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폭설이 내리고, 오늘 거리를 보면 거의 눈이 녹았지만 일부 낮에도 그늘인 지역은 눈이 녹지 않고 빙판길이 되어버린 구역이 좀 있었습니다. 빙판길이란 즉 극도로 미끄러지기 쉬운 구역이며, 덧붙여 저는 평소에 리복 워킹화를 신고 다니는데 이게 신발의 독특한 구조상 (앞꿈치와 뒤꿈치가 지면에 딱 달라붙지 않고 볼록하게 튀어나와 의도적인 불균형을 의도함으로 균형감각과 근력을 좀 더 이용하게 만듭니다. 그 볼록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에어가 들어간 부분인지라 쿠셔닝은 아주 좋지만요) 마찰계수가 낮아지면 꽤 쉽게 미끄러지는 신발입지요. 즉 이 신발을 신고 빙판 위에 올라서면 아무래도 불안정해진다는 뜻입니다.

 말인즉슨, 그동안 수련한 보법을 써먹을 기회였다는 것이지요 ←

 원래가 영춘권의 보법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도 써먹을 수 있게 고안된 보법입니다. 발을 거의 바닥에 달라붙어서 이동하는 탓에, 오히려 마찰계수가 높은 지역에서는 매끄럽게 움직이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빙판이라면, 이건 말 그대로, 배운 무술을 일상생활에 적용하기™에 최적의 상황 아니겠습니까?

 결과: 중심축을 신체 하부로 내리면서 두 발을 바닥에서 거의 떼지 않고 이동하는 영춘권의 보법은 빙판길에서 매우 유효함을 확인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오오 하나도 안 불안정해! 보법 최고!"(속으로) 외치며 빙판길 위에서 혼자 희희낙락할 만큼 유효했습지요. 빙판에서 미끄러지는 신발 신은 주제에 빙판길을 반겼달까 뭐랄까.

 아무튼 이런 식으로도 뭔가 옛날보다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으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