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을 고용해서 좀 더 친숙한 이미지를 내세우려 한다는 데에 대한 비판은 이미 꽤나 있는 걸로 알지만, 자기들이 돈 벌고 싶어서 광고 결과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뭘 어쩌겠나. 그냥 그런 데 얼굴 들이밀면 '그래 너도 돈이 최고구나' 생각하고 그런 인간은 조낸 비호감으로 보면 되고..

요즘 몇달 무이자라는 게 열풍이다. 참 친절하다. 돈을 빌리고도 그 안에만 갚으면 이자가 없다는 거다. 물론 신용등급이 떨어져서 1,2금융권에서 대출받기는 힘들어지겠지만 그런 것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사채를 쓸 리야 없고. "우리는 뒷일은 생각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되겠죠 뭐" 마인드면 이것처럼 참 좋은 게 없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정말 가증스럽지만. 이자 받아먹고 사는 놈들이 무이자를 미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뭐 연 66%정도의 이자야 합법적인 금리니까 저렇게 당당하게 광고도 내거는 거지만.

하지만 이를테면 미X사랑 광고 같은 거 말인데, 보면 볼 수록 태클 걸고 싶어진다. 한 번 보자.

~주부들의 대출고민~
"남편한테- 말하자니 좀 그렇고- 어디 가서 빌리자니- 주부라서"
"두돠알~! 주부님도 무이자아아~ 미X사랑 두 달 무이자~♪"

~직장여성의 대출고민~
"잠깐 쓸 건데- 어디 가서 빌리기도 그렇고-"
"두돠알~! 여자라면 무이자아아~ 미X사랑 두 달 무이자~♪"


..저게 정신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우선 1번, 남편한테 말하자니 좀 그래서 사채를 쓰신다? 애당초 남편한테 말하기 껄끄러운 건 하지를 마. 남편한테 말하기 뭐해서 사채를 쓰신다니 거 참 잘 돌아가는 집안이다. 사실 이 포스트 쓰려고 네이버에 미X사랑을 쳤다가 이런 지식인 질문을 봤다: "미X사랑에서 부모님 몰래 대출받으려고 하는데요 소액도 가능한가요?" ..부모님 몰래라고 하는 걸 보면 본인도 껄끄러운 건 아는 모양이다.

그리고 2번. 잠깐 쓸 건데.. ..라. 잠깐 쓸 거고 금방 갚을 수 있다면 사채를 쓰는 게 더 이상하잖아? 막장테크 타서 정말 어떻게도 돈을 융통할 수 없는 사람이 제살 깎아먹는 짓이라는 거 알면서도 쓰는 게 사채 아니었나? 잠깐 쓸 거라는 말은 금방 갚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서 하는 말이겠지? 그럴 거면 좀 더 제대로 된 금융권을 이용하라구. 제대로 된 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할 만큼 이미 말려서 길이 없다면 또 모르겠지만. (근데 그게 정말 길이 없는 건지,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 난 글쎄..)

솔직하게 말하자고. 저런 고리대금업은 일반인이 간편하게 이용할 만한 금융권이 아니다. 그런 걸 일반인의 힘이 되어주겠다는 식으로 가증스럽게 포장하지 좀 말란 말이다. 위에서도 한 말이지만, 정말이지, 이자 뜯어먹고 사는 놈들이 무이자로 유혹한다는 것부터가 정말 가증스럽다. 돈 받아처먹으니까 양심에 철판 깔고 광고에 얼굴 들이미는 유명인 이모저모 씨들도 마찬가지고. 뭘 하고 먹고 살든 그건 니네 맘이지만 '여러분을 위하는' 척 하지 마라.

카드빚 같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인데.. 인생을 즐겨라,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질러라, 당신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이런 식으로 광고한다. 풍요롭긴 개뿔.. 빚으로 풍족하겠지.

