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영춘권/수련단상 2016. 4. 4. 15:56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배운다는 것은, 그 무언가에 대해 하나의 기준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말하자면 저는 사부님에게 영춘권을 배우고 있고, 따라서 영춘권을 배울 때의 기준이 사부님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가 묻는다면 이상적인 움직임으로 떠오르는 게 사부님의 움직임이란 뜻이죠. 그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더 닮기 위해 계속 수련 중입니다.

 물론 사부님과 저는 체격이나 체중 등이 같지 않으므로, 완전히 동일한 움직임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모든 게 완전히 동일해야 한다고 사부님께서 말씀하시는 것도 아니죠. 사람에 따라 좀 더 유효한 기법이 있는 법입니다.

 다만 동일해야 하는 것은, 우선 자세겠죠. 이것만큼은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공방에 효율적이지 못하고 스스로를 지키기도 어려워지는 만큼 올바르게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사부님을 닮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은, 역시 영춘권의 원리일 테고요. 강하면 흘리고, 약하면 들어가죠. 그걸 실행하는 게 쉽지 않아서 '겁나게 어렵네!' 싶지만 실제로 사부님이 그걸 눈앞에서 보여주고 따라서 하라고 하시는 거니 뭐 어쩝니까, 하다 보면 나도 될 거라 믿고 해야죠. (놀랍게도, 하다 보면 저도 되더군요)

 대체로 사람이란 뭔가를 보고 접하고 느낀 것만큼 성장하는 법이고, 그런 점에서 좋은 기준을 잡는 게 중요하지 싶습니다. 그리고 물론, 저는 영춘권에 좋은 기준이 될 좋은 사부님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준이 잡히고 머리로 알았다 해도 그걸 자기 몸으로 실제로 해내기는 어려워서 늘 고생입니다만, 어쨌거나 늘 안 되던 걸 되게 해 왔고, 경험치가 계속 쌓이고 나면 어느 시점에는 레벨업할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는지라 별다른 초조함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그 경험치를 쌓는 과정 자체가 항상 재미있으니까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