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몇 달 전부터 버튼이 잘 눌리지 않았기에 꽤 귀찮았더랬습니다. 모처럼 다운받았던 게임들도 도무지 플레이를 할 수가 없었고 (미니게임천국 같은 건 버튼 응답성이 생명이란 말이죠) 문자 보낼 때도 꾹꾹 누르지 않으면 영 써지지가 않았으니까요.

물론 이 경우 AS가 기본입니다만.. 수원 AS센타가.. 뭐랄까.. 저희 집에서는 차를 한 번 갈아타고 가야 한단 거죠. 수원역에서 10~20분 거리니 알바 끝나고 가도 될.. ..지도 모르지만 그리 하면 갔다가 수원역 다시 돌아와서 또 집 가는 버스.. ..귀찮기 서울역에 그지없습니다.

그런 연유로 귀찮아서 AS센타 몇 달째 안 가고 있다가 '에이 몰라, 귀찮다, 그냥 내가 수리하고 말지. 망가지면 그건 그 때 일이야' 라는 마인드로.

일단 뜯었습니다. (폰카 말고는 카메라가 없어서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배터리 떼내고 안의 나사 풀고, 후면 상단에 마개로 감춰진 나사도 풀고.

헌데 분명 나사는 다 풀었는데 안에 뭔가 걸려서 안 나오더라고요. 힘으로 잡아뺄까도 3.14초 정도 고민했습니다만 그러다 작살나면 작살인고로 그건 기각. 1자 드라이버를 이음새에 넣고 좀 후벼 (...) 보니 달칵 하면서 분리되더군요.. 랄까, 내부에 플라스틱 걸쇠로 또 분리방지장치가 되어 있더군요. 양쪽에 두 개씩. 뭐 대단한 건 아니었습니다.

내부에는 버튼 판과 기판이 들어 있는데, 기판 위에 버튼 판이 얹혀 있는 구조였습니다. 딱히 붙은 것도 아니니 분해는 쉬웠습니다.

뭐 핸드폰 버튼이야 멤브레인이랄까요. 키캡이 없고 직접적으로 스위치를 누르는 형태의 초보적인 멤브레인. 러버 돔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필름.. 러버 돔인데요. 이게 기판에 붙어 있더군요. 떼도 되는 건가? 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뭐 어떠냐는 마음으로 샤샤샥 분리. 접착력이 있는 테이프 같은 느낌이라 나중에 다시 붙일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처음 붙어 있었을 때보다야 좀 접착성이 약해졌겠지만.

매직블럭을 조금 잘라서 (이게 뭐 닦을 때 참 쓸만합니다) 분리한 필름 부분의 접점과 기판 부분을 열심히 닦아 주었습니다. 처음의 흐릿함이 사라지고 다시 깨끗함이 살아나면 청소 종료.

분해했던 것의 역순으로 재조립, 배터리 합체, 스위치 · 온!

..버튼, 무지무지하게 응답성 좋아졌습니다. 살짝만 눌러도 바로바로 인식하는 이 느낌이란.. 그래, 이거야, 원래 내 폰은 이랬다고! (감동의 눈물)

해서 저는 다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잇힝힝. (결론)



※ 러버 돔 스위치 : 예전 기계식 키보드 설명할 때 멤브레인을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쉽게 말해서 고무판에 접점이 있고 그걸 누르면 아래 기판 접점과 닿아 인식하는 방식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러버 돔과 멤브레인은 다른 것이며, 멤브레인은 키 스위치이고 러버 돔은 작동기 그 자체를 말합니다만 때로는 러버 돔이 작동기와 키 스위치를 겸하기도 합니다. 핸폰 버튼 같은 게 러버 돔 스위치라고 할 수 있겠죠. 키감은 여러분이 폰으로 느끼시는 대로입니다.
옛날 컴퓨터에는 러버 돔 스위치를 채용한 키보드도 있었다고 합니다만, 물론 사용자의 불만이 참 가득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근데 그게 무슨 컴퓨터였더라.. 옛날엔 이름 알고 있었는데 까먹었네요. (먼산)
Posted by Neissy
▶◀<가방끈, 최오근> 먼치킨 레이스님의 말: ※ 대역가명입니다: Neissy 주.
예전에
건담 빔라이플
모양
...기타와 바이올린이
있었어

[슬기/Neissy/JKD] 얼씨구나님의 말:
..음
순간 망상했다
..다스베이더풍 바이올린을
..활은 라이트세이버.



..라는 대화를 방금 하던 김에


I'm your violin


만들어버렸습니다, 이런 걸.
인물보호를 위해 언제나처럼 모자이크. (장영X님 죄송 <-)

만들고 나서 보니 생각보다 임팩트가 약해 아쉽습니다.
모처럼 베이더 님을 사용했는데 너무 대충 만들었나..

