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

영춘권/수련단상 2016. 9. 14. 11:02
제가 다니는 영춘권 도장에서는 상대의 자유공격에 대응하는 연습을 자주 합니다. 대응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되는지는 사실 상대와의 레벨 차에 달려있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만한 공격임에도 반격자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직 미숙한 경우, 의외로 쉽게 보이는 것은 상대의 기에 눌려서 당하는 상황입니다. 상대가 강해 보이거나, 강하다는 것을 알 때 일어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기술이 있고 없고를 떠나 그냥 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상대가 실제로 강하고 기세가 무섭게 들어오더라도 용기 있게 대응한다면 당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에 눌려 버벅거리면 확실하게 당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 외에 꽤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은, 너무 기다리다가 당하는 것이려나요.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는 연습이라고 해도, 마음이 소극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상대의 공격의도를 읽으면 바로 움직여야 하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히려 적극적인 마음입니다.

제 경우, 이런 자유공격에서의 대응이 파이트클래스를 하고 난 후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풀컨택 스파링은 그런 점에서 많은 도움이 돼요. 반응이나 속도, 기세, 타이밍이나 마음가짐이 여러모로 가다듬어집니다.

물론 파이트클래스 외에도, 수련 자체를 여러 가지로 쌓으면서 발전해왔죠. 위에서 적었던 상황들은 대개 저레벨에서 보이며, 수련과 경험을 쌓아 고레벨이 된 후에는 찾아보기 어려워지긴 합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죠. 강해지지 않으면 도장에 다닐 이유가 없는 거니까요.

그래도 역시, 하다 보면 상대의 동작을 잘못 예측하거나 타이밍을 잘못 계산하는 일도 생기기는 합니다만, 그건 점차 공격 레벨을 높이기 때문에 다시 일어나는 일이고, 상대적으로 낮은 레벨의 공격은 쉽게 반격할 수 있게 됩니다. 어쨌든, 수준이 올라가는 거죠.

비슷한 상황을 반복하면서 점차 향상하는 게 도장 다니는 맛입니다. 그리고 그러다 어느 순간 돌아보면 예전과 확실히 달라진 자신을 볼 수 있게 되죠.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