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심리학
데이브 그로스먼 지음, 이동훈 옮김/플래닛

 <전투의 심리학>에서 소개했던 군사 심리학의 대가 데이브 그로스먼의 <살인의 심리학>입니다. <전투의 심리학> 쪽보다 이쪽이 먼저 나온 책이죠.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합니다. 실제로 인간은 생각보다 같은 인간을 쉽게 죽일 수 없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만 해도 실제로 적군을 향해 총을 쏜 군인의 비율은 15-2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으나, 이후 한국 전쟁에서 50퍼센트, 베트남 전쟁에서는 90퍼센트로 치솟았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책에서 설명하는 몇 가지 용어가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간단히 설명하면, 인간은 다른 인간을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여기게 될수록 그를 죽이기 어려워집니다.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거리가 가까워져서, '그도 나와 다르지 않다'고 여기게 되면 살해가 쉽지 않아지는 것이죠. 이걸 이해하더라도, 한편으로는 '그게 그렇게 어려울까? 전쟁 상황이고, 싸우지 않으면 내가 죽게 된다면 죽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후술하겠지만) 사실 우리도 어떤 의미에서 이미 군인들이 살해를 위해 받는 훈련과도 같은 것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교전 상황이 아닌 상태에서 갑작스레 근거리에서 만난 적을 인간으로서 인식해서 그에게 총을 겨누지 못함으로 교전을 피하게 되는 일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같은 인간을 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살해하기 위해서는 그를 나와 같은 인간으로 여기지 않아야 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강력한 동기 (권위자의 명령, 실제적인 적의 위협, 동료와의 유대감 - 책임감의 희석 등)이 필요합니다. 같은 인간을 죽이는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훨씬 커서, 설령 국가와 국민이 인정하는 정당한 상황 속에서 살인을 했더라도 이후 자신의 행동이 틀리지 않았다고 제대로 확인받지 못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이미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마도 군대에서 살인을 위한 훈련을 추가적으로 받지 않더라도, 필요가 생기고 총을 쓰는 법만 안다면 대부분의 남성들이 실제로 전쟁에서 적에게 총을 쏘는 일이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훈련되어 있습니다.

 적에게 총을 쏘지 못했던 군인들이 총을 쏠 수 있게 된 훈련은, 지금 보아서는 이미 당연해진 훈련입니다. '나는 살인할 수 있다'는 마인드 컨트롤과, 실제 상황에 가까운 연습이었습니다. 동그란 표적지에 총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모양으로 그려진 표적지에 총을 맞히었죠. 표적지가 불쑥 튀어나왔을 때 쏘면 표적지가 쓰러지는 식으로 더욱더 실제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상황에 익숙해지면 사람은 둔감해지고, 실제로 적에게 총을 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미디어에서 총을 수없이 많이 봅니다. 필요 이상 잔인하게 사람을 살해하는 일도 많이 봅니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질 수 있고, 타인을 나와 같은 인간으로 인식하면서도 한편으로 그의 인간성을 부정하며 즐겁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수준에까지 다다랐습니다. FPS 게임 등에서 사람을 쏘아 맞히면 그가 리얼하게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는 일에도 익숙합니다. 총을 못 쏘던 군인들이 총을 쏠 수 있게 하기 위해 했던 훈련을, 군인이 아닌 사람들도 이미 마친 것이죠. 필요하고,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총을 쏠 수 있을 겁니다.

 저자는 이런 점을 걱정합니다. 이런 훈련들을 통해 심리적 안전장치가 해제되어 사람들이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쉽게 가능해지고,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져 폭력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일들을요. 그런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사회이며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불러와 계속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요. 그러므로 자정 노력을 통해 이런 물결을 막아야 (저자는 검열은 실제로 현실적이지 않다고 여깁니다) 치유와 감성의 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상당 부분 동의합니다. 미디어에서는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실제로 끼치는 영향은 없으며, 사고를 저지르는 사람은 원래부터 사고를 저지를 사람이라고 말하죠. 그것도 완전히 틀리기만 한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져서, 폭력의 방아쇠를 훨씬 쉽게 당길 수 있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디어가 정말 그렇게 영향력이 없다면, (저자의 말마따나) 우선 무엇보다도 미디어를 접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자 그렇게 수없이 쏟아붓는 광고부터가 설명이 안 되겠죠. 미디어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좀 더 실제적으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뭔가를 만들어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 건전하고 치유적인 컨텐츠를 내놓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못하겠지만요.

 (당연히) 책의 모든 내용을 설명한 것은 아닙니다. 아주 간추린 부분이므로, 이 감상에 적힌 내용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특히나 전쟁이나 군인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면 꼭 읽어보세요. 전쟁사를 보는 시각도 약간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