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Train Your Dragon, 2010
감독:  딘 데블로이스, 크리스 샌더스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 이름하여 <드래곤 길들이기>. 줄거리는 네이버 영화의 소개를 그대로 옮겨와보죠: "용맹한 바이킹과 사나운 드래곤들의 싸움이 끊이지 않는 버크섬. 바이킹 족장의 아들 ‘히컵’은 드래곤 사냥에 소질 없는 마을의 사고뭉치. 어느 날 그는 부상 당한 드래곤, ‘투슬리스’를 구하게 되고, 아무도 몰래 그를 돌본다. 서로를 알아가며, 드래곤들의 친구가 된 ‘히컵’. 그들과의 새로운 생활을 만끽하던 ‘히컵’은 드래곤들의 위험한 비밀을 알게 되는데…"

 서사를 말할 것 같으면, '반목하던 서로가 이해하게 된다' 라거나 '서로를 보조한다'는 정도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 진행은 사실 별로 복잡하지 않은데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보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을 필요가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결국 정말 나쁜 놈은 따로 있었고 그 하나만 쓰러뜨리면 평화가 찾아온다는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에게 선호될 만한 구조죠. 갈등도 상당히 순식간에 해결되고.. 물론 '생활만으로도 충분히 머리 아파! 난 좀 휴식을 갖고 싶다고!'라고 외치는 현대의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유효하겠습니다. 사실 제게도 꽤 유효해서, 그냥 흐뭇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올 수 있는 그런 영화였달까요.

 영상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이 영화를 아이들도 꽤 봤는데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휘어잡는다는 뜻이고, 이건 굉장한 겁니다. 사실은 <아바타>를 3D로 보고 너무 눈이 아팠기 때문에 (일단 전 고도근시+난시라 안경을 쓰고 또 3D안경을 써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불편한 일입니다) 3D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건 괜찮았어요. 3D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복잡해서일 수도 있겠고, 더빙판으로 보았기 때문에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더빙은 전 그리 싫어하지 않습니다) 자막을 볼 필요가 없어서 눈에 부담이 적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마 후자의 이유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영화의 경우······ 제가 볼 때는 성공했냐 성공하지 못했냐를 다음과 같은 기준에서 볼 수 있다고 봅니다: "엄마 나도 이런 드래곤 갖고 싶어요!" 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아마 성공했다고 봐도 좋겠죠.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런 드래곤이 있는 세계라면 살아볼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쎄, 귀엽거든요. 고양이 같은 이미지입니다. 사나운 것 같으면서도 귀엽고 똘망똘망한 데가 있어서 정이 붙습니다. 처음 이 드래곤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을 때 같이 본 친구가 "오 귀여운데?"라고 말했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좋은 드래곤은 죽은 드래곤.. 이 아니라 귀여운 드래곤 아니겠습니까. 물론 절대적으로 외모지상주의인 건 아니어서 다른 흉악한 드래곤들도 친구가 되기야 합니다만, 처음으로 사귀는 주인공의 친구 드래곤이란 역시 보다 친근감이 들게 할 필요가 있겠지요. 저 포스터를 보세요, 나라도 친구가 되고 싶게 만드는 예쁘장한 녀석 아닙니까.

 그래서, 부담 없이 마음 편히 즐기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면 <드래곤 길들이기>는 썩 괜찮은 선택이 될 겁니다. 굳이 말하라면 오히려 치유계에 가까운 감각이에요.


 덧. <아바타>도 그랬는데.. ..역시 여자친구를 사귀려면 드래곤을 타야 하는 것인가. 그런 것인가.

 덧2. 주인공이 비교적 심약한 스타일로 나오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이킹 내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일반적인 소년의 모습에 비추어본다면 상당히 강인하고 심지가 굳은 주인공입니다. 머리도 좋고 결단도 빠르고 굴하지 않기도 하고. 그래 너 주인공 할 만하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