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오리지널/단상 2015. 4. 6. 19:10

 요즘 불현듯 예전에 인연을 끊은 사람이 떠오른다.

 그는 대화방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고 비교적 친한 듯이 지냈다고 기억한다. 어느 날 그가 내게 뭔가를 부탁하려 했는데, 아마 사소한 부탁이었고 내가 들어줄 수 있을 법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장난삼아 "그럼 넌 내게 뭘 해줄 거냐"고 물었고..

 그는 격분했다.

 10년 이상 오래된 일이기 때문에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느냐 내지 그런 것에 그렇게 이해 타산적으로 굴다니 인간적으로 글렀다는 둥의 말을 한 것 같다. 물론 그때 그는 어렸고 나도 어렸으며 그래서 난 내가 뭔가를 잘못했나? 그런 장난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고 생각했다. 그 일 이후 그대로 연이 끊겼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애초에 대가도 주지 않고 남에게 뭔가 시키려는 사람이 잘못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내게 뭘 해줄 수 있느냐"는 말에 하다못해 장난처럼 "매우 감사드리도록 하겠다"는 말도 못 하는 관계에서 뭘 부탁하면 안 되는 거다. 그리고 그만한 친분이 없다면 제대로 된 대가를 줄 생각을 당연히 해야 하지 않는가. ..물론 친분이 있어도 실제로 충분한 대가가 필요한 노동이라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만.

 열정페이라거나 재능기부란 단어를 보다 보니 갑자기 떠오른 옛날 일이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