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조금씩 발전하고 있습니다. 힘이 조금씩 더 빠지고 있고, 움직임도 조금씩 더 부드러워지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고는 오래전부터 말했지만 그게 실제로 몸으로 구현되는 수준이 계속 달라져서, 예전에 말했던 것과 지금 말하는 것은 깊이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춘권을 그만둘 일은 아마 없을 테니, 그 수준은 계속 깊어지겠죠. 십 년쯤 후에는 어떤 상태가 되어 있을지 기대되기도 하곤 합니다.

 요즘 생각하고 있는 건 부드러움입니다. 원래 중요했지만 요즘 들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도 그럴 것이, 치사오 7섹션에서는 부드러움이 정말 정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찰나의 순간 상대의 힘을 흘리며 반격해야 하는데, 부드럽지 못하고 몸이 굳어 있으면 거기에서 덜거덕거리게 되면서 자세도 망가지고 흐름도 망가집니다. 하지만 전신을 사용해 제대로 움직이며 타이밍과 각도를 맞춰 반응하면, 힘이 들어갔다고 여겨지지 않아도 상대가 간단하게 제어되며 기분 좋게 파고들 수 있게 됩니다. 한 번 꽤 깔끔하게 된 적이 있는데 느낌이 정말 좋았죠. 아직은 마음대로 잘 되지 않지만, 계속 연습하면 언제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되겠죠.



 월백을 칠 때도 부드러움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영춘권의 치는 법은 채찍처럼 치는 것이죠. 힘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제대로 칠 수 없죠. 움직임은 오히려 유연해야 합니다. 다만 충분히 빠를 필요는 있죠. 몸 어디 한 군데 쓸데없이 굳어있는 부분이 없도록,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그리고 빠르게- 주먹을 날리면 충격이 묵직하게 파고듭니다. 그 느낌이 아주 좋아요. 이것 때문에 집이 너무 울린다고 아내님이 걱정해서 요새는 월백과 벽 사이에 완충재를 넣긴 했습니다만 (사진에서는 뺐습니다), 어쨌거나 충격이 속까지 파고드는 맛을 알게 되면 힘을 주라고 해도 주기 싫어집니다. 쓸데없이 힘을 주면 오히려 충격력이 파고들지 않거든요.


 부드럽게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힘을 써서 힘을 내는 일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알기 쉬운 힘이지, 정말 강한 힘은 아닙니다. 정말 강해지기 위해서는 여태까지 익숙했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알고 느꼈다고 해도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니, 수련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겠죠.


 이런 수련을 하고 저런 수련을 하기도 합니다만 (이번 글에서 예를 든다면 치사오라거나 월백이라거나), 그 수련들은 결국 모두 하나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깨달은 게 저기에도 도움을 주고, 저기에서 알게 된 게 여기에도 도움을 주고, 그래서 그것들이 합쳐져 성장하게 되는, 그런 게 또 참 재미있단 말이죠.


Posted by Neissy
TAG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1. 확실히, 오래 수련하셔서 그런지
    5,6년전의 글과 2,3년전의 글과 지금의 글의 느낌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차분하게 깊이있는 느낌의 글이랄까요.

    저는 도장에서 수련 때 항상 듣는 말이 "라이트컨텍을 잘하면 풀컨텍도 잘할수 있다."입니다. 불필요한 힘을 들이지 않고 이완된 상태에서 몸쓰임을 잘 하는게 중요하다는 뉘앙스 같은데, 이게 아직 몸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팔에 힘을 줘서 붕붕 막치는 풀컨텍을 하기보다(애초에 이것을 풀컨텍이라 말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지만) 잘 이완된 몸쓰임을 몸으로 이해한다면 그 힘의 조절(라이트컨텍 또는 풀컨텍)도 상황에 따라 알아서 구사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알고는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월백을 얼마나 치셨길래, 가운데를 검게 불태웠나요.ㅎㄷㄷ

    • 수련하면서 글을 쓰는 느낌도 달라져야 옳겠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풀컨택.. 음, 라이트컨택을 잘하지 못하면 풀컨택도 잘하지 못하는 건 확실합니다. 뭐 힘과 맷집이 우월하면 당장 눈앞의 승부에서 이길 수는 있겠습니다만 무술을 하는 목적은 강해지는 것이지 당장 이기는 게 아니니까요.

      월백은 매일 즐겁게 치고 있습니다. 이걸 하고 나면 근력단련도 꽤 돼서 요새는 팔굽혀펴기도 잘 안 해요. ㅋㅋ

  2. 영춘권 하니까 생각납니다만, 어제 영화 <채리불-천하제일권>이라는 걸 보고 크게 실망했더랬지요. (홍금보가 나오는 영화 말고 다른 버젼입니다) 나름 기대했는데 음... 거기 영춘권이 잠깐 나옵니다. 5초 정도 ㅎㅎ 그리고 이번에 개봉하는 영춘백학권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사실 영춘백학권과 영춘권은 관계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국내 배급사에서 또 장난질을 쳤더군요. 영춘권의 부활이니 뭐니 하면서... 엽문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 음.. 볼만한 영화가 아닌 모양이군요. 영춘백학권은.. 저도 그건 백학권의 하나이지 영춘권과 관계는 없는 걸로 압니다. 배급사에서 알고 그런 건지 모르고 그런 건지.. 알 수 없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