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싱: 북한

감상/영화 2008. 7. 7. 21:46
가족들과 보고 왔습니다

간단하게 적겠습니다.

1. 북한의 상황과 탈북자들에 대해 보여 주는 영화입니다. 제 동생은 북한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 북한의 참혹함은 이 영화에서 표현된 것보다 열 배는 심하다고 합니다. 확실히, 이 영화에서 보여준 북한의 모습이 비참하기야 합니다만, 결코 모두를 다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하긴 이 영화 내에서 모든 것을 굳이 보여 주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긴 합니다.

2. 영화에서는 아무 답도 내 주지는 않습니다. 그 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보여줄 뿐입니다. "보고 직접 느껴라" 라는 의도가 전해집니다. 이야기로만 피상적으로만 들은 것과 영상으로 보고 접하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영상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을 접하게 된다면 또 이야기는 다르겠지요. 물론입니다. 이것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가장 우리 가까이 있는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3. 혹자는 이걸 기독교 영화라고 말하는데, 그다지 기독교 영화는 아닙니다. 물론 영화 내에서 기독교의 이야기가 표현된 것은 사실입니다만, 기독교를 믿는 북한 사람이 박해받는 것도 (그것도 꽤 지독하게) 탈북자들을 돕는 사람이 기독교인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탈북자들을 말하는 영화에서 기독교를 꼭 빼버리는 것도 그다지 중립적인 시선은 못 되죠. 그렇다고 이 영화가 기독교에 딱히 호의적인 것도 아닌데, 그건 주인공의 다음과 같은 말 때문에 그러합니다. 예수는 남조선에만 있느냐거나, 왜 북조선을 돕지 않느냐거나, 잘 사는 나라에만 있느냐 하는 것들 말이죠. 그리고 영화는 그렇게 질문을 던진 후 기독교를 위한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주인공이 기독교를 통해 고통을 극복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딱히 종교 영화는 아니죠. 그렇다고 안티-기독교도 아니고요. 그저, '사람들'을 보여주기만 합니다.

4. 이 영화는 어지간히 사람들을 울리고 싶어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전개가 끊임없이 구슬프기 때문에. 물론 저도 눈시울을 적실 뻔하긴 했습니다만, 뭐랄까, 임계점을 넘어 버리면 오히려 냉정해지는 스타일이라서.. 여하간 이 영화에서는 행복 같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아, 그렇다고 영화가 신파적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는 울어 줘야 하는 시점이잖아요?' 라고 하는 듯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부분이 중간에 몇 차례 있어서.. 그렇다고 눈물을 억지로 쥐어 짜내는 식은 아닙니다. 어느 쪽이냐면 오히려 깨끗한 편.

5. 이건 영화 자체와는 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만.. 우리는 모든 사람을 도울 수는 없습니다. 모든 나라와 모든 민족을 도울 수도 없죠. 하지만 마음을 가지는 건 중요합니다. 분명 이 세계에서는 어떻게 해도 불합리와 폭력, 불평등이 존재할 터입니다만, 그렇다고 그걸 당연히 여기고 그저 기득권층이 되려고 해서만 해서는 안 됩니다. 모두가 돈을 벌려 합니다. 그러나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할 것입니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그리고 그렇게 살기 위해 다소의 편법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욕하는 정치가나 부자와 우리가 다른 것이 무엇입니까? 소득의 재분배라는 거창한 말까지 꺼내지 않더라도, 단지 나나 내 근처의 사람들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만족한다면, 저 북한에서 사람들을 착취하는 자와 우리가 다른 것은 무엇입니까? 정말 그뿐이라면, 우리와 그들이 다른 것은 오로지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서 빼앗을 기회가 있었느냐, 아니면 없었느냐'의 차이밖에 없는 겁니다. 마음을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5-1. 그렇다고 해서 딱히 '북한을 사랑하자!' '북한을 사랑하고 그들을 돕지 않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야!' 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그렇게 감정적으로 사람들을 조장해서 '이 길만이 진짜야!'라고 하는 것들을 매우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이미 당신의 길이 있을 겁니다. 그 길이 자신만 잘 먹고 잘 사는 길이 아니라면, 그 길을 통해 다른 어떤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야, 그 길을 걸어서 안 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물론, 이런 영화를 통해 북한 사람들을 어떻게든 돕고 싶다는 마음을 깨닫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런 사람들이라면 그 길을 가면 됩니다. 사실 길이란 것은, 정말 그것이 그 사람의 길이라면 어떻게 살든 간에 결국 마음이 이끌릴밖에 없습니다. 그걸 빨리 깨닫느냐 늦게 깨닫느냐의 차이죠.

5-2. 우리 주위에 있는 힘든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 등을 통해서 훨씬 간단하게 후원할 수 있습니다. 핸드폰 결제로도 가능하더군요.

6.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한다고 해도 이 세계를 완전히 깨끗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선하고 정직하게 살기만 하면 모두 보답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런 세상은 이미 천국이죠.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노력들이 조금이라도 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구원은 없어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