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알고 보면 그저 인간에게 기대하지 않는 법을 배워왔던 것 뿐일지도 모른다. 벽을 쌓고, 믿지 않고, 상처받아도 크게 아프지 않는 법. 어떤 일이 닥쳐도 아파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 어떤 실망도 상처도 가지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정말 그게 강한 걸까?

타인에게 침입받지 않기 위해 세운 벽은 상대방을 넘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그 동시에 나 자신도 상대방에게 넘어가지 못하게 했다.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덮어씌운 외골격은 상대가 나를 상처입히지 못하게 해 주었지만 동시에 나 자신도 상대에게 간격 없이 접근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약해빠졌잖은가, 이건. 나는 그저 무서워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벽은 무너뜨리기에 너무 단단했고 저 외골격은 아예 피부가 되어버렸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생각처럼 쉽게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 다시 바꿔야 한다. 상처 한둘이 무어 대수냐.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구원은 없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