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엽문>의 성공으로 영춘권 영화가 쏟아져나왔죠. 엽문 본가 시리즈도 3까지 나오고 나서, 본가에서 제작한 정식 외전이 나왔습니다. 3에서 엽문과 겨룬 영춘권 고수(?) 장천지의 이야기입니다.......만, 원화평 연출에 장진 주연이란 시점에서, 사실 전 영춘권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

<엽문 3> 시점에서부터 좀 문제였던 게, 견자단과 겨루는 고수 역할로 장진이 나왔죠. 실제로 영춘권을 수개월 연습한 (데다 이미 여러모로 다른 무술을 실제로 배워가며 연기하는 무술덕후인) 견자단에 비하면 '응? 영춘권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데, 견자단에 지지 않는 고수라고 연출하고 있으니 '음......' 소리가 나왔더랬습니다.

거기다, 전 원화평의 액션도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싸우기 위한 액션이라기보다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란 느낌이 강해서요. 물론 무술 영화란 게 애초에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긴 합니다만, 현실감 나는 공방보다는 아름다운 합을 추구하는 성향이 너무 강해져서.. 잔 돌리기에선 무슨 <일대종사 (왕가위 감독)>인 줄 알았네요. 와이어 액션 티가 나는 연출도 포함해서, 철권이나 DOA같은 느낌마저 나서 개인적으론 별로였습니다. (박력은 인정합니다)

그래요, 솔직히 <엽문 3>도 좀 별로였고요. 그것도 원화평이 무술감독이었는데, 합 자체는 영화로선 흥미롭긴 하지만 이전작들에서 보였던 '오, 그래도 영춘권을 좀 알고 만드는구나' 싶은 부분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었죠. 이전작에선 홍금보가 무술감독이었는데 그의 영춘권에 대한 이해도가 좋았다고 해야겠습니다. 어쨌든, 제게 엽문 본가 시리즈는 1, 2까지가 베스트였어요. 2가 살짝.. 미묘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몇 번이고 또 볼 수 있는 영화예요. 3은 왠지 잘 안 보게 되더군요.

음, 본가 시리즈가 아니라 외전 감상이었죠. 고전적인 쿵후 영화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영춘권이 사실상 없는 것만 제외하면 아름답고 박력있는 액션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춘권을 기대한다면, 뭐랄까, <엽문전전>이나 <종극일전>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제법 노력한 영화들입니다)

장천지는 엽문에게 패한 후 영춘권을 안 한다는 설정인데, 덕분에 최종전에 이르기 전까지 영춘권을 정말로 안 씁니다. (...) 배우가 영춘권을 사실 잘 모르는 걸 커버하기 위한 연출 아닐까 싶긴 한데, 님하 이거 <엽문 외전>이잖아효 (......).

뭐 그래도 마지막 바티스타와의 대결은 적절한 연출과 비장미, 영웅의 부활이란 느낌으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애초에 거기 가서야 겨우 영춘권을 쓰니.. 하긴 영춘권을 쓰긴 했어야 했을 겁니다. 바티스타를 상대로 힘으로 싸울 순 없는 거죠, 아무렴요.

저 개인적으로 영춘권 영화를 볼 때 영춘권에 대해 엄격하게 따지지는 않는 편인데, 영춘권을 나름 수련한 입장에서 사실 그런 식으로 영화를 보면 볼 영화가 없어집니다. (...) 그래서 배우의 한계를 감안하고 보는 편입니다만, <엽문 외전>은 주인공의 영춘권 수준을 아예 논외로 해도, 영춘권을 마지막의 마지막에서야 쓴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고밖에 평하지 못하겠습니다. 12부작 드라마쯤 되면 한두 편 정도 그런 식으로 영춘권을 봉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이건 한 편짜리 영화인데 플레이타임 대부분을 다른 무언가의 무술로 사용하고 있으니.. ...망해쓰요.

총평하면... ...그냥 볼만은 해요. 영춘권 기대하지 말고 보면요. 제목이 <엽문 외전>이긴 하지만. (...)


여담. 양자경은 영춘권 영화 두 편에 출연했지만 어디서도 영춘권을 하진 않았네요.

여담2. 토니 쟈는 분위기 있게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시그니처 '올라타서 뚝배기 깨기'를 왜 장천지가 했는지 미묘하지만요.

여담3. 근데 진짜로, 영춘권 전혀 기대하지 말고 고전적인 쿵후 영화의 관점으로 보면 꽤 괜찮습니다. (이게 칭찬이 맞나?)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