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꽃들
V. C. 앤드루스 지음, 문은실 옮김/폴라북스(현대문학)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돈이지."


 오래전에 영화를 스쳐 지나가듯 보고 소설도 스쳐 지나가듯 읽었다가 이번에 완역판을 사서 읽게 된 작품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근친이라는 꽤 충격적인 소재를 사용한 작품인데, 이게 예전에는 꽤 충격적이었는데 (무엇보다 저 자신도 그때는 어렸고요) 이제는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미쳐 있고, 이 소설의 전개는 지금 보면 자극적이라기보다도 오히려 부드러운 감이 있어요. 작가도 여자고, 화자도 여자이니 더욱 그런 면이 있습니다. 섬세하달까요. 충격적이지 않은 전개는 아니지만 난잡하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아, 이 소설을 전혀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테니 간단하게 설명하면, 아버지가 죽은 4명의 오누이가 어머니를 따라 어머니의 친가로 가게 되는데, 어머니는 모종의 문제로 의절당했던 상태였고, 자녀의 존재를 할아버지에게 알릴 수 없어서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할아버지가 어머니를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을 때까지 다락방에 4명의 오누이를 숨기게(=가두게) 되는데, 잠깐 숨어야 할 것 같았던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오래 계속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한 번 읽었기 때문에 반전이 무엇인지,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해서 이번에 읽을 때는 반전을 아는 상태에서,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변하고 그 관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관심을 두고 읽었지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돈과 사랑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게 무엇인가? 누군가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둘은 양립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돈이라고 생각한 누군가는 그로 인해 사랑을 잃어버리고, 사랑이라고 생각한 누군가는 사랑을 얻지만 굴절된 환경 속에서 굴절된 사랑을 얻습니다. 완전히 굴절된 것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렵긴 합니다만. 글쎄요, 그런 측면에서 보고 있자니 꽤 재미있더라고요. 부모가 된다면 자식들이 읽게 하고 싶은 유의 소설은 아니겠습니다만.


 이건 시리즈의 제1권이고 이후로도 몇 권 더 계속됩니다만, 그것도 읽을지 말지는 고민 중입니다. 뭔가 깊이 있게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재미있는 소설 쪽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재미가 꽤 있는 편이라서 땡기긴 해요. 당장은 밀린 책이 많아서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습니다만, 언젠가는 결국 읽게 되지 싶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