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북두의 권을 좀 좋아해서, 스위치로 피트니스 복싱 북두의 권을 체험판으로 좀 해봤습니다.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하려니 잽과 스트레이트가 어딘지 충권같았고, 마지막 북두백열권을 할 때는 대놓고 연환충권을 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긴 했습니다마는.

아예 구매해서 즐겨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아마 안 사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이게 좀 운동이 되기도 하고, 몸에 일정한 움직임이 습득될 것 같더군요. 그럴 거면 그냥 영춘권을 연습하는 게 낫지! 라는 마음이라..

그래서, 연습해야 그걸 쓸 수 있게 된다는 확신이 생긴다는 말을 합니다만, 실은 그걸 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그걸 연습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무얼 연습하고 있는가?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 걸 하게 되어 있죠. 믿지 않으면 연습할 수 없습니다.

말로 뭐라고 하든, 행동하는 게 내 믿음을 증명하는 법이죠. 그런 점에서 전 분명 영춘권을 쓸 수 있다고 믿고 있고, 이걸 연습해서 제가 더 나아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확신이 없다면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영춘권을 해 오진 못했겠지요.

철권 할 때도 이런 생각은 좀 들었는데 (그거 기술 연습할 시간에 영춘권을 하는 게~ 라는 느낌으로), 이번 북두의 권 게임은 아예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보니 이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네요.

Posted by Neissy

# 힘이 강한 것과 힘을 쓰는 것은 다르다. 힘을 써선 안 되지만 약하게 느껴져서도 안 된다. 강해야 한다.

# 부드러워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하지만 그게 약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게 문제가 된다면 강하다=딱딱하다는 생각이 남아있다는 뜻이고, 강하다=부드럽다는 생각이 당연해진다면 나름대로 레벨이 오른 것이라 할 수 있다.

# 당연히, 부드럽다=물렁하다는 아니다. 물렁한 부분은 하나도 없어야 한다.

# 예전부터 그랬지만, 대체로 나는 인터넷에 이미 누군가 말한 것 이상의 내용은 적지 않는다. 굳이 더 밝힐 필요는 없어서인데, 그럼에도 뭔가 말하긴 하고 싶기 때문에 적당히 이미 다른 사람들도 말하는 수준에서 가감한다. 이건 다른 사람의 말을 보고 그제야 영춘권에도 이게 있어! 하고 깨우친 게 아니라, 아, 거기도 그렇군, 그리고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구나, 에 가깝다.

Posted by Neissy

“무술가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있는데, 아, 카일은 검사니까 검사라고 바꿔 생각해도 상관없겠지만요, 사람들은 훌륭한 무술가는 훌륭한 인격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수련했기에 당연히 훌륭한 인품도 갖고 있을 거라고요.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죠. 강한 힘을 가졌다는 건 그만큼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본인을 갈고닦았다는 뜻일 뿐이지, 인격도 갈고닦았다는 뜻은 아닌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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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가지면, 그걸로 사람들을 휘두르려고 하기 쉽다는 게 린이 하고 싶은 말인가요? 그게 마족들의 문제란 거고요?”

카일이 물었고, 린은 밝게 미소 지었다.

“정확해요. 마족들만의 문제는 아니고, 힘을 가진 사람 모두에게 해당될 이야기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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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재중인 제 소설. 문피아에서 매주 일요일에 업로드됩니다.

Posted by Neissy

어찌어찌 영춘권을 배운 지도 만 13년이 되었습니다. 이번엔 기념글로 살짝, 요즘 생각중인 영춘권의 힘빼기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그간 쓴 글의 통합편 같은 느낌일 수도 있겠네요.


# 용어

영춘권은 중국무술이고, 대체로 보통 중국무술에서 말하는 요결을 공유합니다. 함흉발배, 침견추주 같은 것들 말이죠.

다만 저희 도장에선 그런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데, 보통은 그냥 알기 쉬운 언어를 사용합니다. 어깨 낮춰라, 머리 숙이지 마라, 등 구부리지 마라, 등이죠. 그런 이유로 저도 쉬운 언어를 쓰고 있으며, 용어는 종종 사용하더라도 그 자체가 크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나저나 용어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한마디로 중국무술이라고는 해도, 실은 중국무술끼리 쓰는 용어가 같다고 그 개념이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큰 틀에서 몸을 움직이는 데 원리가 통하기 때문에 같은 용어를 쓸 뿐이지, 세부적인 사항은 다른 경우가 많죠. 특정 무술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개념을 다른 무술에도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음을 짚어둡니다.

그래도 중국무술끼리는 좀 더 서로 공유하는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몸 쓰는 법'이 다른 무술에는 전혀 없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몸을 효율적으로 쓴다는 의미에서는 악기 다루는 법과도 공유하는 게 있을 정도라..

게다가 중국무술이라고 퉁치기엔 또 너무 많은 무술이 있기도 하니, 가볍게 이렇다 저렇다 말할 문제는 아니겠습니다. 저로서는 역시, 무술끼리 비슷한 것도 있고 통하는 것도 있지만, 무술이 서로 다른 건 다를 만한 이유가 또 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 자세

영춘권에서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처음 배울 때부터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수련하면서도 계속 다듬어 갑니다.