빚, 빚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자금은 딸리지만 수준은 올리고 싶어서 무리하는 게 빚을 늘리는 원인이다. 어쩔 수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서 그거 99%는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니라 욕심이 생겨서다. 남들 하는 거 보고 우리도 이렇게는 해야지, 저렇게는 해야지. 이 정도는 해야지 저 정도는 해야지. 다들 그렇게 말하면서 빚을 내고 산다. 참 잘 돌아가는 세상이다. 당신이 정해 놓은 어떤 모습만 올바른 인생은 아니야. 하긴 록키 보고 결국 진 건데 뭘 그리 좋아하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긴 하더라만..

..뭔가 쓰고 나서 다시 보니 굉장히 까칠모드구나 이거. 근데 아무래도 난 남 등쳐먹으며 사는 사람들은 정말 꼴보기 싫다. 이래저래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돈은 중요하지. 근데 그 돈 가지고 뭘 할 거냐?
Posted by Neissy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해문출판사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중 최고 걸작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작품입니다. 대체적으로 저는 추리 소설을 읽으며 작가와의 대결을 즐기는 타입의 독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말해, 범인이 누군지 알아맞추려고 전혀 노력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간에 황당하다거나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하고 머리를 흔들지는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이 소설의 경우에는 본의아니게 다른 형식으로 대결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건 제게 그렇던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분에게도 너무 강력한 힌트가 되니까 그 이야기는 좀 아래에서 하기로 하죠. (숨겨놓을 테니 보고 싶지 않으셔도 걱정 하실 것 없습니다)

일단 이 소설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 보면, 추리하는 재미가 충분한 작품입니다. 상당히 교묘하게 짜여진 글이고, 아래에서 언급할「ㅂ」소설처럼 눈에 띄이는 힌트를 쉽게 주지도 않습니다. 사실 제가 얻은 힌트는 글 내에서가 아니라 글 외의 환경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범인을 알아내기 쉬웠죠. 말하자면, 순수하게 글만 보면서 범인을 찾아내려고 한다면 십중팔구는 실패할 겁니다. 그러나 이미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의 감상이 있기 때문에 범인 찾기가 쉬워지죠. 이 글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한다면 그게 상당히 큰 힌트가 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의 재미를 위해 기본적으로는 힌트를 드리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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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ssy
에이리언 2020 (원제 피치 블랙)
데이빗 트오히 감독, 빈 디젤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항간에 에이리언 2020, 혹은 에일리언 5라는 이름으로 떠도는 바로 그 물건입니다. 단언하는데 에일리언이라는 이름에 속아서 에일리언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봤다가는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실 겁니다. 외계생명체가 나오긴 하지만 이 놈은 에일리언이 아니거든요. 사실 저도 처음에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이거 뭐야 싶었습니다만, 이게 '에일리언 시리즈가 아니다'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보기 시작하자 이게 또 맛깔스러운 물건이더군요. 1급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에일리언 5라는 이름이 쓸데없이 붙어서 이 영화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점이 아쉽달까요. 엄연히 다른 물건을 이런 식으로 시류편승한 제목을 붙였다가는 오히려 더 나쁜 결과만 초래하는 겁니다. 원제 피치 블랙, 이거 좋잖아. 에이리언 2020이 뭐냐.. 2020 원더키디도 아니고. (아 원더키디 보고 싶네)

