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홍경호 옮김/문학사상사

 밀려있던 도서 감상 재개입니다. 그 첫 번째 타자는 <안네의 일기>가 되겠는데, 표지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무삭제 완전판'이라는 딱지가 달려 있습니다. 이유인즉슨 전에 나왔던 <안네의 일기>는 그녀가 사춘기를 거치며 어머니를 싫어하다가 또한 이해하려 노력한다거나 같이 지냈던 남자애와 애정을 가지게 되고 성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하고 또한 그와의 관계를 어디까지 지속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내용이 '전쟁의 참상을 전달하는 데에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안네의 아버지의 결정을 이유로 실려있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그녀의 모든 기록'이 다시 살아나게 되어 '무삭제 완전판'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죠. (아, 기네요) 요컨대, 예전에 보통 읽었던 <안네의 일기>가 고발 문학적인 성격으로 의도적으로 편집된 것이었다면, 이 완전판 <안네의 일기>는 '전쟁 중에 숨어 살게 된 한 소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요, 말하자면- 안네는 그냥, 소녀입니다. 사춘기 때 여자애들에게 있을 법한 감수성, 수다, 그러면서도 나름 깊이 있게 생각하고 글로써 정리해나가는 그런 모든 모습들이 존재해요. 글솜씨는 확실히 뛰어난 이 소녀는, 자신이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키티 (그녀가 자신의 일기장에 붙인 이름. 초등학교 때 안네의 일기를 읽었던 저는 저도 일기장에 이름을 붙여 대화하듯 일기를 적어본 기억이 있습니다)에게 이야기합니다. 전쟁 전 걱정 없이 살아가던 모습, 전쟁 후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하며 살아가는 모습, 갇힌 공간에서 함께 지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할 만한 불화, 그 속에서 생겨나는 같은 또래 나이 소년과의 우정과 애정. 이 일기는 비단 전쟁에 대한 고발뿐이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적어나간 기록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냥 이렇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던 소녀가 결국에는 이 모든 것들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일기에서 그녀는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일상사들을 적어나가지만, 이 일기를 읽는 독자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결국 게슈타포에 의해 잡혀갔으며,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을요.

 여기에 대해 무슨 말을 더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요? 안네의 모습은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소녀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고민하고, 우울해하고, 웃고, 떠들고, 행복해하고, 싸우고, 사랑하고. ㅡ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버리죠.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