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의 제 93회 정기연주회에 이어, 이번에도 갔습니다


무려 베토벤 스페셜인 만큼 곡목은 이러합니다.

L. V. Beethven, Coriolan Overture, Op.62
    베토벤, 코리올란 서곡 Op.62
L. V. Beethven, Piano Concerto No.1 in C Major, Op.15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 1번 다장조, Op.15
L. V. Beethven, Triple Concerto in C Major, Op.56
    베토벤, 삼중 협주곡 다장조, Op.56

다들 듣기 어렵지 않은 곡입니다. 피협 1번이나 삼중 협주곡이나 1악장 Allegro 빠르게 - 2악장 Largo 매우 느리게 로 이어지는데, 일단 빠르고 힘차게 도입한 후 2악장을 여유롭고 따사롭게 연주한다는 점이 비슷하죠. (3악장은 피협이 Rondo. Allegro Scherzando 반복-빠르게-해학적으로이고 삼중협주곡이 Rondo alla Polacca 경쾌한 폴로네이즈 풍으로이므로 조금 다르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전해 듣는 느낌은 비슷한 성질입니다. 둘 다 다장조이기도 하고요)

자, 하지만 음악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잠깐 뒤로 미루고, 좀 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연주회가 있었던 곳, 경기도 문화의 전당입니다.


이 장소는 전에 <수원 레이디스 오케스트라 제 16회 정기연주회> 때도 갔던 곳입니다만, 수원에 있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우므로 가기 편한 장소입니다. 시민들에게도 그런 장소인 모양인지, 이곳에 들어섰을 때에 웬 중·고등학생들이 가득 보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부모님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네, 이 시점에서 짐작하실 분들은 이미 짐작하시겠군요.


관객이 재앙이었습니다


연주회 상식이 없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건 모를 수도 있는 거고, 차차 배워 나갈 수도 있고, 일단 음악을 즐기는 게 중요하니까요. 하지만 모르는 주제에 뻔뻔하기까지 하면 그건 죄입니다. 어땠냐고요? 이랬습니다.

속삭이는 것도 아니고 숫제 대화를 하고 앉았습니다. 뭐 한둘도 아니었어요. 그놈의 중고등학생들, 아무래도 음악을 사랑해서 온 건 아닐 테고 학교에서 숙제라도 내서 온 듯한데, 다 들린다는 거 모르냐? 내가 음악 들으러 왔지 너희 일상사 들으러 왔겠니? 이게 무슨 영화관도 아니고 사방에서 돌비 스테레오 사운드 (R)로 시끌시끌하고 난리래. 그렇잖아도 오늘 몸이 피곤해서 예민한 상황이었는데 무지하게 거슬리더군요. 아, 물론 그뿐만은 아니었지요. 누군가는 허리를 두들기는 소리가 나던데, 허리가 아파서 한두 번 치는 거야 그렇다 쳐도 아주 들으란 듯이 온누리에 울려퍼지도록 계-속 두들겨 대더군요.


메트로놈이냐?


음악이 나쁘기라도 했으면 차라리 체념했을 수도 있겠는데, 음악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 화가 났지요. 음악에 집중하고 싶은데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소음들이라니. 한 마디 하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음악을 들어 놓고는 끝날 때는 참 박수 참 시원스럽게도 쳐 대더군요, 네.


저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박수를 신용하지 않아요 -_-


네, 어쨌거나 그랬고, 음악 이야기를 해 보죠. 음악 느낌이야 뭐 곡목도 써놨겠다 알아서 들어보시면 알 테고 (...), 오늘의 지휘자는 '슈 종'이라는 중국분이었습니다. 특이한 것은 이 분은 피아니스트를 겸해서, 곡목에서 두 번째에 있는 피아노 협주곡 제 1번을 할 때 본인이 피아노도 치면서 지휘도 하더군요. 사실 첫 곡인 코리올란 서곡이 끝난 후 피협을 위해 피아노를 세팅할 때 뭔가 특이하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보통 피아노를 놓을 때 청중석에서 보면 건반이 왼편에 위치하도록 놓는데, 건반이 청중석에서 정면으로 보이도록 놓더라고요. 게다가 피아노 덮개도 아예 떼 버렸고, 그게 왜 그런가 궁금했는데 이 지휘자분, 무려 피아노에 앉아서 지휘를 하더군요. 이건 참 경탄스럽달지,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재, 재미있다!" 라는 느낌이었지만요. 피아노를 치지 않을 때는 지휘를 하고, 피아노를 칠 때도- 피아노를 한 손으로만 칠 수 있는 부분에서는 다른 손을 들어올려 지휘를 하더라고요. 뉴타입이 따로 없었습니다.

물론 삼중 협주곡을 할 때는 피아니스트가 따로 있었습니다. 바이얼린에 '김 삶', 첼로에 '오 주은', 피아노에 '모 혜경'씨였습니다. 곡 느낌이야 물론 좋았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청중 덕에 집중을 못 해서 그게 아쉽지요. 들으면서 새삼, 확실히 제가 현악을 좋아하긴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지요. 첼로 음이 참 와닿더군요. (바이얼린도 좋아하긴 하는데, 어느 쪽이 더 와닿냐고 묻는다면 첼로 쪽. 더 깊은 울림이라는 느낌이에요)

여담. 오늘 청중들은 '악장'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 분명합니다. 피협을 듣는데 악장이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더군요. 피협 후 인터미션이 있고 삼중협주곡이 있었는데, 이 삼중협주곡을 하기 전에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악장 사이의 박수는 삼가해 주십시오"라는 요지의 장내방송이 나왔었습니다만, 물론 삼중협주곡의 1악장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레와 같은 박수가······. (먼산) 2-3악장의 연결에서는 2악장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3악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거기에서는 박수가 나올 여지가 없긴 했습니다만. 이건 모를 수도 있는 문제고 어쨌거나 나름 예의바르게 한답시고 실수하는 거니까 위의 '관객이 재앙이었다'는 문단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이 내용은 여담으로 붙이는 게 낫겠다 싶더군요.

여담2. 그리고 저는 19일에 있는 경기필 제 95회 연주회도 갈 예정입니다. 그건 금난새 씨 지휘에,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거니 관객 수준이 오늘처럼 슬프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곡목은 브람스 바이얼린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 2번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20일에는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을 들으러 또 예술의 전당에 갈 예정입니다. 제가 좀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합지요. (히죽)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