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데이즈 [dts]
김문생 감독 / 비트윈

지오군의 리퀘스트에 힘입어, 소유 DVD 감상 시리즈 그 첫번째는 그 이름도 찬란한!
원더풀 데이즈입니다. 원더풀~ 원더풀~ 압화의 청춘~ 브라보~ 브라보~

각설하고, 일단 이 DVD는 제가 산 DVD 중 유일하게 산 걸 후회하는 DVD입니다. 이 DVD를 산 이후로 엔간하면 이미 본 영화 중 소장하고 싶은 것만 DVD를 사는 걸로 버릇이 바뀌었다면 대강 이해하실런지. (...)

일단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장점부터 말해봅시다. 첫번째로 영상은 확실히 수준급입니다. 세심하고 미려하게 그려진 그림과 (주어진 시츄에이션 하에서) 그럴싸한 연출이 상당한 퀄리티를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음악입니다만, 다른 모든 거 접어두고서라도, 음악만 갖다 따로 팔아도 괜찮을 만한 수준입니다. 혹자는 원더풀 데이즈에서 쓸만한 건 음악밖에 없다고도 합니다만. (...)

그럼 다음으론 단점인데요.. 첫번째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 뭐냐면, 재미가 없습니다. (...) 물론 이렇게만 뭉뚱그려 말하면 안 보신 분은 대체 왜 재미없다는 건지 모를 테니 좀 설명해보죠.

그러니까 일단 내용 자체가 별로 심도가 없습니다. DVD 뒷면의 설명을 그대로 옮겨 보면:

인공지능도시 '에코반'의 심장부, '델로스 센터'에 침입자가 발생한다. 에코반 순찰대원 제이는 그가 사라진 첫사랑 수하임을 알게된다. 미래의 대기오염으로 빛이 사라진 세상, 하늘은 항상 잿빛이지만 제이에게 꼭 푸른 하늘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던 수하. 기다렸던 사랑을 적으로 만난 제이는 혼란에 휩싸이고, 제이를 사랑하는 경비대장 시몬 역시 수하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이고 나서 별 내용 없습니다. 딱히 별 반전도 심도도 없습니다. 저기에 덧붙여 내용을 설명하자면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말아먹은 상태이고, 제대로 살아 있는 도시는 에코반밖에 없는데 이 에코반이란 놈은 환경 오염 지대에서 뭔가의 방법으로 에너지를 빼내어 도시를 가동시킵니다. (델로스 시스템이라고는 하는데 무슨 원리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점점 환경 오염 지대가 사라져 에너지원이 사라지는데, 다시 말해 지구가 정화되고 푸른 하늘이 열리는 겁니다만 그럼 에코반은 쓸 에너지가 없어지므로 (오염 에너지가 사라지면 남는 건 태양 에너지뿐이라고 내용 중에 나옵니다) 그때까지 가졌던 기득권이나 편안함을 모두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오염 지대를 오히려 늘리려고 하는 것이고, 수하로 대표되는 반란군(?)측은 푸른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지구와 또한 모두 다같이 동등하게 살 수 있는 삶을 원하기 때문에 델로스 시스템을 부수려 듭니다.

..뭐 그런 겁니다만, 일단 오염을 사용하는 에너지란 게 와닿지도 않고 시나리오에 딱히 특별한 것도 없이 그냥 저대로 가다 (어째 그냥 양아치스러워보이는) 레지스탕스와 에코반이 부딪혀 레지스탕스가 이기고 다시 푸른 하늘을 보게 된달까 뭐랄까 수하와 제이와 시몬의 삼각관계도 말이 삼각관계지 별로 보여주는 것도 없이 그냥저냥 양념밖에 안되는 느낌이랄까.

