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사오는 분명 반응 속도를 향상시켜준다. 다만 느끼고 반응한다는 것보다는, 느끼는 순간 뇌를 거치지 않고 몸이 자동반응하도록 만든다는 것에 가깝다.

# 치사오를 하는 거리는 서로 치면 바로 맞는 거리다. 따라서 내 공간을 지켜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팔을 돌리면서 힘의 흐름은 상대에게로 가야 하고, 상대의 흐름이 내 공간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켜내야 한다.

# 내 팔이 뭉개지는 것은 공간을 침범당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건 다시 말해 맞는다는 소리다. 그곳은 지켜내야 하는 영역이며, 상대가 쉽게 들어오도록 놔두어서는 안 된다.

# 그걸 팔힘으로 할 수는 없다. 억지 완력은 중심을 뜨게 만들고, 상대의 움직임도 감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게다가 팔힘을 쓰지 않는 게 실제로 더 힘이 세다.

# 팔힘을 쓰지 않기, 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반응하고 받아내고 흘리는 것만 아니라 공격의 속도와 위력에도 큰 차이를 주므로. 팔힘은 아무리 강해도 보통 맞고 버틴다. 몸힘은 이건 맞으면 가겠다는 느낌이 바로 온다.

# 치사오는 실제적인 것이고,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수련 중 하나다. 그것은 즐겁지만 즐겁지만은 않은 것이고, 힘들지만 힘들지만은 않은 것이다.

Posted by Neissy

# 기본기 수련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근본 중의 근본. 잘하고 싶으면 기본기는 당연히 계속 해야 한다.

# 기본기를 왜 계속 해야 하는가?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역시 무얼 하든 가장 밑바탕에 깔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기만으로 끝을 내든, 좀 다른 상황이어서 고급 기술을 쓰든, 바탕은 기본이니까.

# 수련한 지 14년이 되어도 (라고 말해도 20,30년 이상 수련한 사람이 보기엔 또 짧을 거라는 거 알지만) 기본기를 계속 수련하는 건 기본기의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서인가? 어떻게 보면 맞지만, 초보 무술가가 단지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서' 라고 생각하면 조금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무술을 배우고 수련하면서 형태나 몸 쓰는 법은 계속 변화하며, 그것은 당연히 기본기에도 반영된다. 기본기가 내 모든 것은 아니지만, 내가 배운 모든 것을 담아야 하는 것이 기본기라고 하면 되겠다. 무슨 말인가 하면 기본기에 완성이란 없으며, 무술을 하는 내내 끝없이 다듬고 고쳐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그런 의미에서, 무술을 조금 배웠다고 자기 생각대로 기술을 고치는 행동을 나는 매우 경계한다. 설령 대놓고 고치지 않더라도, 자기식으로 굳어진 것을 지적받아도 고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러는 순간 기술은 그 당시 자신의 수준으로 고쳐지며, 더욱 향상될 기회를 막을 것이다.

# 무엇이 모자란지, 무얼 바꿔야 하는지, 무얼 해야 하는지 항상 생각할 것. 사부님의 동작을 보고 눈에 담고, 그렇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할 것. 그리고 답을 알게 되었다면 생각만 하지 말고 수련할 것.

# 잘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많이 해야 한다. 무술만이 아니라 어느 영역에서고 마찬가지 이야기다. 많이 하지 않고도 잘할 수 있다면 꿈같은 이야기겠지. 그런 게 있다면 나도 하고 싶다. 사부님은 어떤 동작을 가르치신 후, 수백 번씩 하세요, 수천 번씩 하세요라고 말씀하셨지. 사부님이 하라는 걸 안 하면서 잘하길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닐까.

# 본래 무술은 갑작스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쓰기 위한 기술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머리로 생각해서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죽도록 반복해서 몸에 새겨진 것만이 나오는 법이다. 이걸 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기술은 쓸 수 없다. 쓸 수 있나 없나를 떠나 그렇게 나와버리는 기술이 쓸 수 있는 기술이다. 본능적으로 무술이 나오도록 몸을 바꾸는 것. 그게 무술이다.

# 그러니까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반복해서 연습한다.

Posted by Neissy

한마디

영춘권/수련단상 2024. 1. 1. 21:37

가관일세.

Posted by Neissy

즉 중심이 내려간 상태에서 가볍게 움직이는 게 슬슬 되기 시작했습니다. 공격할 때 팔에 힘 쓰지 않으면서 몸으로 때려박는다거나, 상대가 강하게 공격해 와도 그걸 역이용해서 흐트러뜨리고 반격하기가 한결 쉬워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이것도 수준이 있고, 갈 길이 아직도 한참 멀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만, 몸 쓰는 방법 자체가 또 바뀌고 있다는 것이며 어떻게 하면 사부님의 움직임을 따라갈지 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제겐 고무적인 일입니다.

따라서 부가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중심도 조금 더 잘 보이게 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선 자세라고 꼭 중심이 높은 것도, 무릎을 굽히고 낮춘 자세라고 꼭 중심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중심을 낮춘다고 말하면서 힘을 쓰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그래서는 몸이 뜰 수밖에 없죠. 몸이 뜬다는 건 부딪혀서 흘리는 게 안 되고 부딪혀 튕겨나간단 뜻이고, 공격할 때도 자신의 생각만큼 강하게 공격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건 이제 어느 정도는 실제로 만나서 보지 않고 사진만 봐도 어느 정도 중심이 내려앉았는지 보이긴 합니다.

제대로 몸을 써서 공격하고 몸을 써서 흘리려면 강인한 다리와 코어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그쪽이 좀 더 단련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그쪽에 좀 의식을 해야 하긴 하지만, 이 부분을 지나치고 이게 자연스러워지면 중심도 더 내려앉겠죠. 이게 된다 해도 이걸 잘 활용해서 타이밍 맞게 반격하는 건 지난한 연습을 필요로 합니다만, 그 점은 어쨌거나 치사오를 신경 써서 계속하는 걸로.

올해 초의 제 움직임을 돌이켜보면 지금에 비해 확실히 굳어 있었죠. 좀 더 풀린 느낌이고, 아마 곧 작은 벽을 또 하나 돌파할 듯한 느낌이 듭니다. 열심히 해야지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