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NDS지만, 제가 중학교 시절로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GB, 즉 닌텐도 게임 보이가 휴대용 게임기의 대명사였습니다. 흑백에 덩치는 크고 성능은 패밀리 이하라 요즘 기준에서 보면 형편없는 게임기이지만 그래도 제법 할만한 게임은 많았죠. 2차 슈퍼 로봇 대전 G라거나, 별의 카비라거나, 성검전설이라거나, 포켓 몬스터라거나, 풍래의 시렌이라거나. (그러고보니 예를 든 이 게임들은 아직까지도 신작이 나오는 롱런 시리즈로군요) 뭐 게임 보이에 대해서 뭔가 거창하게 말하려는 포스트는 아니니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 되면 하기로 하고, 어쨌든 그 당시 제가 흑백 GB로 주로 즐겼던 게임은 두 가지였습니다. 2차 슈로대 G와 젤다의 전설 GB.

 사실 젤다의 전설을 처음 해본 건 중1때 패밀리 버전으로였는데, 아버지께서 사 오신 젤다의 전설 팩을 보고, 그 때는 일어를 전혀 몰랐음에도 전설 자 하나 보고 "이, 이건 그 유명하다는 젤다의 전설!" 이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전 그 땐 젤다의 전설이 무슨 장르의 게임인지조차도 몰랐어요. 어쨌거나 어디서 주워 듣긴 했던 모양입니다. (참고로 젤다의 전설의 장르는 액션 RPG- 라기보다도 액션 퍼즐 어드벤쳐 정도 됩니다) 그게 저와 젤다의 전설과의 첫만남이었습죠. 나름 흥미진진하게 하긴 했지만 그 때는 집에서 게임을 오래 할 형편이 못 되었던지라 중반까지밖에 못하고 말았죠. 요새야 에뮬레이터도 있고 해서 컴퓨터로 돌려도 됩니다만, 그다지 굳이 꼭 그 패밀리 버전의 엔딩을 보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뭐, 그건 그렇다치고.

 당시의 소년들에게 게임보이는 일종의 대세였습니다. 학교에서 집에서 슬금슬금 몰래몰래 게임하기에는 휴대용 게임기만한 게 없으니까요. 게다가 이게 GB가 성능이 떨어진다고는 해도 성능이 떨어지는 만큼 오히려 더 아기자기하고 게임하는 맛이 있었죠. 그래픽으로 밀어붙이지 못하는 만큼 가능한 모든 요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달까요. 그러고 보면 NDS도 사실 화려하다기보다 게임성으로 밀어붙이는 쪽이고, 저는 그런 쪽을 좋아합니다. 요컨대 예전부터 소니 파보다는 닌텐도 파. 닌텐도가 휴대용 게임기에서 강세를 보이는 게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흠, 초기의 구형 GB는 정말 두툼하고 묵직했습니다. 화면도 좀 깨끗하지 못했죠. 그 크기가 성인 남자 손바닥만했다고 하면 이해되시려나, 아무튼 그 구형이 꽤 오래 돌아다니다가 나중에 GB 포켓이라는 신형이 나왔습니다. 이건 사이즈가 아담하고 화면도 깨끗했죠. 구형과 신형의 차이는 크기 차이와 화면의 깨끗함 차이 정도뿐이라, 현재의 NDS - NDSL의 관계와 흡사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보다 차이가 좀 더 심하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같은 물건이 구동되며 구형 - 신형이라는 점에서 흡사하죠) 그리고 기본 성능은 같지만 56색 동시발현가능한 GB 컬러: 즉 GBC가 나왔는데 대체로 이 구형 GB - GBC까지를 같은 계보로 칩니다. 여담입니다만 저는 그 GB 구형, GB 포켓, GBC를 모두 소유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사정이 좀 있어서 지금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 추억이여)



이 녀석들은 GB 시대가 끝나서 GBC도 거의 구형이 되어가고
GB 어드밴스: GBA가 나오려던 시점에 나온 게임기
SNK의 네오지오 포켓 컬러: NGPC와 반다이의 원더 스완: WS입니다.
뭐 언젠가 기회가 되면 포스팅할 수도 있겠네요. 아직도 팩 몇 개 갖고 있습니다만
간만에 해 보니 원더 스완용 슈로대의 세이브가 날아갔더군요.. ㅇ<-<



그리고 이놈이 바로 GB 구형. 이걸 보고 추억이 되살아나신다면 당신도 저와 같은 세대 ←
이거, 못도 박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합니다.


 이래저래 말이 많았는데, 여하간 지금 제가 말하려는 젤다의 전설 GB는 바로 저런 게임기에서 돌리던 물건입니다. 제법 추억인지라, 정작 게임에 대해서는 별로 말할 것도 아니면서 이래저래 썰을 풀어봤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GB를 다시 구해보고도 싶습니다만, 이제는 어지간히 구하기 힘든 물건이 된 덕분에 구하려면 좀 발품을 팔아야 할 듯 싶군요. 이거 추억을 되살리면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 글이 매우 장황한데······ 뭐, 가끔은 속편하게 쓰는 날도 있는 거니까.

 그래서, 왜 이렇게 GB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 게다가 저런 옛날 게임기라는 건 왜 강조하느냐?


바로 이것 때문이죠 (...)


 NDS용 GB 에뮬레이터가 있어서 GB 게임이 돌아가더라고요. (...) 사진을 설명하면 왼쪽에 있는 물건은 아까 말했던 패밀리용 젤다의 전설 1 팩, 그리고 우측 상단은 짐작하시겠지만 젤다의 전설 GB를 돌리고 있는 NDSL, 그리고 우측 하단에는 GB용 젤다의 전설 팩입니다. (팩은 있는데 게임기가 없어서 에뮬 돌리고 있네요. 뭐 게임기가 있다 해도 어차피 팩이 오래 되어서 세이브도 안 될 게 뻔합니다만) 위에서 잠깐 설명했듯이 GB도 나중에는 컬러판이 나와서 젤다의 전설 GB도 젤다의 전설 DX라는 컬러 어레인지 버전이 나왔습니다만 저는 굳이 흑백 버전으로 플레이합니다. 왜냐? 추억이니까요. (지금까지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가 있긴 있었습니다)

 젤다의 전설도 NDSL 버전이 있긴 한데 당연하다는 듯이 터치펜을 쓰는 바람에, 저처럼 반쯤 액션 RPG 하듯 방향키와 액션 키 조합을 즐기던 사람은 "으앙, 이건 내가 사랑하던 젤다의 전설이 아니야!"를 외치게 됩니다. 그래서 에뮬레이터로 GB버전. 그것도 흑백으로. 그리고 당연히 일어판으로. 여담입니다만 저 젤다의 전설 GB의 엔딩이 제가 개인적으로 감동적이라고 보는 엔딩 베스트 3에 들어갑니다. (게임기 자체의 성능이 떨어졌던 만큼 그 성능을 최대한 살려서 만들어낸 화면과 음악이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음악 하니 이야기지만, 젤다의 전설 GB에는 음악의 비중이 제법 있습니다) 사실, 워낙 좋아하는 게임이에요. 젤다의 전설 GB 만쉐잇.


 여담. 하지만 실제로 NDSL로 주로 하는 게임은 악마성 드라큘라입니다. (...)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