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홍대 앞 일베 상징 조형물을 박살냈다.

내 감상을 말하라면 솔직히 그거 꼴보기 싫었으므로 시원한 마음도 있다. 그러나 그 행동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이었건, 그 누군가는 '네 의도는 이것이다'하고 낙인찍어 작품에 폭력을 가한 것이다. 물론 애초에 작가의 의도가 단순한 '일베 인증'이었다고 해도 문제인 건 마찬가지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정의의 이름하에 폭력을 가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논리'에 경도되어 폭력까지 행사할 수 있다면 그는 그가 그렇게 증오하는 일베와 무엇이 그렇게 다른가?

물론 나는 일베를 싫어한다. 그 문화가 싫다. 그 무례함이, 천박함이 싫다. 그러나 일베를 싫어한다면서 그에 못지않을 천박함과 무례함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또한 본다. 그들은 말하길, 저들이 그랬으니 내가 이렇게 굴어도 마땅하다고 말한다. 나는 그들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처해 있는 상황이 달라 다른 입장을 가질 뿐, 결국 그놈이 그놈이라고 느낀다.

싫은 게 있는 건 당연하다. 좋은 게 있으면 싫은 것도 있는 법이다. 사람이 접하는 모든 걸 마음에 들어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싫은 게 있다고 폭력을 (물리적이건 아니건) 행사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그 '싫은 것'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다.


홍대 앞  '일베' 상징 조형물 산산조각…표현의 자유 논란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