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발보아
실베스터 스탤론,버트 영,밀로 벤티미글리아 / 실베스터 스탤론

록키 1은 1976년에 나왔습니다. 실베스터 스탤론 자신의 이야기를 자서전처럼 만들었던 록키는 정말 큰 흥행을 거두었고, 그 후로 록키 시리즈는 5까지 나왔지만 후속작들은 그리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인정받기 위해 록키가 싸우는 모습' 그 자체가 매력이었던 록키 1의 테이스트를 많은 부분에서 잃어버렸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록키 5 (1990)가 끝나고도 무려 16년만에, 록키 1 이후로는 30년이 흐른 2006년 (국내 개봉은 2007년이었지만)에, 록키 6가 아닌

록키 발보아가 나왔습니다.

위에서 주절거린 걸 보면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록키를 좋아합니다. 많은 록키 팬들이 그렇겠지만 록키 1을 가장 좋아하죠. 록키의 매력이란 역시 자기 자신에게 도전하기 위해 싸운다는 그 부분입니다. 설령 경기에서는 졌다고 하더라도 그는 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승부 결과 따위엔 상관없이 (연인의 이름인) 에이드리언을 외치는 그 마지막 부분이야말로 록키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2~5는 일단 제끼고. (이것들도 재미있긴 합니다. 포스는 약하지만)

록키는 나이를 먹었습니다. 에이드리언은 죽었고, 록키는 작은 식당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록키의 일과는 에이드리언의 무덤을 돌아보는 것, 거리를 돌아다니며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과거는 지나갔고, 영광도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TV에서 록키 발보아와 현 챔피언 메이슨 딕슨의 가상 승부를 보여줍니다. 결과는 록키의 승리.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상 게임일 뿐입니다. 그러나 이 가상 승부가 록키의 가슴에 다시 불을 붙입니다. 그러나 록키는 이미 늙었습니다. 예순 살이면 복서로선 퇴물 중의 퇴물입니다. 객관적으로 승부가 될 리 없습니다.

그러나 록키는 아들에게 말합니다: 얼마나 센 펀치를 날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얻어맞고 얻어맞아도 계속 일어나 앞으로 나가는 게 중요한 거라고, 그게 이기는 거라고.

뭐, 결과는 여러분이 직접 확인하시도록 여기에는 적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영화가 '록키 1'의 정신을 이어받은 이상, 어떤 식으로 극이 진행될지는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음악은 건재합니다. Bill Conti의 Gonna Fly Now가 조금 리메이크되어 나오는데 역시 멋집니다. 영화가 시작할 때의 음악, 몸을 단련할 때의 음악, 그리고 경기가 끝났을 때의 음악, '록키'의 음악 바로 그대롭니다. 록키는 얼은 고깃덩어리를 샌드백 대용으로 치고, 러닝으로 계단을 오르며, (경기 중에서는) 변함없이 방어는 잘 못 하고 한방주의 (...) 입니다. 정말이지 록키답달까요.

영화는 꽤나 절절합니다. 록키 1에서 그랬듯이, 록키 발보아의 입을 빌려 실베스터 스탤론이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습니다. 너무 감상적이지 않고, 이런 게 록키다 싶습니다. 기억나는 명대사 몇 개만 들어보며 이번 감상을 끝내 보죠. -기억에 의존한 구성이기 때문에 대사가 좀 틀릴 수도 있지만 (아니, 분명히 좀 틀릴 테지만) 양해해 주세요.

(경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만난 전 챔피언 록키와 현 챔피언 메이슨의 대화)
록키: 이런 말이 있었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야.'
메이슨: 뭐지 그건? 80년대 농담인가?
록키: 70년대야.

(경기중에?)
메이슨: 당신은 미쳤어.
록키: 너도 늙어봐.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앵커였는지 해설자였는지)
"제가 록키의 경기를 중계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저는 어릴 때 록키의
경기를 보았거든요. 그는 나의 우상이었어요."

