 그 사람의 엉덩이가 2인분이라면 이해한다. 하지만 멀쩡히 1인분의 몸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2인분의 자리를 차지하려 든다면, 이거 문제 아닌가?

 말하자면 그들은 일종의 쩍벌남인 셈이다. 그가 불필요하게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만큼 다른 누군가는 좁혀진 자리를 감수해야만 한다. 나는 이런 걸 매우 싫어한다. 지킬 건 지켜야만 하지 않는가.

 그렇게 앉아 있는 사람을 보는 경우, 나는 그게 괘씸해서라도 일부러 그 자리로 침투해 들어간다. ─오해 마시라, 멀쩡히 다른 자리가 있는데도 그러지는 않는다. 버스 좌석에 여유가 넘칠 때야 그렇게 앉아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사람들이 들어차고 좌석이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혼자 떡하니 2명 분의 좌석을 고수하고 앉아 있으면, 글쎄, 여하간 난 그 꼴 못 보겠다.

 그래서 나는 삼십 분 전 버스에 탈 때 쩍벌남A의 다리를 밀어내며 자리에 앉았다. 아마 그 사람도 내 눈에서 '안 비켜?'라는 말을 읽었을 게다.


· 말하자면

 나는 오늘도 이런 데에 근력을 쓰고 있다 ··· ··· 어쩌면 내가 좀 꼬장꼬장한지도 모르지.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