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제 블로그를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전 블로그에 무술 동영상을 올리지 않습니다. 동영상은 글로 설명하기보다 직관적이고 간단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이유라면 여러 가지 있긴 합니다만,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조심스럽기 때문입니다.

 이미 수차례나 말해왔듯 전 결코 독학을 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술 동영상이 비교적 흔해지면서, 그걸 보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책을 보든, 동영상을 보든, 독학은 독학입니다. 내 자세를 교정해주지 않죠. 느낌을 잡아주지도 않습니다. 그것들이 그 무술에 필요한 모든 포인트를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도 없죠. 책이든 동영상이든 그 효용은 비수련자에게는 간단하게 그 무술을 소개하고, 수련자에게는 그 무술을 좀더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정도입니다. 사실 제가 블로그에 영춘권 이야기를 적긴 합니다만, 그건 자기 감상을 가볍게 정리하며 소개하는 목적이지 이걸로 영춘권을 가르치려는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블로그에 동영상을 안 올립니다. 올리면 아마도, '아 이게 괜찮은가 보다.' 하고 따라 하는 사람이 생겨날지 모릅니다. 그리고 '내가 영상을 보고 배워봤는데 말이야.. ..어라? 잘 안 되네?' 하는 일이 생겨날 수 있겠죠. 전 그런 게 싫습니다.

 예전에 어떤 무술을 책과 동영상 보고 흉내 냈던 사람을 상대해본 일이 있습니다. 되게 만만했어요. 하지만 그 무술을 제대로 배우는 도장에 가서 참관해봤을 때, 거기에서 받은 인상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무서웠죠. 참관해보지 않았다면 계속 만만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같은 일이 영춘권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솔직히 말하면, 제가 독학을 안 권하는 건 엄밀히 말하면 그 사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영춘권을 욕 먹이는 일이 일어나는 게 싫어섭니다.

 혹자는 자신이 무술을 알아보는 눈이 있으며, 동영상만으로도 그걸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뭐, 저도 옛날엔 그랬습니다. 실제로 참관해보고 동영상과는 느낌이 다른 경우를 좀 겪어보고 나서야 내가 잘 모르는 부분에 있어서는 (하다못해 최소한 제대로 겪어보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쉽게 말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글쎄요, 전 제가 배우는 양정파 영춘권에 있어서조차 조심스럽습니다. 전 계속해서 새롭게 배우고 있습니다. 기본을 다시 잡고 또 잡고 또다시 잡아요. 내가 다 안다! 고 생각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하죠. 그런데 배우지 않았고, 잘 모르는 무술에 대해서라면? 그걸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라고 생각해요.

 이미 동영상을 보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계속 그렇게 생각할 거란 거 압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동영상으로 배워볼까 고려하는 분이 있다면, "잘못 배운 건 전혀 못 배운 것보다 위험하다"는 제 사부님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