..뭐 어쨌든 만든 거, 여러분도 대충 즐겨주세요. (낄낄)
Posted by Neissy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열린책들

내용이나 구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면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가 되니 생략하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이중간첩을 소재로 하며 리얼하면서도 다소 추리소설틱한 스릴러 구성이 맘에 듭니다. 적절한 심리 표현에 뒤로 가면 밝혀지는 진실도 좋고, 무엇보다 이 소설은 주인공 리머스의 시점에서 보게 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혼동이 뒤따릅니다. 이 글의 뒤통수치기는 사람에 따라 충격이 약할 지도 강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거의 끝에 가서야 '이건 이거 아닐까? 아니 설마 그러겠어' 하고 있다가 당했더랬죠.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스파이라는 것 자체가 상당히 비인간적이죠. 사람을 속이고 이용하면서, 소위 '대를 위해 소를 버린다'는 것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이 소설에서의 '추운 나라'는 이 비인간적인 요소들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추운 나라'라는 것부터가 좀 이중성을 띄고 있는데.. 이건 초반부에선 실제로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리머스를 말하기도 합니다. 후반부의 그것은 '나라'라고 말하기 조금 뭐합니다만. (원제는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입니다)

그런 면에서 마지막 엔딩은 확실히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라고밖에 할 수 없겠군요. 리머스는 자신이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가치 중에서 결국 '사랑'이라는 인간적 가치를 택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진지한 글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뭐 후회하시진 않을 거예요.
Posted by Neissy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박태균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미국은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하나의 주체였으며 한국을 지켜주는 우방이자 한국에 개입하는 제국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입맛대로 한국을 조정하기 위해 해방 후부터 항상 한국의 깊숙한 곳에 개입해왔으며, 시대가 흐르고 한국이 성장함에 따라 그 방법은 달리해왔으나 의도는 달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기득권을 얻어내기 위한 방편으로서 미국을 이용해왔고 미국의 개입을 통해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기묘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미국이 개입해줌으로 오히려 국민들이 만족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저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수많은 문헌과 자료를 통해 한미관계에서 한국과 미국이 각기 서로에게서 무엇을 얻어내려 했으며 그 상호작용에 의해 서로의 정책과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었는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자료에 대한 주석이 635개나 되며 책 말미에 달린 주석편으로만 40페이지를 사용한다: 이 무시무시한 수의 주석은 자신의 해석에 반박하고 싶다면 일단 이 자료를 읽고 나서 하라! 고 외치는 것도 같다)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저자 자신의 말마따나 ‘삐딱한 시각 (머리말 인용)’인지도 모르겠으나 실제로 이런 시각은 내가 한미관계를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기에 적어도 나에겐 무리없이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평소 내가 주장하고 싶어도 지식이 부족해 못 말했던 것들을 알려주고 있으니 거부감이 드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전문가들이 본다면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을 내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반인에게는 이 정도 수준이 딱 좋다. 큰 무리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며, 미국의 이승만 제거계획이라거나 군사정부와의 대립, 베트남 파병을 통한 줄다리기 등의 에피소드는 재미와 동시에 지식을 안겨 준다. 다만 근본적으로 모든 정보가 완전 공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정황을 통한 자신의 추측을 말하고 있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역사에 있어 추측이나 가정은 위험한 것이니까. 그러나 그 추측이 딱히 억지라는 느낌은 들지 않으며, 충분한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기실, 이 책 전반적으로 저자는 결론을 내리기보다 이 책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듯하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하여 ‘학습효과’를 제기한다. 미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통하여 대응법을 학습하고 그에 따라 과거를 참고하여 한국에 대한 정책을 결정해왔으나, 한국은 근시안적인 태도로 앞으로의 한미관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고려하지 않으며, (비록 실리가 중요하다고는 해도) 국제관계에서 명분과 도덕을 배제하고 실리만을 중시하는 정책을 펼침으로 장기간의 관점에서의 국익을 생각하지 않음을 볼 때 과거를 통한 학습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실제로는 어떠할까. 과연 현재 미국정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적어도 이런 시각으로 한미관계를 돌아볼 수 있게 해 준 것이 이 책이 나에게 준 학습효과인 것만은 분명하다.



..랄까,
동생이 죽는다고 우는소리를 해서 레포트 해주느라 읽고 쓴 천자 촌평입니다.
(실제로는 천사백자쯤 되던가요)

실은 블로그용은 좀 더 살을 붙이고 내용에 대해서도 추가해서 쓸려고 했는데
이미 귀찮네요. (어이)


뭐 그런 겁니다. 한번쯤 읽어 볼 만은 한 책이랄까요. 나쁘진 않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