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쯔꾸르VX

취미생활/게임 2008. 6. 17. 16:46
사실 이런 걸 구해버렸습니다.


쯔꾸르란 이름을 기억하신다면 당신도 올드유저


제일 처음에 <RPG쯔꾸르>라는 물건이 나왔을 때는 아직 도스 시절이었죠. RPG가 한창 호황을 누리던 시절이었기에 즐겁게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윈도우즈 95에 발맞추어 <RPG쯔꾸르95>가 나왔을 때는 정품을 구입했었죠.


인증샷. 케이스에 보이는 컨테스트 응모기간은 1998.10.1~1999.2.28. 그 시절의 이야기


이것은 뒷면


왜 <RPG쯔꾸르95>가 아니고 <RPG만들기95>인가 하면.. 일본어 조금 아시는 분은 금방 아시겠지만 쯔꾸르 (作る)라는 단어 자체가 만들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따라서 RPG만들기가 제대로 된 번역이 맞습니다만, 요즈음에는 <RPG쯔꾸르>라는 명칭 자체가 명사화 되었기 때문에 그대로 쯔꾸르라 표기하는 편이 옳게 되었지요. 위에 보시면 <RPGつくる VX>라 표기하지 않고 <RPGツクㅡル VX>라고, 가타가나로 표기하고 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니 당시에 29,700원이라는 가격에 구입했군요. 사실 그 당시에도 이런 거 하나 사려면 3~4만원은 기본으로 생각해야 했는데, 그런 걸 보면 요즘 게임 가격이 그리 비싸다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뭐, 어차피 이제 와서는 시중에 나온다고 해도 다 불법복제로 돌 테니 유통사 망하기 딱 좋겠지만.. (신작인 <RPG쯔꾸르 VX>의 경우도 한국 유통이 안 되고 있고 앞으로도 안 될 것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유저들이 어찌어찌 쇼부쳐서 유저 자체 한글판을 한국에서 돌릴 수 있게 되었다던가 어쨌다던가 하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습니다)

그 후에 <RPG쯔꾸르2000>이라거나 뭐 이것저것 나오긴 했습니다만, 여하간 RPG쯔꾸르라는 물건의 기본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만들어지는 RPG의 기본 라인은 <드래곤 퀘스트>의 그것을 따른다. 마을 화면과 맵 화면의 분리 (이게 분리되지 않는 쯔꾸르 시리즈도 하나 있긴 하지만), 이동 개념 없이 기술을 주고 받는 턴제를 충실히 따르는 전투 화면 등.

2. 단, 기술의 명칭이나 설명 등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따라서 통칭 '검과 마법'의 RPG라고는 해도 실제로는 '마법이 없는' RPG를 만들어 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

3.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들만으로도 얼마든지 RPG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원한다면 맵 · 캐릭터 · 전투시 적의 그래픽 · 기타 이펙트 등을 새로이 그려낼 수 있다. 다만 이걸 제대로 하려고 마음 먹으면 엄청난 수준의 노가다가 필요해짐.

사실 이 툴을 사용하는 방법이 꽤 무궁무진해서. 실제로는 액션 RPG를 만드는 툴이 전혀 아님에도 <이스> 같은 느낌의 액션 RPG를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경우는 이 툴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매우 많아짐) 아뇨 뭐 제가 만들었다는 소리는 아니고 만든 사람이 있었다고..

각설하고, 이를테면 제 소설인 <영혼의 시>를 RPG화 시킬 경우, 마법의 개념이 없어지고 캐릭터마다의 특수 기술이 생기게 됩니다. 이를테면 쳰의 경우 권법을 기본으로 모든 종류의 무기가 사용가능하고 특수 기술로서 침투경 등이 나타나는데, 그렇다면 '맨손'자체도 쳰의 무기로 적용하고, 마법 대신 침투경을 그의 기술로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MP라는 개념의 표기를 '기력'으로 바꾸어 두면 무리 없이 적용되겠지요. 뭐 그런 정도로 간단히 바꾸어 줄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캐릭터 그래픽으로는 몰입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캐릭터 그래픽을 그려 주어야 하는데, 이게 일러스트는 그렇다 치고 나오는 캐릭터마다 맵 상에서의 도트 그래픽을 찍어 주려면 참 노가다.. (아련)

그런 이유로 이게 절대로 만만한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제공되는 것만 갖다 써도 만만찮은 작업인데) '뭔가 좀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도 금방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을 듯 합니다. 사실 워낙에 할 일도 많은데, 이런 걸 만든다는 게 어떤 의미에서는 '재능을 낭비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말이죠. 어쨌거나 이걸 좀 제대로 만져 보는 건 일단 <기프트>의 집필이 완료된 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냥, VX가 나온 김에 <RPG쯔꾸르>로 혼을 불태웠던 중고딩 시절이 생각나서 한 번 써봤습니다.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또 은근히 길어졌네요. 이것도 병이지, 병이야.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