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reman for Tomorrow 슈퍼맨 포 투모로우
브라이언 아자렐로 지음, 문은실 옮김, 짐 리 그림/시공사

 제가 슈퍼맨에 대해 가진 이미지를 간단히 열거해볼까요: 근육맨, 슈퍼하게 강력함, 강철의 사나이, 달라붙는 파란 쫄타이즈에 빨간 빤스.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제게 있어 슈퍼맨이 그리 매력적인 히어로는 아닙니다. 물론 그는 스탠더드하죠. 클래식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요즘 세상에 이 오래된 히어로가 얼마나 먹혀들 수 있을까요? 클래식한 이미지의 <수퍼맨 리턴즈>가 기대만큼 흥행하지 않았던 것만 보아도[각주:1], 이 모범적인 히어로가 요즘 그다지 '멋지다!'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해 보입니다. 그리고 사실 저에게도, 이 히어로는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샀냐고요? 그야 당연히ㅡ 짐 리가 그렸기 때문이죠.

 <배트맨: 허쉬>를 감상할 때 언급했는데, 적절히 힘이 있으면서도 미국 만화다운 짐 리의 그림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해줍니다. 미국 만화가 많이 그렇듯, 구도와 색채 (이 <슈퍼맨 포 투모로우>에서 색칠은 스콧 윌리엄스가 맡았습니다만)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림' 자체를 즐거워하는 사람에게 만족을 안겨주죠. 일단 무엇보다 짐 리의 그림은 믿을만하다는 게 <배트맨: 허쉬>를 보고 난 제 감상이었기 때문에, 단독으로만 따질 때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히어로인 슈퍼맨의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슈퍼맨 포 투모로우>를 구입하는 게 그리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정신이 나간 거 아니에요?" 이게 슈퍼맨 이야기를 한 번 써보지 않겠느냐는 짐 리의 질문에 대한 브라이언 아자렐로 (스토리 작가)의 첫 답변이었다고 합니다. 슈퍼맨이 정말 오래되었으며, 이전처럼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그들이 잘 알았겠지요. 그러나 그들은 슈퍼맨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슈퍼맨 포 투모로우>입니다. ······라고 써낸 것에서 짐작하시다시피, 저는 이 만화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음에 든 이유요? 아, 물론 그걸 설명해야겠죠.

 무엇보다 먼저 마음에 드는 건 일단, 위에서도 말했듯, 그림이 멋지다는 점입니다. 이건 아주 중요하죠. 그리고 스토리는, 이건 1권 (전 2권입니다) 뒤의 소개글을 인용해볼까요: "어느 날 백만 명의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동요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슈퍼맨조차도···. 사건이 일어나고 일 년 동안 강철의 사나이는 수많은 질문에 처한다. 모든 질문에 대답하길 원하는 영웅에게 그것은 고문이다. 그리고 액션과 위험이 고조되어 갈 무렵, 거대한 의문이 솟아오른다. 슈퍼맨은 '내일을 위해' 정말로 얼마만큼이나 나아갈 의지가 있는 것일까?" 거창하지만, 어쨌든 읽어보면 단순하게 읽힙니다. 포인트는 이겁니다. 슈퍼맨은 슈퍼하지만, 은 아니다. 그에게는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이 있으며, 그가 해내려고 노력하는 일이 꼭 그가 원하는 대로 풀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쨌건, 그는 해야 할 일을,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이야기가 제게 매력적으로 읽히는 이유는, 어떤 사람이라 해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는 고뇌를 슈퍼맨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와 어떤 의미에서건 동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작품이건 그게 중요한 법이죠.

 

 덧. 거대한 힘을 가진 이가 가지는 책무에 대해서도 좀 나오는데, 이건 뭐랄까 히어로에 대해 고뇌하는 히어로물이라면 필연적으로 나오게 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쨌든 슈퍼맨도 그리 속편해 보이지는 않아요. 참 고생이 많습니다.

 덧2. 단순한 정의의 상징ㅡ 강력한 우리편으로서가 아니라, 적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슈퍼맨이 어떻게 위압적으로 보이는가도 좀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감상에 삽입된 표지는 1권의 표지인데, 바로 그 위압적인 슈퍼맨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죠. 전 이쪽도 꽤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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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대 감각에 맞게 다소 빛바랜 컬러의 수트를 입혔던 슈퍼맨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 히어로의 귀환은 그리 성공적이진 못했습니다. 때문에 슈퍼맨 영화를 리셋해서 다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정확하게 자료가 있는 건 아니라 분명하진 않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