-나도 그랬습니다. 극장에서 록키를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어요. 나는 DVD로 록키를 보았거든요.
Posted by Neissy
...이상하다? 이젠 별로 안 쓰네?
한두 조각 이상을 와구와구 깨물어 먹고 녹은 물을 입안에서 굴려도 이젠 꽤 맛있습니다.

"설마 나, 미각을 잃은 건가?"

..딴 걸 먹을 때 제대로 맛이 느껴지는 걸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으음, 익숙해지기 나름인 걸까요.
맛있잖아, 이거?!


옆에 있던 놀러온 동생놈이 제가 99% 먹는 모양을 보곤 이렇게 말하는군요:

"형, 좀 더 인생을 소중히 여겨."
Posted by Neissy
발렌테인 데이가 가까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집 근처 마트에서 메이지 초콜릿효과 3종 세트를 팔더군요. 자, 남자라면 이런 걸 보고 넘어갈 순 없지요. 본 즉시

샀습니다.


사는 김에 포스트도 할까 해서 L, H, O사의 다크초콜릿도 사왔습니다. 99%의 감상후기를 겸해서 다른 초콜릿의 감상기도 한번 적어 보겠습니다.


우선

1. 72%의 비교부터 해볼까요

국내 다크 초콜릿 붐을 일으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드림 카카오 72%와,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지 초콜릿 효과 카카오 72%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우선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드림카카오 72%는 판이 아니라 낱개포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하나하나 까먹기에는 이쪽이 편합니다만 역시 초콜릿은 판이어야지! 라는 편견이 있는 이유로 형태로서는 메이지 쪽이 마음에 듭니다.

각설하고 맛이 어떤고 하면..

드림카카오는 역시 한국인의 입맛을 잘 아는 롯데, 랄까 무난합니다. 고소하면서 부드럽고 적절하게 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입맛입니다. 56%도 꽤 강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저한텐 56%는 너무 달거든요)

메이지는 드림카카오에 비해 좀 더 산뜻합니다. 진한 초콜릿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만 약간 더 청량감이 있달까요? 이 청량감은 어딘지 모르게 약간 떫은 느낌도 있습니다. 물론 역으로 말하면 드림카카오 쪽이 메이지보다 뒷맛이 끈적하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여하간 둘 다 다크초콜릿으로선 일반인도 무난하게 소화할 만한 맛입니다.


2. 그럼 어디 73%와 76%를 합세시켜봅시다

이번엔 해태 엔젤 카카오 73%와 오리온 美 카카오 76%가 참전합니다. 73%는 700원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살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싸기 때문에 왠지 두 개를 사게 됩니다. 76%는 무설탕이라고 광고하고 있는데 설탕이 안 들어갔다 해도 단 이상 뭔가 들어갔을 건 뻔하기 때문에 어쨌든 상관없습니다.

엔젤카카오 73%는 맛이 좀 온화하달까요, 강한 코코아 향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드림카카오와 비교하면 담백한 느낌입니다.

미카카오 76%는 엔젤카카오보다 좀 더 가라앉습니다. 이 녀석도 코코아 향이 납니다. 단맛이나 부드러움이 미묘하게 달라집니다만 73%나 76%나 그리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이놈이 맛있으면 저놈도 맛있고 저놈이 맛있으면 이놈도 맛있을 겁니다. 여기까진 누가 먹어도 대강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우적우적 씹어먹어도 달죠.


3. 좋습니다, 86%의 영역으로 들어가 봅시다

예전에도 포스트를 올린 바 있습니다만, 여기서부터는 이제 '쓴 맛을 나름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아니면 먹기 힘들어집니다. 카카오 특유의 쓴 맛이 강해지고, 단 맛은 굉장 히 줄어듭니다. 좀 떫은 게 여기서부턴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어딘지 좀 한약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진 우적우적 먹어도 나름 단 맛이 느껴집니다. 다만 왠지 정신이 좀 깨이는 것이 이제부턴 슬슬 각성제로 써먹을 만 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 초콜릿이 현재 구할 수 있는 다크 초콜릿 중에서는 가장 맛이 적당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어째 좀 떫은 것 같은 느낌만 제하면, 적당히 혀를 자극하는 쓴 맛과 은은히 감도는 단 맛이 매력적입니다. '이런 게 다크 초콜릿이야!' 라는 느낌이랄까요. 깊이가 있습니다. 우적우적 씹어먹기보다는 천천히 녹여 먹는 게 어울릴 초콜릿입니다.

