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테인 데이가 가까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집 근처 마트에서 메이지 초콜릿효과 3종 세트를 팔더군요. 자, 남자라면 이런 걸 보고 넘어갈 순 없지요. 본 즉시

샀습니다.


사는 김에 포스트도 할까 해서 L, H, O사의 다크초콜릿도 사왔습니다. 99%의 감상후기를 겸해서 다른 초콜릿의 감상기도 한번 적어 보겠습니다.


우선

1. 72%의 비교부터 해볼까요

국내 다크 초콜릿 붐을 일으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드림 카카오 72%와,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지 초콜릿 효과 카카오 72%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우선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드림카카오 72%는 판이 아니라 낱개포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하나 까먹기에는 이쪽이 편합니다만 역시 초콜릿은 판이어야지! 라는 편견이 있는 이유로 형태로서는 메이지 쪽이 마음에 듭니다.

각설하고 맛이 어떤고 하면..

드림카카오는 역시 한국인의 입맛을 잘 아는 롯데, 랄까 무난합니다. 고소하면서 부드럽고 적절하게 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입맛입니다. 56%도 꽤 강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저한텐 56%는 너무 달거든요)

메이지는 드림카카오에 비해 좀 더 산뜻합니다. 진한 초콜릿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약간 더 청량감이 있달까요? 이 청량감은 어딘지 모르게 약간 떫은 느낌도 있습니다. 물론 역으로 말하면 드림카카오 쪽이 메이지보다 뒷맛이 끈적하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여하간 둘 다 다크초콜릿으로선 일반인도 무난하게 소화할 만한 맛입니다.


2. 그럼 어디 73%와 76%를 합세시켜봅시다

이번엔 해태 엔젤 카카오 73%와 오리온 美 카카오 76%가 참전합니다. 73%는 700원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살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싸기 때문에 왠지 두 개를 사게 됩니다. 76%는 무설탕이라고 광고하고 있는데 설탕이 안 들어갔다 해도 단 이상 뭔가 들어갔을 건 뻔하기 때문에 어쨌든 상관없습니다.

엔젤카카오 73%는 맛이 좀 온화하달까요, 강한 코코아 향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드림카카오와 비교하면 담백한 느낌입니다.

미카카오 76%는 엔젤카카오보다 좀 더 가라앉습니다. 이 녀석도 코코아 향이 납니다. 단맛이나 부드러움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만 73%나 76%나 그리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이놈이 맛있으면 저놈도 맛있고 저놈이 맛있으면 이놈도 맛있을 겁니다. 여기까진 누가 먹어도 대강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우적우적 씹어먹어도 달죠.


3. 좋습니다, 86%의 영역으로 들어가 봅시다

예전에도 포스트를 올린 바 있습니다만, 여기서부터는 이제 '쓴 맛을 나름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아니면 먹기 힘들어집니다. 카카오 특유의 쓴 맛이 강해지고, 단 맛은 굉장 히 줄어듭니다. 좀 떫은 게 여기서부턴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어딘지 좀 한약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진 우적우적 먹어도 나름 단 맛이 느껴집니다. 다만 왠지 정신이 좀 깨이는 것이 이제부턴 슬슬 각성제로 써먹을 만 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초콜릿이 현재 구할 수 있는 다크 초콜릿 중에서는 가장 맛이 적당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어째 좀 떫은 것 같은 느낌만 제하면, 적당히 혀를 자극하는 쓴 맛과 은은히 감도는 단 맛이 매력적입니다. '이런 게 다크 초콜릿이야!' 라는 느낌이랄까요. 깊이가 있습니다. 우적우적 씹어먹기보다는 천천히 녹여 먹는 게 어울릴 초콜릿입니다.

72%가 달착지근하게 느껴지면 그 때 도전하세요. 여기서부턴 좀 씁니다.


4.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Neissy의 99% 체험기 등장!

여기서 일단 메이지 초콜릿 세 개를 비교해 봅시다.

