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잘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일은 항상 있어 왔습니다. 영춘권에도 물론 그런 일은 있어서, 영춘권이 유명해지고 배우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니 그런 사람을 상대로 자기가 영춘권을 한다면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이래저래 있습니다. 입으로 뭐라 말하든, 그런 사람이 하는 걸 보면 '아 저건 다른 게 아니라 그냥 틀린 거다.. 사기꾼이다' 하고 판단이 섭니다만, 어쨌거나 초심자는 보는 눈이 없으니 그런 사람들에게 속아 넘어가겠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속지 말라고 글을 적을까 말까는 종종 고민하는 주제입니다만, 사실 그런 글을 쓴다고 해서 그런 데 당할 사람이 제 블로그에 와서 주의할 거라고는 그다지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생각난 김에 그냥 적어둡니다. 영춘권을 배우실 생각이면, 그 가르치는 분의 사부님이 누구인지, 계보는 어떻게 되는지를 꼭 확인하세요. 그건 상품의 정품 보증서 같은 것입니다. 짝퉁이라도 품질만 좋으면 그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짝퉁인데 정품 행세를 하면 그건 사기입니다. 짝퉁 사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제가 아는 중국무술은 모두 계보를 중요시합니다. 그건 족보가 중요해서라기보다, 누가 책임지고 그 사람을 가르쳤으며 또한 사부와 제자가 서로에게 명예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영춘권은 중국무술이며, 계보를 중시 여깁니다.


물론 실력 없는 사람이 계보를 내세워 실력이 있다고 주장하면 문제가 있겠지만, 영춘권을 제대로 사부 밑에서 배우지 않은 사람이 자신이 영춘권을 한다고 말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건 그 사람의 무술이지 영춘권이 아니거든요. 물론 그 사람은 실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배우려는 사람보다는 말이죠. 하지만 파퀴아오가 아무개보다 쩔어주는 실력을 가진다고 해서 파퀴아오가 아무개에게 영춘권을 가르쳐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거든요. 강함과 정통성은 구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론 영춘권 실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배운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계보와 사부님에게도 자긍심을 지닙니다. 자기가 영춘권을 잘하게 된 것은 그냥 혼자 잘하게 된 것이 아니라 영춘권이 계속 이어져 내려왔고 사부님이 자신에게 영춘권을 잘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므로, 그에 대해 자긍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부의 이름을 업고 위세를 떠는 게 아니라,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귀중히 여기는 것이죠. 그러니까 제대로 배운 사람에게 계보와 사부님의 이름을 물으면, 당연히 쾌히 대답합니다. ...가끔 그런 대답에서조차도 사기를 치는 사기꾼도 있기는 합니다만 (몇 압니다)..


계보가 전부는 아니지만, 무시해도 좋은 것 역시 아닙니다. 배우고 싶은 것이 '그 사람의 무술'이 아니라 '영춘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의 영춘권을 배울 때는 그걸 굉장히 신경썼습니다. 처음 무술을 배울 때 사기를 당한 셈이었기 때문에, 영춘권에서까지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다행히 정통성 있는 좋은 사부님을 만났고, 즐겁게 영춘권을 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하는 무술, 즐겁게 해야지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