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애니북스

 <신과 함께>는 네이버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웹툰입니다. 저승편 - 이승편 - 신화편으로 예정되어있는데 저승편이 얼마 전에 완결되었고 이 3권 세트는 그 저승편을 묶어 낸 책이죠. 부제에 달았듯 <신과 함께>는 한국의 사후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책에 부록으로 붙어 있는 도판 등을 보아도 알 수 있듯 한국의 전통 저승관을 충실히 (라고 말하기엔 솔직히 제가 한국 전통 저승관을 모르니 뭐라 하기 힘듭니다만 일단 그래 보인다는 거죠 핫핫) 재현하고 있는데, 단지 재현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무겁고 딱딱하지 않게 그려내었습니다. 저승사자는 양복을 입고, 저승시왕은 현대적 물건들을 사용하여 죽은 사람들을 심판하죠. 그 외에도 온갖 패러디 ("페이퍼 타올이 여기 있네요", Joogle, Hellbucks 등)가 가득해 깨알같은 웃음을 던져줍니다.


같이 있는 텀블러는 예약판매 한정 증정품. 지금은 기간이 지났지요.
사실 책도 책이지만 이 텀블러 보고 눈이 뒤집혀서 알라딘에서 온 메일 보자마자 주문했다는 건 여러분과 저만의 비밀


 <신과 함께>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 만화의 작가인 주호민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 넘어가도록 하죠. 군대만화 <짬>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만, 제가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야후에서 연재되었던 <무한동력> 때부터입니다. 죽기 전에 생각나는 게 못 먹은 밥이겠느냐, 못 이룬 꿈이겠느냐를 묻고 꿈이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만화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았고, 저도 호평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만 리플은 하나도 안 달았죠,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지만). 이 작가의 장점이요? 남들이 잘 파고들지 않는 소재를 진지하게 탐구하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따스한 감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분명 밝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읽고 나서 우울해지거나 어두워지지 않는 건 이 작가가 세상을,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이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림을 상당히 따지는 편인 제가) 그림이 솔직히 그리 뛰어나지 않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좋아하고 책까지 사게 된 건 그래서죠.

 그리고 <신과 함께>에 대해 말하라면, 위에 말한 '사후세계'와 '저승관'을 소재로 삼으면서 주호민 작가의 이 따스함이 물씬 묻어나는 그러한 작품입니다. 소재가 어떻고를 따지기 이전에 (소재 자체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만) 이야기 전개에 계속 읽어나가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악인들이 존재하고 억울한 일들이 가득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이 만화는 웅변하고 있습니다. ······라고 하면 좀 거창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하간 전 이런 거 좋아합니다.

 연재 당시부터 사실 독자들간에 약간의 분쟁이 있었습니다. 나는 이런 저승세계 안 믿는다, 나하고는 관련없는 이야기다. (특정 종교를 겨냥하여)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구원받았다고 땡이라는 게 어디있느냐······ 등의 이야기인데, 이 '전통 세계관'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 하는 건 사실 개인의 문제입니다. 신화는 단지 신화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여기 나오는 세계관을 진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단지 이 만화는 그 '전통 세계관'이라는 (작가의 말마따나) '콘텐츠'를 가지고 그려냈을 뿐입니다. 우리는 SF를 볼 때 보통 그 세계가 진실이 아니라고 나와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특정 세계관에 대한 포교 만화라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신과 함께>는 포교 만화는 아닙니다. 거기에 얽매여 이렇네저렇네 싸우는 건 좀 지엽적인 일이랄까요.

 ······그래도 제가 명색이 기독교인이니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데 대해 조금 첨언해둔다면, 물론 기독교에서는 착하게 사는 게 구원받는 조건은 아닙니다. 인간이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구원받을 만한 의를 이루지는 못한다고 보는 게 기독교고 (<신과 함께> 식으로 말한다면 저승의 심판 기준이 진짜 더럽게 빡빡해서 누군가를 미워하기만 했어도 지옥에 떨어져 마땅하다는 판결이 나온다는 거죠) 그래서 벌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신 받고 인간에겐 구원이 그냥 선물로 주어지는 겁니다. 그리고 이걸 제대로 알면 '난 믿었으니 땡이야' 소리가 안 나옵니다. 난 어차피 구원받았으니 막 살아도 된다? 웃기는 소립니다. 당신이 물에 빠졌고 누가 당신 구해주느라 대신 죽었고 당신이 살았다면, 생각이 있는 사람은 대신 죽은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노력할 겁니다. 구원받아서 막 살아도 된다는 건 구원을 부끄럽게 하는 행위고, 당신 때문에 구원받을 사람이 구원 못 받게 하는 행위입니다. ('너 때문에 안 믿는다'는 소리 나오기 딱 좋죠) 그런 행동에 대해 아무 거리낌이 없다면, 정말 믿음이 있는지 구원을 받기는 했는지 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여 주여 한다고 다 천국 가는 게 아니라고 성경에 쓰여있습니다. ㅡ말이 좀 길었는데, 입으로만 나불대는 (차라리 지가 믿는다고나 안 하면 꼴사납지나 않을) 기독교인이 저로서도 짜증나서 좀 써봤습니다.

 아무튼 그래요. <신과 함께>는 죽은 자가 자신이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받고, 그 과정에서 죄인 자신의 삶과 더 나아가 이 만화를 읽는 독자 자신의 삶까지 돌아보게 되는 만화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준 상처, 무관심, 악행 등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며, '착하게 살아야지' 다짐하게 되는 만화죠. 그리고 그걸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이야기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합니다. ·······뭐 더 덧붙일 말이 있겠습니까? 재미있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