일단 시작은 자그마한 우주선인데, 운석우에라도 휩쓸렸는지 구멍이 뻥뻥 뚫리고 선장도 죽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원래 가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중간에 승무원들이 동면에서 깨고 마는데, 우주선 상태는 안 좋고 근처의 행성으로 불시착하게 됩니다. 컴퓨터가 그 행성을 잡아낸 이유는, 적당한 산소도 있고 기온도 적당해서, 인간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었지요. -물론, 이런 SF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소리입니다만, 인간이 살 수 있을 만한 행성이라면 '다른 무언가'도 살고 있기 마련이지요- 태양이 세 개나 되어 절대로 밤이 찾아오지 않는 이 행성은 사막이었고, 예전에 생명체가 살았던 흔적도 있었습니다. 마치 코끼리 무덤처럼, 거대한 무언가의 뼈들이 가득했지요. 죽은 별인가 하고 절망하기 시작할 무렵 예전에 인간들이 찾아와 세운 건물과 비상용 우주선을 발견합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흔적이 가득했고 우주선의 연료도 떨어졌으나 그건 불시착해 망가진 우주선에서 가져오면 해결될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행성에는 어두운 곳에서 숨어 사는 모종의 생명체가 있었고, 부주의하게 그 생명체가 있는 곳에 들어갔다 사망하는 사람이 생겨났습니다. 다만 이 생명체는 밝은 곳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낮만 계속되는 이 행성에서는 괜찮으리라고 생각했으나, -놀라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예전 이 행성에 왔던 인간들, 지질학자가 만들었던 이 행성과 주위 항성의 모형도에 의하면: 거대한 행성 때문에 태양들이 모두 가려져 기나긴 일식이 찾아오는 겁니다. 그것이 22년 전 이번 달에 일어나는 일. 그리고 지금은 그 후 22년 오늘. 그리고 바야흐로, 일식이 찾아와- 빛 한 점 없는 어둠이 드리웁니다. 어둠 속에서 무시무시한 수로 나타나는 '그 생명체'들. 과연 인간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뭐, 이런 영화라는 거죠.

빈 디젤이 (전 잘 몰랐는데 나름 유명한 사람이었던가보군요. 트리플 엑스에도 나왔다던가. 그걸 봤어야지) 죄수로 출연합니다. 살인자이고 오랜 기간 갇혀 있었습니다. 그 범죄자들의 도시는 어둠 뿐이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눈을 의사에게서 수술받아, 빛이 없으면 볼 수 없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어둠 속에서만 오히려 잘 볼 수 있습니다. 이 남자가 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긴 전반부에서도 중요하긴 합니다. 불시착하고 그 후 혼란의 틈을 타 탈주하는 탓에 사람들이 목숨의 위협을 느끼거든요. 이 사람, 명실상부한 악당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만 설명하면 '왜 이런 멋진 영화가 아직까지 묻혀 있는가!'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지 몰라 설명하는데, 소재는 쓸만합니다만 플롯이 아주 잘 짜여졌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미묘하게 허술한 부분들이 눈에 보이고, 보다 보면 캐릭터들이 굼떠서 갑갑하다 싶은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세 개의 태양 중 하나는 푸른빛을 발하기 때문에, 그 태양이 떠 있을 때의 행성은 온통 푸른 빛이라 보는 관객도 눈이 피로해집니다. (...) -뭐 사실 전반적으로 톤 자체가 좀 편안하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만..

..하지만 또 이렇게 말하면 '그거 몹쓸 영화로구만' 하고 생각하실 분도 또 있을 거 같아서 덧붙여두면, '어둠 속에서만 활개치는 이형의 생물체'를 사용한 압박감과 연출이 굉장합니다. 일례로, 빛이 있으면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일식이 찾아왔을 때 다들 빛을 두르고 가는데, 한 사람이 도중에 잘못해서 떨어져 나갑니다. 이 사람이 어둠 속에서 라이터를 가지고 있다가 도수 높은 술을 마시고 뿜어 한순간 주위가 환히 보이게 만드는데, 그때까지 주위가 어둠이라 보이지 않았다가 그 한순간 사방을 빠곡하게 들어찬 '그 놈들'이 드러나고,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암전됩니다. 뭐 이런 연출들은 정말 꽤 잘 만들었다고 감탄했지요.

그런 의미에서 꽤 볼만합니다. 잘 말해도 일류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절대로 삼류는 아닙니다. B급 SF호러로서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어요. 구할 수 있다면 한 번쯤 보시길 권합니다.
Posted by Neissy
스파이더 맨 3
토비 맥과이어,키어스틴 던스트,제임스 프랑코 / 샘 레이미

오늘 Creade와 함께 보고 왔습니다. (랄까 Creade를 아주 맛있게 뜯어먹었습니다. 돈을 뜯김당해 준 Creade에게는 정말이지 심심한 감사를) 아직 안 보신 분이 훨씬 많을 테니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는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몇 가지 사소한 감상만 말하도록 하죠.

