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심판한다
미키 스필레인 지음, 박선주 옮김/황금가지

 이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작품입니다. 터프가이 사립탐정 마이크 해머의 거칠 것 없는 행동과, (40년대말과 50년대 당시로선) 충격적인 폭력과 섹스 묘사가 시원시원한 소설이죠. 지금 보면 그렇게 놀라운 건 없었습니다만, 기본적인 문체가 보장되고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플롯에, 미인 비서에, 팜므파탈에, 제일 막장에 가서 모든 게 해결되고 반전과 동시에 마이크 해머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 전개는 확실히 읽기가 좋습니다. 읽다 보니 이 소설이 왜 페이퍼백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지 알겠더군요.

 하드보일드 기법도 하드보일드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마이크 해머의 터프한 말빨과 행동입니다. '내가 심판한다'는 제목에서도 느껴지시겠지만, 법이니 뭐니에 구애받지 않고 악당은 내가 심판해 버립니다. 시작하자마자 사람이 죽는데 그 사람이 마이크 해머를 살리려다 한 팔까지 잃기까지 한 친구였고 그래서 해머는 복수를 다짐합니다. 범인을 찾아내는 것과 자신의 복수가 합쳐진 셈이라 범인을 찾아야 하는 동기가 아주 명확한데다가, 그 범인을 찾기 위해 해머가 하는 일들이 너무 터프해서 유쾌하기까지 합니다. 용의자를 찾아다니며 겁을 주고, 엎어버리기 전에 아는 걸 말하라고 증인을 윽박지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아도 자기에게 덤비는 놈을 아작내 버립니다. 실로 쾌도난마, 어떤 의미에서는 스티븐 시걸의 영화를 볼 때처럼, 부담 없이 속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범인의 '목'을 꺾지는 않지만.

 아,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소설 초반에서, 용의자인 칼레키를 '누군가'가 총을 쏘아 살해하려다 실패합니다. 그 전에 해머가 겁을 주고 간 것도 있어서 칼레키는 해머가 그랬다고 생각하지만, 해머의 경찰 친구인 팻은 해머가 그러지 않았다는 걸 확신하고 그 사실을 해머에게 말해 줍니다. 그리고 그에 관해 해머는 이렇게 독백합니다. "내가 한 짓이 아니라고 팻이 확신하는 진짜 이유는 범인이 칼레키를 죽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나라면 실패 따윈 없다" ..중요한 건, 이 남자는 정말로 실패 따윈 없습니다. (...)

 여하간 유쾌한 작자입니다, 마이크 해머라는 이 인간도. 거칠고 강하고 무자비할 정도이지만, 은근히 순진한 면도 있기도 하고. 말하자면 이 남자에게는 자신의 도덕과 선이 있고, 그것만큼은 충실하게 지켜갑니다. 범인을 자신이 심판해 버리는 것도, 정황상 증거는 있되 확고한 물적 증거가 없다면 법정에서 판사와 배심원들에게서 유죄선고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단 자신이 끝장내 버리고 그 다음에 처리하는 겁니다. 뭐 현실에서도 이런 식으로 간다면 위험한 측면이 많겠지만 어쨌든 여기에서는 그것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저것 구애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원시원하죠. 이런 게 이 작품의 매력이지 싶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