왜 재미가 없나를 설명하기가 좀 어렵군요. 딱히 특별한 게 없기 때문에. ..아마 이 '딱히 특별한 게 없다'는 게 원인이 아닐까도 생각합니다만. 사실 보면서는 되게 재미 없었는데 스토리 라인을 다시 보니 이건 충분히 재미있게 만들 만도 한 스토리인데 말이죠. 문제는 일단 SF고, 무거운 분위기라 개그가 나올 여지도 없고, 아무래도 B급으로 들어가는데 뭐 화끈한 연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름 화끈한 연출이 있긴 합니다만 스토리가 흘러감에 있어서 '오오~!'하는 게 아니라 '얼라리?'라는 느낌으로 별로 대단한 내용도 아니게 느껴지는데 연출이 화려하다던가, 하긴 전체 내용의 흐름을 볼 때 확실히 이 화끈한 연출 부분은 원래 '오오~!'해야 할 부분이긴 합니다만. 결국 왠지 스토리 전개가 사소하게 찌질해서..)

스토리 자체가 블록버스터라기보단 (차라리) 예술영화에 가깝긴 하군요. ..지금 이놈의 감상 때문에 다시 보고 있는데 이거 진짜 집중해서 보기 힘드네. 뭐 이리 재미없어.. 버럭.

..아무튼 그리고 또 다른 단점을 잡아보면: 좀 어색한 목소리. 감정이 제대로 살아나질 않습니다. 어디선가 주워듣기론 막판에 대본이 바뀌어서 성우들에게 시간이 별로 없었다는 것 같기도 했는데 그러거나 어쨌거나 어차피 이거 만드는 데 시간도 엄청 들었는데 음성에 좀 더 투자하면 안됐나..

그리고 또 다른 단점은 3D와의 결합. 이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는 거라 생각하긴 합니다만,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이 원더풀 데이즈에서 기계나 건물류는 3D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미니어쳐도 있었던 걸로 기억) 그런데 이게 기본적인 2D의 작화와는 좀 따로 논달까요, 나름대로 융합을 시키려고 한 듯하긴 합니다만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부분이 또한 애니에 대한 집중을 막고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같은 이유로 저는 '청의 6호'도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오토바이가 은근히 자주 나오는 편인데.. 일단 생김새 자체가 SF형이랄까, 통안에 사람이 타고 맨앞과 뒤에 바퀴가 달린 뭐 그런 형태인데 .. ..기본적으로 멋없습니다. 산소공급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걸 탈 수밖에 없는 거면 몰라도 그것도 아니면서 꼭 저런 오토바이밖에 내보낼 수 없었나.. 멋지고 박력있는 추격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익스트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건 참 뭐랄까.. (한숨)


아무튼간에 그렇습니다. 영상은 그럭저럭 괜찮고 음악도 좋은데 ..재미가 없습니다. 무지하게 재미 없어요. 처음에 한 번 보려다 재미없어서 포기했었고 진짜 맘 먹고 집중해서 한 번 본 게 다였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 감상 때문에 보는 지금이 세 번째인 셈인데 익숙해지니 (?) 의외로 볼 만도 합니다. (...) 격투신이나 총격신만은 꽤 괜찮긴 합니다. 그게 나오게 되는 스토리가 정말 끝내주게 지루하고 찌질해서 그렇지..

..뭐 시간 남아도시는 분이나 굳이 국산 극장판 애니가 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한번쯤 보셔도 나쁘실 건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론 차라리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을 추천합니다만. (얼음별 대모험을 깎아내리는 건 아닙니다. 사실 원더풀 데이즈랑 비교하기는 둘리한테 미안하네요. 어쨌거나 둘리는 재미가 있단 말입니다)

여하간 원더풀 데이즈 덕분에 국산 SF 극장판은 완전히 말아먹었습니다. (...) 앞으로 국산으론 무슨 SF 극장판이 나와도 안 볼 겁니다.

..라지만 2020 우주의 원더키디 극장판이라도 나오면 예외. 원더키디나 진짜 다시 안 나와 주나. 예나가 보고 싶어요 흑흑.


다시 봐도 이쁜 예나.. ..옛날에 원더키디 크레파스 갖고 있었는데.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