예를 들어 슈퍼맨과 비교하자면- 스파이더맨은 참으로 구슬픈 영웅입니다. 슈퍼하게 슈퍼한 슈퍼맨의 활약을 생각하면 스파이더맨은 실로 서민들의 영웅답게 일상도 활약도 서민스럽습니다. 여기서 깨지고 저기서 깨지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다채로운 액션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1편을 보고 2편을 보았을 때 그 화려해진 액션에 감탄했던 그 상황이, 2편을 보고 3편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숨막히게 펼쳐지는 액션은 단연 최고급입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다시피 3편에서 새로 등장하는 중요 캐릭터가 몇 있습니다. 그웬 스테이시, 심비오트, 그린 고블린 Jr, 베놈, 샌드맨. 누가 누구인지는 영화 보면 아실 테니 설명은 대강 제끼고 그 캐릭터들에 대한 감상을 원래 캐릭터들에 대한 감상과 함께 해 보겠습니다.

그웬 스테이시: "나의 그웬은 저러치 않아.." 랄까, 사실 나는 MJ보다 그웬 파라고요.. 흑흑.
심비오트: 간지작살. 심비오트와 함께 하는 피터 파커는 유쾌한 사나이. Shell we dance?
그린 고블린 Jr.: 네놈은 사나이다, 해리 오스본! 마지막 전투에서 그의 활약은 정말 캡.
베놈: "나의 베놈은 저러치 않아.." 뭐랄까 등빨이 너무 약합니다. 이 빈약한 애송이 놈. 그래도 멋지긴 멋져요. 엄청 조금 나온다는 게 아쉽지만.
샌드맨: Die Hard한 사나이. 죽일 수가 없어서 용서해 줬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억측일까.. (이건 나름 스포일러니 그래도 상관없다는 분이나 이미 영화를 보신 분만 긁어 보세요)

그리고

MJ: 비명 잘 질러서 키어스틴 던스트가 MJ 역을 맡았다는 추측에 이번에도 신빙성이 더 부여되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1편 볼 때는 좀 안 예쁘다 싶었는데 보다 보니 정이 붙어서 그런지 꽤 예뻐 보이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그웬. 그웬이.. 흑흑.
피터 파커: 여전히 소심한 안습인생 청년. 스파이더 맨이 영웅 대접을 받고 사람들이 환호하는 데 얼마나 기뻐하던지. (먼산)
스파이더 맨: 블랙 스파이더 맨 버전도 간지있긴 했지만, 역시 스파이더 맨이라면 원래의 붉은 슈트랄까요. 붉은 색은 세 배니까. 최종전투 즈음에 붉은 슈트를 꺼낼 때는 음악마저 어레인지. 역시 스파이더 맨은 이래야지.

덤으로

뷰글 신문사 사장: 3편에서 이 아저씨는 뭐랄까 개그 캐릭터.. 여러모로 웃음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스토리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적 캐릭터가 3명이나 나오다 보니 2시간 20분이라는 런닝타임을 가지고도 빡빡한 느낌이 듭니다. 압축도가 높아서 루즈한 느낌이 안 들고 장면 배분도 잘 해서 꽤 괜찮긴 합니다만, 1이나 2에서 느껴졌던 깊이는 좀 덜하군요. 이야기에 깊이를 기대하고 가신 분이 있다면 좀 실망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차피 전 액션 보러 간 거라서 괜찮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인 것도 아니었고 말이죠.

어쨌거나 재미있습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니, 걱정 없이 가서 두 시간 반을 즐기고 올 수 있는 영화 되겠습니다. 이거 4는 언제쯤에나 나올라나.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