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훌륭한 프래그머티즘이라고 하더라마는······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모든 인간관계란 그것이 양자에게 서로 얼마나 이득이 되느냐에 그 지속여부가 달려있다고.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며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다. 그리고 인간관계란 기본적으로 피곤한 작업이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맞춰야 하는 작업이고 내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인간관계가 지속되지는 않으며 내가 무언가 노력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 노력의 대가로 얻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정신적인 이득이건 물질적인 이득이건 무언가 이득은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 관계는 결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한쪽만 뜯기는 친구관계나, 한쪽만 알랑거리는 연인관계나, 직업적 소명 혹은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직장이란 그 결말이 어떠할지 뻔한 법이니까.

 요는 메리트나 디메리트다. 저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게 나에게 이득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 나에게 정신적인 만족을 줄만한 교류가 가능한가? 아니면 돈을 잘 쓰는가? 아니면 하다못해 저 사람과 관계하는 게 나에게 지적 우월감 혹은 도덕적 충만함이라도 안겨주는가? 그리고 그 메리트는 내가 저 사람에게 해주는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는가? 양자 서로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곧 소멸된다. 서로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관계는 설령 시간/공간상의 문제로 현재 지속되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회복된다.

 이게 내가 인간관계를 너무 냉정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혹자는 그렇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로는 인간관계란 일단 이런 게 아닌가 싶다. 글쎄, 내가 냉정한 건 아닐까 하고 이런 식으로 생각해본다는 자체가 내가 원하는 만큼 냉정하지는 못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