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정태현 지음, 양은혜 그림/북로그컴퍼니

 "여행은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을 때 가장 큰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p229

 근 2년만의 도서 감상이네요. 앞으로는 자주 하겠다는 약속은 못 드리겠습니다만, 그래도 가능한 대로 짬을 내어 볼까 합니다. 각 잡고 읽어야 하는 책들이 쌓여있어서 진도가 지독히 느린 게 도서 감상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가끔은 그렇지 않은 책들도 있긴 하고요. 그리고 이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는 아주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 중 하나입니다.

 질문을 조금 해볼까요. 혹시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여행을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사람마다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는 다릅니다. 무엇이 무엇보다 더 뛰어나거나 고상한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니까요. 하지만 만약,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로 '다른 문화를 만나고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드는 종류의 사람이라면 이 책이 꽤 마음에 드실 겁니다.

 이 책은 여행 이야기입니다만, 누군가 제게 이 책이 어떤 종류의 책이냐고 물을 때 그저 단순히 '여행기'라고 답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수필에 가깝다고 답할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여행을 시작하고 그 도중에 겪었던 일들을 모두 나열하지 않습니다. 중간의 과정들은 대부분 뛰어넘으며, 여행 중 만난 어떤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선택적으로 꺼내어 이야기합니다.

 사실은 꼭 여행이 아니어도 될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대화를 하고 사건을 겪죠. 그러나 여행이기에 그는 문화 차이를 마주하며, 다른 문화에서 태어나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 대화하게 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이방인입니다. 그렇기에 그 차이를 보다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여행은 그 사람에게 세계를 넓혀주는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전 누군가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에 관해 부러워하지는 않습니다. 금융권 좋은 직장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500일의 여행을 다녀왔다는 데 관해 굉장한 결심이라고 치켜세우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런 말을 저자가 듣는다고 크게 기뻐하지도 않겠죠) 하지만 이렇게 여러 곳에 다녀와 여러 사람을 만나 여러 경험을 하고 세계가 넓어졌다는 것은 부럽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쓰인 이야기는 여행 중 만났던 일들의 일부에 불과할 테고, 실제로는 훨씬 여러 일을 겪었겠죠. 그 모든 일을 경험한 사람과 그 경험한 걸 이야기로 읽는 사람 사이에는 역시 크나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해보는 것이 최고이지만, 사람이 실제로 모든 걸 경험할 수 없는 이상,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보고자 한다면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차선이겠지요. 다른 문화 속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저도 관심이 있는 편이고, 그래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저와 같은 분이라면 아마 이 책을 제법 즐겁게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