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
사무엘 L. 잭슨,제이미 벨,헤이든 크리스텐슨 / 덕 리만

해야 할 일도 많은 차에 감상을 길게 하기 뭐하므로 간단하게 써 봅니다. 스포일러가 좀 포함되니 주의하세요.

1. 영상은 최고급.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데다 순간이동을 영상으로 그럴싸하게 표현해놓았으니 매우 볼 만한 물건이 나왔습니다. D&D의 블링크가 생각나더군요. 역시 최근의 CG 기술은 어지간한 건 다 영상으로 표현해 낼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덥니다.

2. 순간이동 좀 한다고 신이니 어쩌니를 거론하는 건 좀 유치하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팔라딘의 등장, 점퍼를 없애기 위한 교황청의 암약 조직이라니 "허허, 판타지 소설이 따로 없구만"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바닥에서 너무 흔하게 본 구조라 뭐랄까 맥이 풀리더군요. 악평하면 별 생각 없이 만든  뻔한 대립구조고, 좋게 평하면 뻔한 만큼 어디에 갖다 붙여도 무난하게 들어 붙을 구조입니다.

3. 주인공은 매우 찌질합니다. 일을 벌이고는 책임도 안 지는데다 사방에 민폐 끼치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이야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자식이 주인공이다 보니 도무지 감정 이입이 안 됩니다. 저는 오히려 팔라딘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저 자식은 혼을 좀 나 봐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물론 그 팔라딘이란 인종들도 참 오바질을 하고 있긴 했습니다만..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저지를 거라며 죽이겠다고 설쳐대는 팔라딘도 팔라딘이지만, 꼴리는 대로 다 저지르고 다니면서 살인은 안 한다며 생색내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이 끝없는 찌질함에 한숨이 다 나오덥니다. (힘을 쥐어줘도 될 만한 정신력이 없는 인간에게 갑자기 힘이 주어지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 주는 딱 좋은 표본입니다. 이건 뭐 애한테 총을 쥐어준 꼴이니)

4. 결론. 영상을 보러 가기에는 괜찮습니다. 볼 거리 하나만큼은 풍성하니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스토리로 말하자면 보는 내내 주인공의 찌질함에 한숨을 내쉬게 되는 영화로, 주인공이건 반대편이건 (반대편을 굳이 악당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하세요. 딱히 반대편이 악당으로 안 보일 만큼 주인공이 찌질합니다) 누가 이기건 별 상관은 없다고까지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듣기로는 2편이 나오는 모양이던데, 거기서도 주인공이 정신 못 차리고 지 꼴리는 대로만 살고 있으면 전 정말 있는 대로 욕을 쏴줄 겁니다. (다시 말해 지금은 거기서는 뭔가 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1%정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의 행태에 대해 좀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