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아이야, 가라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국내에 출판된 켄지&제나로 시리즈 5개 중에서 가장 먼저 출간되었음에도, 가장 나중에 읽은 <가라, 아이야, 가라>입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현재까지 나온 걸 다 모으긴 했는데, 정말로 솔직히 말하면 전 데니스 루헤인을 그리 많이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전쟁 전 한 잔> 때 부제를 '할리우드 하드보일드'라고 적었는데 이건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읽힌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독자에게 그렇게까지 깊이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의미였거든요. 그야 물론, 켄지&제나로 시리즈가 가벼운 시리즈는 아닙니다. 그러나 심각한 시리즈라고 하기에도 조금 어려워요. 분명 삶과 고통에 대하여 사고하고 통찰하지만, 사건의 해결을 위한 진행이 할리우드 영화스럽게 두들겨부수는 것들이 많거든요. 덕분에 독자가 읽기에 확실히 수월하기는 합니다만 굳이 말하라면 필립 말로나 루 아처 파인 저로서는 아무래도 너무 경파하다 싶은 것이지요.

 그런 시리즈입니다. 이 소설의 성격에 대해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다섯 번이나 설명하고 있으려면 솔직히 더 설명할 것도 없네요. (...) 패트릭과 앤지는 해오던 대로 사건의 숨겨진 이면을 파악하고, 싸우고, 진실에 접근합니다. 그리고 또 해오던 대로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고······.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이 소설 뒤에 더 읽을 게 남아있지 않았다면 제법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겁니다만 어째 전 가장 처음에 읽은 켄지&제나로 시리즈가 5번째 시리즈이자 <가라, 아이야, 가라>의 바로 다음 권인 <비를 바라는 기도>였던지라 이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있어서······. 그나저나 시리즈 6번째는 언제쯤 나올까요. 흠흠.

 <가라, 아이야, 가라>의 주제에 대해 제 나름대로 느낀 걸 적어본다면 역시 부제에 적은 대로 '무엇이 옳은가'가 아닐까 합니다. 단순한 권선징악의 세계가 아닌 이상 법과 정의가 항상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혹은 정의와 행복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할까요? 무엇이 진정으로 옳은 것일까요? 법에 따른다면 범죄이지만, 어떤 사람을 불행으로부터 빼내기 위해 다소의 범죄는 저지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도 우리는 원칙을 지켜야만 하는 것일까요? 대체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행동해야만 옳은가? 그 답은 결코 분명하지 않지만, 선택해야만 합니다.

 누가 그 답을 알겠습니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