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약간 독특하죠. 피아노와 영춘권이라니, 피아노를 영춘권으로 칠 수 있단 말인가? 음, 그럴 수 있다면 전 랑랑과도 겨뤄볼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랑랑과 겨룰 수 있는 건 그냥 물리적 강함뿐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야기는, 피아노와 영춘권 간의 그 뜻밖의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 아내님은 피아노를 칩니다. 프로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서 꽤 괜찮은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전 아내님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편입니다. 당연히 각기 피아노와 영춘권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게 신기하게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겁니다.

이를테면: 기본 자세에서, 머리가 허공에 매달린 것처럼 편안하게 세워요. 등을 펴고요. 어깨를 낮추죠. 힘을 빼지만, 그게 흐물텅한 상태는 아니에요. 영춘권에서 아주 당연한 건데, 피아노도 그렇다더군요.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힘 안 쓰고 효율적으로 몸을 쓰려면 피아노도 그래야겠죠. 물론 무술과 음악이니 서로 세부적인 테크닉으로 들어가면 완전 다르지만, 몸을 쓴다는 견지에서 기본은 정말 완전 똑같습니다. 놀라울 정도로요.

그래서 이런 대화도 가능하죠.

(피아노를 칠 때 팔에 힘을 빼고 손끝에만 힘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Neissy: 근데 그거, 힘이 있어야 한다고는 하지만 치는 순간에만 텐션 있고 친 직후에는 바로 싹 빠져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피아노는 잘 모르지만, 그래야 할 거 같은데.
아내님: 아, 그거 맞아!
Neissy: (중략) ..하지만 초짜들은 힘을 빼라고 말해도, 뭐가 힘이 빠진 상태인지조차 모르지.
아내님: 맞아, 내가 가르치는 애들한테 힘 빼라고 처음부터 말해도.. (후략)
Neissy: (중략) 그게 되려면 팔힘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쳐야 하는 건데.
아내님: (끄덕끄덕)

여기에서 재미있는 건 한 명은 영춘권 이야기를 하고 한 명은 피아노 이야기를 하는데 말이 통한다는 겁니다. (...) 그래서 서로 재미있어해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때문이죠!

말이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건 늘 즐거운 법인데, 아내님과 (이런 영역에서까지) 말이 잘 통해서 참 즐겁습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동반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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