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누군가가 내 글을 퍼간다는 것은, 비록 내가 블로그에서 공식적으로는 글을 퍼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기분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건 적어도 내 글이 가져가서 보고 싶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았다는 뜻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공식적으로는 내 글을 퍼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퍼가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대개 허가해주는 편이다. 말없이 그냥 퍼갔다 하더라도 출처 표기를 해주었다면 그냥 넘어가고 있고.

 하지만 말없이 퍼갔으면서 출처 표기도 안 했다면, 이건 기분이 나쁘다. 도둑질이잖아! 도둑질이 별거냐. 남이 애써서 만들어낸 걸 그에 상응하는 대가나 수고 없이 간단하게 얻으려 들면 그게 도둑질이지. 출처 표기를 안 하면 그 퍼간 글을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퍼갔다고 생각하지 않고 퍼간 사람의 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건 기분 나쁜 일이지. 행여나 거기에서 더 나아가 상업적인 이익이라도 얻는다면, 너 고소요, 지만, 그럴 만큼 대단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지는 않으니 그건 됐다치고.

 그래 솔직히 말하면 인터넷에 뭘 올리면서 그 컨텐츠가 내가 알고 있는 공간에서만 돌길 바라는 게 오히려 말랑말랑한 시각이란 걸 알고 있다. 퍼가는 사람이야 그냥 퍼가는 거고,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는 거고 저장하고 싶으면 저장하는 거지. 거기까진 좋다 이거야. 하지만 적어도 남의 것을 빌렸다는 의식 정도는 하고 출처표기 정도는 하란 말이다. 내가 글을 다른 어디다 올리는 것도 아니고, 내 글을 가져가는 거면 뻔히 여기서 긁어가는 거구만!

 검색으로 슥슥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의식을 바라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여하간 내 눈에 띄이지나 말라고. 기분이 더러워져서 이런 글이나 쓰게 되잖아. (아 물론 눈에 띄인 그 글에는 이 리플 보는 즉시 글 지우라고 써놨지만) 왜 이리 의식이 없나, 의식이.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