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전집
기형도 지음/문학과지성사

 솔직히 말하죠. 전 기형도를 좋아하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특별히 좋아할 일은 없을 겁니다. 친구가 빌려주어서 읽었지만 (한 번쯤 읽어보자 하는 마음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원체 저는 시에는 그다지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 감상은 좀 짧겠습니다.

 기형도를 접하고 받은 느낌? '시를 소설처럼, 그리고 소설을 시처럼 쓴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섬세하고, 숨길 수 없는 고독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상실했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에 혼란을 느끼고 있고, 어디로 가야 할 지 분명하게 알지 못하며 그것을 표현합니다. 그러한 감성 자체는 저에게도 있는 것이지만, 이 시인의 그것은 너무나도, 지극히, 투명하도록 섬세하기 때문에 저로서는 그에 동조하기가 두려워집니다. 눈물이 날 것 같지만 눈물을 흘려서는 남자답지 못해! 라는 생각을 할 때처럼요. ㅡ오해는 없으시길. 딱히 기형도를 읽고 눈물이 날 것 같은 때는 없었습니다. 단지, 이러한 감성에 동감해버리면 내가 너무 유약해져버릴 듯한, 삶을 이렇게 하나하나 섬세하게 받아들이면 오히려 고통스러워질 것 같아서 싫은, 그런 느낌이었다는 뜻이죠.

 이번 감상은 여기까지입니다. 네, 전 좀 읽기 힘들었어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