72%가 달착지근하게 느껴지면 그 때 도전하세요. 여기서부턴 좀 씁니다.


4.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Neissy의 99% 체험기 등장!

여기서 일단 메이지 초콜릿 세 개를 비교해 봅시다.

나란히 나란히~ (손이 떨려서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99%는 포장지 색깔부터가 다릅니다. 다른 분들의 감상기도 많이 있으니 아시겠지만 이 초콜릿에는 무려, 비정상적으로 쓴 초콜릿이니 조금씩 녹여 드시거나 단 음료와 함께 드시라는 경고가 붙어 있습니다. 이거 두근두근하지 않습니까. 황금색 포장지를 벗기면 나오는 새까만 초콜릿의 아리따운 자태. 웡카 초콜릿의 포장지를 벗기는 찰리라도 된 기분입니다. 자아, 황금색 딱지라도 나와 주지 않으려나?

냄새를 맡아 봅니다. 아, 초콜릿 냄새로군요. 카카오 냄새 맞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무시무시한 경고도 있어 왔으니 조금만 먹어 봅시다. 좁쌀만큼 깨물어서 녹여 보면, 아하, 전혀 달지 않은 걸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초콜릿 향내가 나니 나쁘진 않고, 이만하면 향을 즐길 수 있는 블랙 커피 같기도 하고. 이것 참, 그 수많은 '인간이 먹을 게 아니다'라는 감상기들은 모두 오버질일까요?

그래서 먹어 보았습니다. 과감하게 한 조각.

...처음에는 감상이 잘 오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잘 녹지 않으니까요. 일단 좀 녹아서 혀 전체를 이 초콜릿 녹은 물이 감싸게 되면, 감흥이 옵니다.

쓰긴 쓰구나 .... 하고.

정확한 평가를 위해 녹인 후 입 안에서 빙글빙글 굴리며 99%의 맛을 분석해 봅니다. 아, 이거 쓴 맛이 중추신경을 타고 정수리로 치고 올라가는군요. 척추를 타고 항문으로까지도 쓴 맛이 새어 나가는 기분입니다. 아,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재떨이 맛이라는 건 뜬소문이 아니었구나.

카카오 향기가 너무 강렬합니다. 이런 게 카카오로군요. 잘 알겠습니다. 이 쓴 맛은 확실히 보통 사람으로선 감당하기 힘들겠지요. 그러니 이 녹은 물을 삼켜버립시다. 오우, 머리가 어질해지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왠지 아쉽군요. 두 개 째, 이번엔 우적우적 씹은 후 그대로 녹여서 다시 굴려봅시다. 아, 이 쓴 맛, 왠지 중독성 있네요.

그러니까, 단순히 쓴 것만이 아니라, 떫습니다. 떫어요. 위의 메이지 초콜릿 감상에서 적은 바대로 왠지 이쪽은 떫은데 그게 아주 강해졌습니다. 역시 카카오매스 95%의 힘은 강하군요. 메이지 99%는 95%가 카카오매스, 4%가 코코아분말이고, 덧붙여 국내 다크 초콜릿은 카카오매스가 아니라 코코아매스입니다. 또 덧붙여 카카오와 코코아의 차이는, 다들 아실 테지만, 원료 그대로가 카카오이고 그걸 볶은 뒤 껍질 벗기고 지방분 제거한 게 코코아입니다. 국어사전에는 그렇게 나왔어요. 여하간 카카오랑 코코아랑은 다른 겁니다. 카카오매스와 코코아매스는 분명 뭔가 다르겠지요. -라고 현실도피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아, 이거 정말 눈물나게 쓰고 떫군요. 진정한 어른의 맛이란 이런 것인가.

