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방어술
Victor M. Koga 지음 / 편집부 옮김 /  일신서적출판사

 한동안 인터넷에서 소위 개그 호신술 그림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코 세련됐다고는 할 수 없는 그림체에, 도무지 멋진 구석이 없어 보이는 동작이나 (언뜻) 실전에 도대체 써먹을 구석이 없어 보이는 동작을 방어법이라고 선보이고 있었고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당했죠. 저로서는 책을 제대로 읽어서 실제로 어떤 종류의 책인지 알아보고 싶었고, 처음 그 그림들을 본 후 한참이 지나서야 그게 Victor M. Koga가 지은 <자기방어술>에 나오는 그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아직 구할 수 있다는 것도요. 저야 이런 물건 워낙에 좋아하는 사람이라, 바로 샀습니다.

  이 책, <자기방어술>은 웃음거리로 널리 알려져있는 책입니다. 과연 이 책을 비웃는 일이 온당한 일인가? 또한 이 책에 나오는 기술들을 우리가 과연 실제로 사용할 수는 있는가? 책을 읽어본 후의 제 결론은 '비웃을 책이 아니다'와 '실제로 사용할만하다'였는데,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좋을까가 문제였습니다. 책에 나온 동작 하나하나를 본격적으로 감상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막상 감상을 해보려니 꽤나 번거로운 일이더군요. 그래서, 몇 장면만 스캔해서 올린 후 그에 대해 코멘트하는 식으로 좀 간단하게 감상해볼까 합니다.





 실제의 책은 단지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이 먼저 '어떻게 하라'고 글로 쓴 다음 그림으로 이해를 보조하는 형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이걸 인터넷에는 글을 다 제거하고 단지 그림만 올렸다는 시점에서 벌써 오해 발생은 거의 필연에 가깝게 되죠. 여담입니다만 이 책의 그림은 세련미가 없어서 그렇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기 쉽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제법 괜찮게 그려진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라는 것은 그렇다치고, 책의 내용이로군요. 이 책의 저자는 삼보 선수였던 모양으로,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기술들은 삼보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을 참고하시면 쉽게 이해할만하실 텐데, 일반인도 어느 정도 사용 가능하도록 가능한 한 쉽게 (사용가능할만한 기술을) 가르쳐줍니다. 사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런 류의 '삼보 기술을 호신술에 접목'시킨 것으로, 개그를 기대하고 이 책을 산다면 아마 실망하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 엿보이는 것은 저자의 일반인에 대한 배려인데, 위와 같이 치한에게 뒤를 잡혔을 경우 어설프게 반항하기보다 아예 그 자리에서 무게를 실어 주저앉아버리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잡혔을 때 보통의 여자가 남자를 업어치거나 하는 일이 일반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할만한 일을 권하는 것이죠. 솔직히 어정쩡한 호신술 책보다 이 책 한 권을 사는 쪽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이 페이지는 그림만 단독으로 인터넷에 올려졌을 때는 이 방법을 비웃기 위해 올려졌던 페이지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페이지는 그림만 단독으로 본다 해도 '써먹을만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페이지는 아닙니다. 저 드러누워서 발을 놀리는 모양이 '꼴사납다'고 여겨지기 쉽긴 하겠습니다만, 실제로 칼을 든 상대를 만났을 때 이쪽이 상처 없이 상대의 칼을 뺏는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의 몸이란 의외로 매우 연약해서, 칼에 긁혔다 싶기만 해도 간단히 베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위의 방법처럼 누워서 발을 굴리면, 일단 칼날을 신발 밑창이 방어해주어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잘하면 상대의 손 등을 걷어차 칼을 떨어뜨리게 할 기회도 노릴 수 있습니다. 저렇게 누운 상대를 칼 든 쪽에서 찌르기란 사실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이 페이지도 그림 단독으로는 비웃기 위해 나돌았던 페이지인데······ 이 페이지에서 포인트는 '과감히 앞쪽으로 점프'가 아니라 '위를 보는 습관을 붙인다'입니다. 이 페이지만이 아니더라도, 이 책의 저자가 책 전체에서 항상 말하고 있는 것은 '위험한 일에 빠지지 않도록 처음부터 잘 처신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이 책의 호신술을 사용하라'입니다. 맞습니다. 위험에 빠진 다음 화려하게 빠져나오는 것보다, 처음부터 위험에 빠질 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진정한 호신술입니다. 그리고 이 책, <자기방어술>은 그러한 호신술에 대하여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괜찮은 책이에요.



싸우지 않고 해결하는 것이 제일입니다. 정말로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