정확한 자세는 초보자일 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초보자에게 정말로 엄격하게 적용하지는 않는데, 솔직히 말하면 초보자가 정확한 자세를 취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도 몸이 안 따라오니 적절한 수준으로 맞추고, 수준이 올라가면서 계속 잡는다는 쪽이 맞겠습니다.

다만 '어차피 정확하게 안 되니까 대충 해도 돼'라고 생각해버리면 큰 문제인데, 그렇게 생각하면 백날 해도 절대로 위로 올라갈 수 없게 됩니다. 이건 물론 초보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군요.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결코 그 위의 실력을 가질 수 없는 거죠.

그래서 다시 자세 이야기입니다만, 영춘권에서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정밀한 자세입니다. 정확한 폼이 큰 힘을 낳는다는 건 쉽게 이해하실 수 있겠지요. 다만 그것 외에도, 영춘권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힘을 이용하고 흘리며 공격하는 무술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세가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강한 힘을 낼 수 없다면 상대의 강한 힘을 흘릴 수도 없는 거죠. 헐렁헐렁해서는 그냥 뭉개질 뿐입니다.

그러나 강한 힘을 낸다는 게 딱딱하게 힘을 쓴다는 뜻은 아닙니다. 정반대죠. 부드러워야 합니다. 몸이 경직되면 그게 힘이 전달되는 걸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강한 힘을 낼 수 없게 합니다.

물론 몸이 경직되지 않아야 한다는 건 그저 힘쓰기 측면에서가 아니라 무술이기 때문에 사람을 상대하는 게 중요해서이기도 합니다만, 그 이야기는 지금은 굳이 하지 않도록 하죠.


# 힘빼기 - 힘쓰기

중국무술에 관심있는 분들은 방송이란 단어를 들어보셨을 텐데, 즉 힘빼기입니다. 하지만 힘빼기라고 해서 힘을 아예 넣지 않고 흐물거리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춘권에서 힘을 뺀다고 하는 건 쓸데없는 힘을 빼고, 제대로 힘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확한 자세에서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도록, 불필요한 힘과 긴장을 배제하고 긴밀하고 민첩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이 힘빼기죠. 매끄럽게 잘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다.

하지만 숙련되지 못할수록, 힘을 넣지 말아야 할 곳에 힘을 넣고, 힘을 써야 할 곳은 힘을 쓰지 못하는 법인지라, 이게 아주 쉽지 않죠. 계속해서 힘을 빼고 자세를 만들어가는 방법 뿐입니다. 그러다 보면 힘을 쓴다고 의식하지 않지만 강한 힘을 쓸 수 있게 되는 거고요.

상대연습과 개인연습 중에 어느 것이 중요한가? 하면 전 늘 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힘빼기에 있어서는 어느 것이 중요한가? 하면.. 그 역시 전 둘 다 중요하다고 말할 겁니다.

많은 중국무술처럼 영춘권에도 투로가 있죠. 혼자서 자세를 연습할 수 있습니다. 투로를 연습하고, 동작 하나하나를 또 따로 연습하죠. 이걸 왜 연습할까요? 그저 빠르고 강해지기 위해서?

실은 맞습니다. 빠르고 강해지기 위해서죠. 하지만 어떻게 하면 빠르고 강해지나요? 그냥 생각 없이 단순반복만 한다고 그렇게 되는 건 아닙니다. 결국 연습의 요체는 반복과 숙달이죠. 정확한 자세를 몸에 새겨 넣으면서, 그 정확한 자세로 깔끔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 나가야 합니다.

어떻게 필요없는 힘을 빼낼 것인가, 어떻게 더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인가, 어떻게 더 부드러우면서도 강해질 수 있을 것인가. 연습에는 항상 도전과제가 있습니다. 영춘권을 하면서 무얼 고쳐야 하는지 깨달았다면 그걸 연습하면서 고쳐나가야 하죠.

연습하지 않으면 무얼 고쳐야 할지도 깨닫지 못합니다. 혼자서 연습하며 기술에 쿵후를 쌓고, 그 기술을 사람과 상대하며 무엇이 모자란지 알고 다시 연습합니다.

힘이 들어갔다면 십중팔구 자세가 깨졌습니다. 자세가 깨지면 힘이 들어갑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자세와 힘빼기는 늘 함께합니다.

힘이 새지 않아야 합니다. 넘쳐서 굳어져도 안 됩니다. 민첩하되 뜨지 않습니다. 힘을 빼고 힘을 씁니다. 이렇게 하는 게 강하다는 걸 머리가 아닌 몸으로 믿고 움직이게 됩니다.


# 대략 그렇게 13년

..을 해왔습니다. 힘을 빼야 한다고는 영춘권을 처음 배운 때부터 알았지만 그때 생각한 힘빼기와 지금 생각하는 힘빼기는 많이 다릅니다. 몸 쓰는 법도 많이 달라졌죠.

앞으로 또 달라지게 되겠죠. 과거에 찍은 영상을 보면 많이 미흡한 게 보이는데, 지금 찍은 영상을 미래에 보면 또 허술해 보이겠죠.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