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권을 하다 보면, 사부님이 중요한 요점을 알려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중요하다고 강조해서 말씀하시기보다는, 무언가 동작이 잘 안 될 때 이렇게저렇게 해보라며 간단하게 슥 설명하실 때가 많죠. 대수롭지 않게, 그러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그건 어찌 보면 한 끗 차이인데, 사실 한 끗 차이가 아닙니다.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죠. 몸 움직임이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대개의 수련은 이런 식입니다. 사부님이 동작을 알려주시면 그걸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뭔가 어색합니다. 그 어색함이 무엇 때문인지, 나아지기 위해 뭐가 필요한지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일단은 연습을 쌓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법 동작이 익숙해지면, 그리고 그럼에도 무언가 모자람을 스스로 느끼고 있으면- 그때 사부님이 보시고 문제가 있던 부분을 고쳐줍니다. 그걸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슥 설명하시지만, 배우는 입장에선 '이거였군!' 하고 눈이 탁 트이게 되죠. 그러면 그 배운 걸 소중하게 여기고 고쳐나가게 됩니다.

저로서도 종종 사제의 수련을 도와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것저것 다 가르쳐주고 싶기도 합니다만, 자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리 다 알려줘도 어차피 그걸 다 할 수도 없다는 것도 있습니다만, 수련을 하면서 스스로 고민할 시간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가 큽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다 알려주면, 그걸 그다지 귀중하게 여기지 못해 제대로 고치지 못하게 될 걸 우려한달까요.

그리고 사실, 단계마다 그 단계에서 확실하게 쌓아 두어야만 하는 어떤 것들이 있기 마련이기도 하고요. 그게 된 다음에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거지, 처음부터 모든 걸 아는 게 꼭 좋은 건 아닙니다. 수학을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야 1+1이 2가 아닐 수도 있는데, 넌 1+1이 2라고 일단 답하라고.'라고 해봐야 혼란스러울 뿐이죠. 나중에 한참 지나서 1+1이 2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만나 고민하고 있을 때 '사실 1+1이 2가 아닐 수도 있어'라고 말해주면, 그때는 혼란스러워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명확해지겠죠.

조급해하지 말고 차곡차곡 쌓아 가는 게 중요합니다. 쌓아 가다 보면 사부님이 슬쩍 힌트를 주시는 거죠. '그거 잘 안 되면 이렇게 해봐요.' 물론 힌트를 주실 것도 없이 제자가 포인트를 캐치하고 교정한다면 참 좋겠지만, 대개의 경우 이 불초제자는 힌트가 필요해서 말이죠.. (먼산)

그래도 최근에 있었던 '이거다 싶은 순간'에서는, 그 아무렇지 않게 말하신 그걸 예전에 다른 동작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깨달았었기 때문에 조금 다른 방법으로 새로웠습니다. '그거랑 이거, 같구나!' 하고요. 동작 원리를 좀 더 알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 순간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열심히 수련하지 않으면 안 온다는 것만은 확실하죠. 열심히 수련하고, 사부님 말씀에도 더 귀기울이려 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정말 짜릿하거든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