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시 최종장

오리지널/글 2006. 8. 20. 01:52
날씨가 더워서 집중력 저하로 별로 잘 못 썼습니다..
랄까 핑계긴 하지만 여하간 집중력 저하 의욕 저하 열정 저하였달까요 (먼산)

허나 날씨가 다시 시원해지고 다시 글 쓰는 맛을 되새김질..
..이 아니라 되살려내서 의욕도 120% 충전 끝냈습니다.

8월에 연재개시하겠다는 약속은 못 지킬 것 같지만;
9월까지는 연재개시해야겠죠.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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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를 당긴다.

원통이 돌아가며 다음 탄환을 총구선상에 준비시킨다. 곧바로 해머가 탄환을 때리고, 탄환 내부의 화약이 폭발하며 그 반발력으로 탄두가 튀어나간다. 총신 안에 나선처럼 그려진 흠을 따라 나가며 튀어나가는 탄두는 총신을 빠져나갔을 시점에서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회전하고 있다.

허공을 날아, 공기를 가르고, 소리보다 조금 더 빠르게 날아간 탄환이

프리크의 머리에 닿는다.

작은 파열음과 함께 탄환이 가볍게 우그러지며 프리크의 머리뼈가 뚫린다. 충격 순간의 임팩트로 탄환의 속도가 급격히 줄었으나 아직 관성이 남아 있다. 잔존하는 회전력으로 살을 찢고 뼈를 뚫은 탄환이 프리크의 뇌에까지 침투한다.

프리크라 해도 뇌는 부드럽다. 또한 주지하다시피 뇌라는 물건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뼈 안에 떠 있다시피 존재한다. 따라서,

회전하는 탄환은 부드러운 뇌 속에 간단히 침투하면서 뇌조직을 휘감아 젓고, 내부를 통과해 머리뼈 반대편에 도착했을 즈음엔 그 관통력이 상당히 죽어 거기까지 뚫지는 못하는 대신 되튕겨 나오고, 그 즈음에서야 겨우 에너지가 다해 뇌를 곤죽처럼 만든 채 그 안에서 정지한다.

말로는 길지만 탄환 발사로부터 여기까지 이르는 데에 길어야 일 초 남짓. 프리크가 쓰러져 꿈틀거리고 그 너머로부터

또다른 프리크가 병사에게로 달려든다. 병사는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고 그 프리크도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완전하게 총알이 박히지 않은 듯 프리크가 다시 일어나려 했고 병사는 그런 프리크에게 다시 총을 쏘았다. 철컥. 총알이 나가지 않았고 병사는 그제야 자신이 여섯 개의 탄환을 다 사용했음을 깨달았다. 곧바로 또다른 리볼버를 꺼내서 프리크에게 발사한다. 탕! 한차례 움찔한 프리크가 비로소 움직임을 멈추었고 병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옆을 돌아보자

어느새 코앞에까지 다가온 프리크가 보였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리볼버를 들이대려 하지만 이미 프리크의 손톱이 그 얼굴을 훑고 지나간 뒤였다. 눈으로부터 턱까지 어이없이 갈리고 얼굴이 쩍 벌어져 피를 내뿜었으며 프리크는 간단히 그 머리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병사의 머리를 물어뜯은 그 프리크의 턱이 한순간 퍽 하고 터졌다. 부서져 나간 턱뼈와 이빨이 튕겨나가 바닥을 구르고 프리크는 입으로부터 피를 내뿜으며 괴성을 질렀다. 타앙! 잠시 후 그 머리로 재차 날아온 총알이 프리크를 침묵시켰다.

‘성실하군, 퀼튼.’

양손의 리볼버를 연사해 거침없이 프리크를 쓰러뜨리며 로제레트가 생각했다. 프리크와 병사들의 대결 승패 여부는 오로지 프리크가 어느만큼 접근하는가에 달려 있다. 원거리라면 병사, 근거리라면 프리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리볼버의 화력으로 어느 정도 호각을 이루고는 있지만 평원이라면 모를까 이런 절벽에서는 프리크 쪽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허용 범위 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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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일 년 만이었다. 지난 여름에 잠깐 보긴 했지만 제대로 보았다고 말할 만한 것은 아니었고, 그래서 쳰은 자신 옆에 서 있는 아가씨를 새삼스레 살펴보고 있었다.

