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가족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부키

가족이라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개성이 각기 다른 여러 명의 사람들이 삶을 같이 하고 즐거움도 고통도 함께 나눕니다.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가족을 이루고 그 형태나 모양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집합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점만은 어떤 시대와 어떤 장소라 해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책은 이탈리아 소설가인 조반니노 과레스키 (1908-1968)가 자신의 가족을 모델로 하여 써낸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모은 일종의 단편집입니다. 그들의 에피소드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에피소드가 될 수도 있는 그러한 이야기, 어떠한 글이건간에 우리는 거기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까칠한 가족>은 의미를 지닙니다.

살아가면서 항상 행복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고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슬픈 상황에 직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유쾌한 것들만 있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잔잔한 감동만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사람과 만나며 부딪히게 되는 고통까지도 에피소드 중에서 읽어낼 수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아무리 사이 좋은 사람들, 가족이라고 해도 모든 의견이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가족이라고 해도 한가지가 아닙니다. 각자의 개성이 독특하고 사고 방식이 다릅니다. 그것이 서로 얽히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부딪힐 수도 있는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결국은 같이 갑니다. 그것이 가족이니까요.

친근하면서도 쿨한 척하는 아버지, 망상을 좋아하지만 심성 좋은 어머니, 자신의 세계를 뚜렷이 해 가는 아들과 영민하고 깜찍한 딸. 이 넷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이 책의 에피소드들은 때로는 훈훈하고 때로는 유쾌하며 때로는 다소 진지합니다. 그러나 그 어느 에피소드이건간에 그 모든 일들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저들은 저렇게 살았으며- 우리는 또한 어떻게 살고 있는가? 너와 나는 다르지만 또한 무언가를 함께 공유한다. 그것은 작게는 가족이지만 크게는 그들과 우리들, 또한 이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