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관심사가 여럿 있는데, 영춘권이나 사진이나 그림 등입니다. 제 블로그를 이전부터 보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전 뭔가 배우고 발전시키는 걸 좋아하죠. 그리고 별건 아니지만, 요즘은 이 무언가 배우는 것들에 상통하는 원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배울 때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그냥 해보며 알아가는 것과, 이미 해서 알고 있는 사람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 어느 쪽이 효율적인가 물으면 말할 것도 없이 두 번째가 효과적입니다. 혼자 고생해서 무언가 하나 겨우 알아냈다고 할 때, 만약 그걸 이미 아는 누군가에게 배웠다면 그 하나는 벌써 한참 전에 깔끔하게 배우고 그걸 훨씬 더 효과적으로 쓰는 법을 공부하고 있겠죠. 혼자서는 그걸 알아냈다고 해도 확신도 없고, 효과적인 사용법은 고사하고 어떻게 하면 제대로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발전 속도, 발전하는 깊이에 있어서 그 둘은 거의 비교를 불허한다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춘권의 경우는, 사실 제 경우엔 영춘권을 배우려 했을 즈음에는 이미 몸으로 배우는 건 혼자 해봤자 괜히 이상한 습관 박여서 그걸 고치는 데 더 고생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독학을 시도도 하지 않았던지라 그 둘의 차이를 말할 만한 입장은 아닙니다. 그래서 잠깐 사진 이야기인데요, 최근 들어서야 책을 사고 나름대로 실습하면서 공부하는 상황입니다만 제가 책을 사서 공부하기 전에 이것저것 찍어보면서 얻었던 경험 등은 책을 읽은 지 한 달 정도만에는 이미 뛰어넘을 수 있더군요. 혼자서 해봐야 고만고만한 수준을 넘기 어려웠는데, 배움이 있고 나니 그런 수준은 단번에 넘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프로 사진가에게 제대로 사사하면 확실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겠다 싶긴 합니다만 이쪽은 프로를 노리는 정도까지는 아닌 데다 사진의 경우는 독학으로 한다고 크게 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이 정도로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 처음에 말한 상통하는 원리란 무엇이냐, 누구에게 배우면 확실히 실력이 올라간다는 것이냐? 하면 딱히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건 딱히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이죠. 뭐 그렇다고 제가 말하려는 게 다들 모르고 저만 깨닫는 그런 종류의 원리까지는 아니긴 합니다만. 그런 거야 아무려든.


 말하고 싶은 건, 오랜 시간을 두고 기술이 이어져 온 영역에서는 반드시 그 기술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위한 법칙이 있으며 그걸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것에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자신의 세계를 중시하는 초보자가 배우지 않고도 자기 나름대로 이론을 펼치며 '나만의 세계를 보여주겠어' 라고 말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만, 특별한 천재가 아닌 한 그 보여주는 것이 특이하지도 수준 높지도 못한 경우가 절대 대다수입니다.


 '법칙에만 얽매여 있으면 안 되고 보다 자유롭게 응용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은 분명 맞는 말입니다만, 그건 우선 법칙을 알고 충분히 구사할 수 있게 된 후에 할 일입니다.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고 그걸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기본기를 몰라 자기식으로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 내키는 대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천지 차이죠.


 이를테면 사진의 경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셔터스피드를 선택해야 하는가, 조리개는 어느 정도 조여야 하는가, 화이트밸런스나 감도 등은 어떻게 맞춰야 하는가 같은 일들을 아는 것은 기본입니다. 모르고도 적당히 찍을 수는 있지만, 더 높은 수준으로 가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의도에 맞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저것들을 아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죠. 배우고, 알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지 경험해야 합니다. 그래서 익숙해지고 나면 이제 그런 것들은 기본으로 깔고 자기가 원하는 표현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건 그걸 모르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기본이 탄탄하게 받쳐줘야 그걸 바탕으로 나아갈 수 있는 법이거든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