키는 기껏해야 자신의 턱까지 올까말까 한 정도에, 몸 자체도 전체적으로 작아 보인다. 언뜻 보기에 유약해 보이지만 쳰은 이 아가씨의 체구가 얼마나 단단하게 잘 짜여져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쳰 자신과 마찬가지로 겉보기에는 마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단하고 유연한 근육으로 빈틈없이 짜여진, 권법에 최적화된 신체다. 옷 위로 비치는 윤곽을 언뜻 볼 뿐이지만 쳰은 예전에 볼 때보다 그녀의 몸이 더 좋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는 풀면 꽤 긴 흑발을 머리 양쪽으로 묶고 다시 말아올려 머리 양쪽에 반구가 두 개 붙은 듯한 형태로 만들었다. 속칭 만두 머리: 그녀는 이 머리를 자주 하곤 했다. 머리가 휘날리지 않아 권법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었으나,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쳰이 그 머리를 그녀에게 어울린다며 좋아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체적인 생김새가 시원시원하고 (약간 사나운) 페이올렌과 달리 그녀는 어느 쪽인가 하면 오밀조밀하고 유순해 보인다. 흰자위가 보이지 않을 만큼 눈동자가 큰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리라. 그녀에게 닿는 모든 것을 갈무리해 받아들이는 듯한 검은 색의 눈동자. 쳰은 그녀의 눈도 좋아했다.

그녀의 모든 것을 좋아했다. 윤기 있는 흑발도, 선이 고운 이마도, 약간 짙은 눈썹도, 부드러운 눈동자도, 작은 콧날도, 얇은 입술도, 가느다란 턱선도. 그녀는 소꿉친구였고, 동료였고, 연인이었다. 헨쉬에서의 어빈의 말을 기억한다. 소꿉친구를 잃어봤느냐는 말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분이 어떤지 아느냐는 말을. 어빈이 느꼈을 감정과는 다르지만 쳰 또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밍을 이해할 수 없었다. 쳰은 그녀와 진심으로 함께 하고 싶었으며 그러한 마음이 이밍에게도 마찬가지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했기에 그녀가 일방적으로 결별을 선언했을 때에는 충격을 받았으나.

이제는 알고 있다. 그녀가 왜 그렇게 행동해야만 했는지. 그녀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얀지아 옌의 딸, 이밍 옌을 눈앞에 두고 쳰 리는 천천히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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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

램의 말에 의해 전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막사를 벗어나 카웰 성을 향하여 평원으로 돌입한다. 눈앞에 가득한 것은 까마득할 정도로 많은 프리크들이다.

여덟 개의 눈. 코뼈가 없이 주저앉은 코. 입술이 없는 입에는 송곳니만이 가득차있다. 피부 자체가 없다시피하므로 근육이 거의 그대로 드러나 있으며, 인간의 골격과 비슷하지만 비율이 제멋대로고 근육의 형태도 엉망진창으로 울퉁불퉁하다. 동체에 비해 팔다리가 길고 손끝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길게 자라 있다. 그러한 것들이 만 오천 마리가 모여, 전원이 인간들을 향해 눈을 돌리고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다.

접근한다. 크레이드가 침을 삼켰다.

접근한다. 적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접근한다. 램이 심호흡했다.

접근한다. 앞으로 열 발짝.

그 순간,

타타타탕, 하는 소리가 알프낙슈테트 쪽으로부터 들려왔다. 다소 희미했지만 확실히 총성이었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캘빈이 중얼거렸다. “핸드캐논? 왕국군인가?” 동시에.

불과 열 발짝 앞에 있던 프리크들이, 수십 마리가― 일제히 달려 들어왔다!

―라는 순간 쳰의 모습이 사라졌다.

눈에 비치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들어 오른발 옆차기와 오른손 등주먹으로 두 마리를 날려버린다! 프리크들이 튕겨나가고―

아니, 아직 튕겨나가려고 하고 있을 즈음에 쳰이 다시 움직인다. 폭풍이 휘몰아쳤다. 프리크는 튕겨나가 뒤편의 프리크들까지 무너뜨리며 쓰러지거나, 얼굴이 박살나 피를 뿜으며 무너지거나, 팔다리 중 어느 하나가 부러져 날아가거나, 내장이 죄다 파열해버리거나, 척추가 부러져 꺾이거나, 어쨌거나 그런 모든 것들이 눈 깜짝할 사이 일순간에 일어나서,

1초가 지났을 때에 쳰이 쓰러뜨린 프리크가 수십이었다.

그러나 쳰을 지나쳐 인간들에게 달려드는 프리크도 있었다. 어쨌거나 프리크의 수가 워낙 많았기에.

“부서…….”

외치려던 신시아를 어빈이 가로막았다. “아껴 둬요.” 그리고 그 자신이 나서며, 등 뒤에 매고 있던 카타나: 크레센트를 뽑아든다.

―라는 것과 동시에 다짜고짜 검풍!

달려들고 있던 프리크들 너댓 마리의 얼굴에 일제히 가로로 붉은 선이 생기더니 다음 순간 그 선으로부터 얼굴 윗부분이 미끄러져 떨어진다. 단면으로부터 붉은 체액이 거침없이 솟구쳐나오고 그대로 다리를 꺾으며 쓰러진 프리크들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달려드는 프리크의 수가 한참 많았다. 워낙 프리크의 수가 압도적이어서 어느새 인간들을 포위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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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열심히 써야지..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