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오리지널/단상 2011. 1. 25. 10:09

 본래 카드 혹은 할부를 좋아하지 않았다. 현금을 쓰는 쪽을 좋아했다. 정확하게 내게 돈이 얼마나 남아있고 얼마를 썼는지 알 수 있는 쪽을 선호해서였다. 카드를 쓰면 돈을 쓴 줄 모른다. 당장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통장에는 돈이 줄어들지 않았으니 좀 더 써도 될 것만 같다. 부담을 느끼지 않고 물건을 산다. 통장에 돈이 여유가 없어도 할부가 있으니 당장 감당할 수 있는 이상으로 돈을 써버린다. 씀씀이를 헤프게 만들어버리지만 거기에 무뎌져간다. 돈이 나가는 데에 감각이 무뎌지다니 이 무슨 큰일 날 일인가.

 물론 카드는 편리하다. 번거롭지 않아 사용하기 좋다. 그러나 때로는 번거로운 게 나을 때가 있는 법이다. 번거로운 만큼 보다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쉽고 빠르고 편하다고 광고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해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씀씀이가 한 번 헤퍼지면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조심해야 한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