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금난새 지음 / 생각의나무

 클래식이라 하면 어렵게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사실 클래식은 즐겁습니다. 현재 우리가 쉽게 들고 즐기는 음악과 형식이 좀 다를 뿐이지, 즐기는 방법에만 익숙해지면 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뭔가 공부해야 한다"는 선입관이 클래식을 즐기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봅니다만, 사실, 음악을 자기 나름대로 듣고 즐기면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클래식을 즐기는 것은 옛날 명작 소설을 읽어 보는 것과도 같습니다. 현대인의 감각과 다를 뿐이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습니다. ㅡ라고,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즐기기 위해 중요합니다. 물론 실제로 복잡한 음악도 있지만, 처음부터 어렵다고 인을 치고 들어갈 필요는 없겠지요.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은 유명한 지휘자인 금난새 씨가 클래식을 보다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도록 써놓은 책입니다. 각 시대별로 대표적인 두 명의 작곡자를 골라서 두 명을 대조해서 그들의 삶 (그 당시 활동하던 다른 음악가들도 언급됩니다)을 말하며, 더불어 그 시대의 사조에 대해서도 언급하죠. 깊게 파고든다기보다는 개론에 가깝습니다. 일단 책에 쓰여있는 대로 제목을 적어보면: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 바흐와 헨델
음악의 신동 모츠르트,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고뇌하는 예술가 베토벤, 음악의 미식가 로시니
가난한 가곡의 왕 슈베르트, 귀공자 멘델스존
피아노의 시인 쇼팽,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닌 인기스타 리스트
고전적 낭만주의자 브람스, 종합예술가 바그너
러시아 음악의 선구자 차이코프스키와 림스키-코르사코프
프랑스의 자존심을 되살린 드뷔시와 라벨

 즉 바흐와 헨델로부터 드뷔시와 라벨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살아간 시대와 예술사조-사상의 변화를 언급하며 또한 그 속에서 음악가 개인의 성격과 삶에 대한 성향, 짤막한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며 그것이 그들이 만들어낸 음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쉬운 말로 (심지어, 이 책은 서술에 존대말을 사용합니다) 설명하는 책입니다. 혹자는 '그게 결국 공부 아니냐'고 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공부는 즐거운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공부는 더욱 그렇죠. 음악가의 삶과 그 시대 성향을 아는 것은 비단 클래식만이 아니라 현대음악, 가요 등에 있어서도 음악을 즐기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이게 꼭 음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서도.

 여하간, 클래식을 즐기는 데 있어서 전체 맥락을 한 번 쭉 훑게 해주는 좋은 책입니다. 책 제일 뒤에는 서양사와 음악사를 간단하게 정리한 연대표도 있어서 시대 분위기를 정리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과 관련하여 서양 사상의 변화를 훑을 때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 저)도 함께 읽으면 시대를 개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