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부님께서도 말씀해주신 바대로, 이런 풀컨택 스파링에서 중요한 것은 압박이 가해져 오고 스트레스를 받고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얼마나 나를 유지할 수 있느냐입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부딪히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죠.

 물론 풀컨택 스파링 이콜 실전은 아닙니다. 실전의 상정 범위를 차치하고서라도, 글러브를 끼고 헤드기어를 쓴 이상 타격 성질과 피격자의 내구력이 달라질 것은 명약관화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맨손으로 스파링했다가는 너무 부상이 치명적이 돼서 연습이 불가능합니다. 어쨌든 그래도 가장 실전에 가깝게 연습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 이것인 건 사실이죠. (굳이 맨손을 쓰겠다면 극진에서 하듯 안면 타격 비허용으로 갈 수밖에 없겠고요)

 상대는 끊임없이 내 공격을 피하려 하고, 또한 공격을 가해옵니다. 나만 파고들어 가는 게 아니라 상대도 파고들어 옵니다. 내 공격이 기대한 대로 들어가지 않으며, 상대의 공격을 맞으면 아픕니다. 아프면 자세가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게 결과적으로 더 나쁘다는 걸 알면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오늘 저는 두들겨맞기 싫어서 더킹으로 파고들려다 머리에 킥 맞았습니다 -_-) 내게 무엇이 부족한가는 극한상황에서 더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나를 때리는 상대의 공격이 아프고, 숨이 차서 턱까지 걸려 팔 들어 올리기도 힘들고, 머리가 울리고 다리가 후들거릴 때도 배우고 익힌 대로 할 수 있는가? 상대가 정말로 공격하지 않고 멈춰 줄 때는, 실패해도 아프지 않으니까 걱정 없이 배운 자세대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실패하면 바로 얻어맞고, 그 얻어맞는 게 몹시 아플 때는 내 머리가 시키는 대로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허리가 뒤로 빠질 수도 있고 머리를 앞으로 숙일 수도 있습니다. (Queen이 부릅니다: Under Pressure)

 하지만 해야죠. 싸우는 기술을 어떤 아픔도 고통도 없이 배울 수 있다는 게 무립니다. 모 만화에서도 말했거니와 싸움에 가장 중요한 건 힘도 아니고 기술도 아닙니다. 그건 용기입니다. 그리고 파이트클래스는 용기를 습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입니다. 여기 오시는 사제분들 (많이들 구경하러 오시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 파이트클래스 할 수 있는 레벨이 되면 하시길 권합니다. 정말 사정이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것 아니고서는 배울 수 없는 게 많아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