나란히 나란히~ (손이 떨려서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99%는 포장지 색깔부터가 다릅니다. 다른 분들의 감상기도 많이 있으니 아시겠지만 이 초콜릿에는 무려, 비정상적으로 쓴 초콜릿이니 조금씩 녹여 드시거나 단 음료와 함께 드시라는 경고가 붙어 있습니다. 이거 두근두근하지 않습니까. 황금색 포장지를 벗기면 나오는 새까만 초콜릿의 아리따운 자태. 웡카 초콜릿의 포장지를 벗기는 찰리라도 된 기분입니다. 자아, 황금색 딱지라도 나와 주지 않으려나?

냄새를 맡아 봅니다. 아, 초콜릿 냄새로군요. 카카오 냄새 맞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무시무시한 경고도 있어 왔으니 조금만 먹어 봅시다. 좁쌀만큼 깨물어서 녹여 보면, 아하, 전혀 달지 않은 걸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초콜릿 향내가 나니 나쁘진 않고, 이만하면 향을 즐길 수 있는 블랙 커피 같기도 하고. 이것 참, 그 수많은 '인간이 먹을 게 아니다'라는 감상기들은 모두 오버질일까요?

그래서 먹어 보았습니다. 과감하게 한 조각.

...처음에는 감상이 잘 오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잘 녹지 않으니까요. 일단 좀 녹아서 혀 전체를 이 초콜릿 녹은 물이 감싸게 되면, 감흥이 옵니다.

쓰긴 쓰구나 .... 하고.

정확한 평가를 위해 녹인 후 입 안에서 빙글빙글 굴리며 99%의 맛을 분석해 봅니다. 아, 이거 쓴 맛이 중추신경을 타고 정수리로 치고 올라가는군요. 척추를 타고 항문으로까지도 쓴 맛이 새어 나가는 기분입니다. 아,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재떨이 맛이라는 건 뜬소문이 아니었구나.

카카오 향기가 너무 강렬합니다. 이런 게 카카오로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 쓴 맛은 확실히 보통 사람으로선 감당하기 힘들겠지요. 그러니 이 녹은 물을 삼켜버립시다. 오우, 머리가 어질해지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왠지 아쉽군요. 두 개 째, 이번엔 우적우적 씹은 후 그대로 녹여서 다시 굴려봅시다. 아, 이 쓴 맛, 왠지 중독성 있네요.

그러니까, 단순히 쓴 것만이 아니라, 떫습니다. 떫어요. 위의 메이지 초콜릿 감상에서 적은 바대로 왠지 이쪽은 떫은데 그게 아주 강해졌습니다. 역시 카카오매스 95%의 힘은 강하군요. 메이지 99%는 95%가 카카오매스, 4%가 코코아분말이고, 덧붙여 국내 다크 초콜릿은 카카오매스가 아니라 코코아매스입니다. 또 덧붙여 카카오와 코코아의 차이는, 다들 아실 테지만, 원료 그대로가 카카오이고 그걸 볶은 뒤 껍질 벗기고 지방분 제거한 게 코코아입니다. 국어사전에는 그렇게 나왔어요. 여하간 카카오랑 코코아랑은 다른 겁니다. 카카오매스와 코코아매스는 분명 뭔가 다르겠지요. -라고 현실도피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아, 이거 정말 눈물나게 쓰고 떫군요. 진정한 어른의 맛이란 이런 것인가.

세 개 째 먹자 정신이 또렷해졌습니다. 그렇군요, 정말 각성제입니다. 앞으론 글쓰다 피곤할 때 박X스를 먹을 필요가 없겠습니다. 이거 하나만 먹으면 정신이 싹 개운해지는군요.

..결론적으로, 이 초콜릿은 '맛을 즐기며' 먹을만한 놈은 아닙니다. 인간이 못 먹을 만큼 괴악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긴 합니다만, 사실 조금씩 입에 물고 향을 즐기면 또 나름 괜찮습니다, 속편하게 우적거릴 놈이 못 돼서 그렇지. 사다놓고 생각날 때 조금씩 즐기기엔 이것도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걸 왜 보통 마트에서 안 갖다놓는지는 확실히 잘 알겠습니다. 나같은 녀석이 흔치는 않겠지. (...)

그러니까 여러분, 99% 사놓고 도저히 못 먹겠으면 저 주세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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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