세 개 째 먹자 정신이 또렷해졌습니다. 그렇군요, 정말 각성제입니다. 앞으론 글쓰다 피곤할 때 박X스를 먹을 필요가 없겠습니다. 이거 하나만 먹으면 정신이 싹 개운해지는군요.

..결론적으로, 이 초콜릿은 '맛을 즐기며' 먹을만한 놈은 아닙니다. 인간이 못 먹을 만큼 괴악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긴 합니다만, 사실 조금씩 입에 물고 향을 즐기면 또 나름 괜찮습니다, 속편하게 우적거릴 놈이 못 돼서 그렇지. 사다놓고 생각날 때 조금씩 즐기기엔 이것도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걸 왜 보통 마트에서 안 갖다놓는지는 확실히 잘 알겠습니다. 나같은 녀석이 흔치는 않겠지. (...)

그러니까 여러분, 99% 사놓고 도저히 못 먹겠으면 저 주세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
Posted by Neissy

우부메의 여름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손안의책(사철나무

카 모 군도 감상한 바 있습니다만 이 이 소설은 추리라고 보기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 소설 전반부를 사용해 '이 세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린 후 그 정의에 의거해 '일어난 사건의 진상'을 풀어나가는 소설이거든요. 즉, 제게 이 소설의 재미 포인트는 '추리'가 아니라 그 '세계'였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계는 세계 자체가 아니라 뇌에서 정보를 취합해서 조합한 세계이고, 그렇기 때문에 '실제'와 '인식'이 다를 수 있다. 이게 소설 전반에서 중요한 키포인트입니다.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썰을 풀어 나가고 그게 참 그럴 듯한 전개 자체에 대해서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다면,

역시 기독교 관련에 대해서랄까요 ← 요새 어째 이쪽으로 할 말이 많다;

작중에서 교고쿠 나츠히코는 교고쿠도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합니다: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 종교인은 본 적이 없다는 나이토에 대해 반박하는 중에) "ㅡ그럼 기독교는 어떨까요? 이 쪽은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사람은 지옥에 갑니다. 신앙을 이룬 사람은 천국으로 불려가지요. 신에 대비되는 악마는 있지만, 이 쪽도 영혼이 어쩌고저쩌고 할 틈은 없어요ㅡ."

아니, 많은데요 (...)

세 례를 받지 않고 죽은 사람이 지옥에 가는 게 아니라는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여호와 하나님 자체가 영이고, 그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존재인 인간은 더없이 영적인 존재이며 영혼의 존재야말로 기독교의 기본 중의 기본임을 저렇게 간단히 무시하시면 곤란하다 이겁니다. 아니 애당초 육체가 죽어서 여기서 썩고 있는데 영혼을 무시하면 대체 천국과 지옥으론 뭐가 가 있다는 겁니까. 게다가 기독교의 핵심 중 하나는 부활이란 것도 있는데, 영적인 부분을 무시하면 이게 굉장히 난해해집니다. (더 자세한 신학적인 변론까지 필요할 것 같진 않으니 생략하겠습니다 (...))

..그래서 대체 왜 또 아는 체를 한 거냐 하면, 일단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저렇게 왜곡되어 있다는 걸 볼 때 '다른 것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것 갈지만 실은 왜곡되게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문제랄까요. '맛의 달인'을 보면서 '오 이 작가는 참 아는 게 많구나' 이러다가 한국 편에서 한국음식에 대해 뭔가 오해가 있는 걸 보고 '어라 실은 다른 음식도 이렇게 오해하는 부분들이 많은 거 아닐까' 싶은 느낌이었습니다. ..뭐 어차피 저 소설 자체가 가설에 의거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세계이니 그게 그렇게 문제만도 아닐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먼산)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선 이 소설이 판타지란 거죠. (...)

각설하고, 판타지건 어쨌건간에 글솜씨도 좋고 썰을 풀어나가는 솜씨도 훌륭합니다. 여하간 나름대로 일리는 있달까요, 이 '또 다른 세계'의 매력이 꽤 풍부한 편이니 이 쪽에 포인트를 두시면 꽤 재미있을 겁니다. 여하간 정통 추리소설과는 포인트가 상당히 틀리니까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