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천천히 약속된 대로 움직이면 올바르게 대응하기가 쉬운 편입니다. 사실 그것도 아주 쉬운 건 아니지만, 어쨌든 새로운 걸 하기 시작하는 단계로서 '천천히 하기'는 중요한 첫 단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때 막아내는 팔에 힘이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각도와 자세를 통해 받아내고, 상대의 힘을 내 몸 전체로 타고 흘려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만, 이게 그다지 쉽지 않아서 말이죠. 천천히 받아내도록 하면 그럭저럭 흘릴 수 있습니다만, 좀 빨라지거나 강해지면 아직 어렵습니다. ..글쎄, 사부님은 이걸 너무 쉽게 하셔서 저도 쉽게 될 것 같지만 해보면 그게 쉽지 않다는 게.. ..그런 식으로, 해보면 쉽지 않음을 느껴오는 게 제 영춘권 수련의 역사라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단계가 올라가면 항상 그렇습니다. '이게 되나?' 싶은 걸 하게 돼요. 하지만 또 알고 있죠. 하다 보면 결국 되도록 되어 있고, 사부님은 할 수 없는 걸 시키지는 않으신다는 걸 말이죠. 천천히 하다가 조금씩 빨라지고 강해지고, 되다 안 되다 하다가 점점 제대로 가능해지고. 그런 경험은 익숙합니다.

 뭐랄까요, 영춘권을 계속 배우는 이유는 그게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건 이제 와서는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에요. (물론 누군가 묻는다면 영춘권은 얼마든지 잘 쓸 수 있는 무술이라고 답하겠습니다- 그런 확신도 없이 7년을 배울 순 없어요) 제게 있어서는 그렇죠. 그 안 되던 걸 할 수 있게 되는 재미가 정말 큽니다. 그걸 즐기고 있다 보면 어느새 많이 변화해 있게 되고요.

 누구에게나 이런 식으로 발전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봐요. 삶이 풍요로워진달까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