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잡아 아웃시킬 수 있었던, 더 나아가 병살 찬스가 될 공을 야수의 에러로 놓치고, 오히려 1점을 잃었다고 가정해 보자. 투수는 야수를 원망할 수 있다. 그가 잘 했더라면 점수를 잃지 않았으리라고 말하고,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진실이며 사실 그 자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행동한다면 투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없으리라. 그 때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자기위안 뿐이다. 그는 그렇게 행동함으로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를 잃는다.

그렇다면 투수가 야수에게,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며 자기가 좀 더 잘 던졌다면 점수를 잃지 않았으리라고 오히려 위로하며 실제로 다음 투구를 더욱 신경써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 야수는 그로 인해 투수에 대한 유대감이 더욱 강해질 것이며 다음 번에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혹은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순순하지 않아, 야수가 잘못한 것은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투수가 사과할 때 투수가 잘못했다고 오히려 투수를 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것이 투수 자신을 성장시킬 기회임은 마찬가지다. 투수는 단지 야수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이 좀 더 잘 던졌어야 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러하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향상은 그런 마음가짐으로부터 온다.

인간 관계가 바로 그러하다. 실제로 100% 상대방이 잘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설령 정말 자신의 잘못이 0%였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행동을 반추해보아 스스로를 성장시킬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 기회는 타인에게 잘못을 돌리고 스스로를 동정할 때 사라진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자존심을 꺾고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그러지 않았어야 했는데"라고 하는 경우는 사실 별로 없다. "그래 네가 잘못했지"라고 기세를 올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물론이다. 그것은 그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해서일 수도 있고 혹은 자신이 부끄럽기 때문에 그것을 감추려는 마음에서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좋다. 이 때 당신은 그 사람을 당신과 동등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실제 나이가 어떻건간에, 그를 당신보다 어리다고 생각하라. 그 사람의 기량이 아직 거기까지인 것이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기를 쓰고 이기려 들 필요가 없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어린아이다. 나를 기를 쓰고 이기려고 들지 말도록··· ···은 농담이고, 여하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이건 쉽지 않다. 상대가 자신보다 어리다고 생각하면 가능해질 법도 해 보이지만, 그거야 좀 지난 후에 뒤돌아보고 '그렇구나' 하는 일이 태반이다. 실제로 얼굴 보고 말하려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는 아직 나도 제대로 기독교인답게 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상대가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을 돌려대는 게 아니라 오른뺨을 때리려 들면 냅다 카운터를 치고 있으니···.

뒤에 가서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가자. 인생을 되돌리고 싶다는 이야기는 누구라도 종종 하는 이야기지만, 과거를 불러올 필요조차 없게- 이미 살았던 삶보다 충실하게 살 수는 없으리라 생각할 수 있도록, 그 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분명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도록 살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수 없다면 과거로 돌아가서도 충실하지 못할 게다.

그러니 말이지만 지금은 잠 좀 왔으면 좋겠다. 어제 오후 3시에 일어났더니 밤에 죽도록 잠이 안 와서 큰일이다. (먼산)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