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깊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잡담입니다.

지인들 블로그를 돌다 보니 요즘 새 화폐 인물로 누가 될 것이냐가 화두인 모양이더군요. 세세한 내용은 알아 보려 하지 않았으니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새 화폐 인물로 신사임당이 되는 데에 반대가 있는 것이 그녀가 소위 현모양처- 남성중심의 세계관에 어울리는 이미지이므로라는 이야기 (실제 그녀의 업적이 어떠했건간에)를 보았습니다. 저야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만, 확실히 요즘 소위 '현모양처'라는 이미지는 영 환영받지 못하지요. 게다가 설령 '여자는 집에서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입밖에 말하면 개마쵸라고 욕먹기 딱 좋은 세상입니다. 말하자면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예전보다는 확실히 많아졌고, 실제로 어떠하든간에 사상 자체로는 남녀평등 (-이란 말도 남자가 먼저 나온다고 기분나빠해서 여남평등, 혹은 동성평등이란 단어도 있더군요. 단어야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을 말하지 않으면 구시대적이고 깨어 있지 못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세상입니다.

저는 여성들이 사회참여를 한다는 자체에는 별 불만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 참여 의지가 있고 능력이 있다고 해도, 아이를 돌본다는 문제를 사회참여라는 이유로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아무리 사회에 참여하고 자기개발 (사회참여가 곧 자기개발인지는 솔직히 좀 의문스럽습니다만) 을 한다고 해도, 자기의 자식 하나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겁니다. 사실 이런 이유로 능력이 있는데도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분들이 꽤 많은 줄로 압니다. 어떤 점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솔직히 저는 그게 안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식을 돌보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니까요. 자식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부모'라고 쓴 점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전 이걸 '어머니'만이 아니라 '아버지'도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아이들을 정말로 무지하게 굉장하게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아이들을 보면 껌뻑 죽고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집니다. 남의 아기 기저귀도 갈 수 있어요. (라지만 보통은 저한테 다른 부모님이 시키지야 않지요) 아이를 사랑하는 제 입장에서 보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부모의 할 일을 도외시하는 겁니다. 배금주의가 만연한 이 세상에서는 돈이 지상 최대의 가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 있는 건, 물론 좋습니다. 하지만 돈은 목적이 아닙니다. 수단이죠. 왜 돈을 버는가가 중요합니다. 왜 돈을 법니까? 왜 일을 합니까? 아마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할 겁니다. 내가, 내 가족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러나 돈으로 사람은 살 수 있어도 사랑은 살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용돈이 아니라 부모님 그 자체라는 말도 있잖습니까. 아이의 인격과 정서에는 부모님의 사랑이 필수불가결합니다. 좀 큰 후에라도, 아이들은 부모님이 안 계시는 집에는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아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저는 많이 보았습니다. 부모님이 안 계셔서, 같이 해 주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너무 많이 보았고, 그래서 같이 있어주지 않는 부모는 자신의 할 일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언제라도 단언할 겁니다.

아이들이 부모와 같이 있을 때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압니다. 부모님 곁에 있는 아이는 결코 불안해 보이지 않습니다. 한 번 울기 시작하면 누가 달래어도 멈추지 않는다 해도 엄마가 달래어 주면 금방 울음을 그칩니다. 어쩌면 제가 아이들에게 많은 가치를 두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째서 부모가 멀쩡히 있는데도 아이들의 양육을 다른 사람들이 하는지, 저는 그게 결코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뭐 말하자면, 나중에 제가 누가 결혼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결혼해서 만일 아내가 나는 절대로 직장에 나가겠다고 하면 저는 그러라고 말하고 제가 아이를 볼 겁니다. 누구 하나는 아이를 봐야죠.

뭐 저렇게 말하니까 제 부모님 ('아버지'가 아니라 '부모님')은 돈 버는 사람이 가정의 주도권을 갖는 거라 남자가 집에 있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하십니다만, 하긴 사실 그래서 여자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설령 주도권이 여자에게 넘어가도 상관없으니 누군가는 아이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애들을 보는 게 더 좋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죠) 뭐, 어쩌면 또 제가 일반 직장 생활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전업 작가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더 쉽게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사회생활을 아직 제대로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건 어쨌든지간에 부모가 멀쩡히 있는데도 부모가 아이를 보지 않는 건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저런 생각을 하고 있고, 그러니 저는 나중에 제 아내가 직장생활 포기 못 한다 그러면 제가 애를 볼 겁니다. (...)


PS. 여자의 사회참여와 꼭 연관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아내가 일을 한다는 데에 대한 남편의 불안의식 중 하나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몸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도 있을 수 있더군요. 깨끗하고 매너있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니 솔직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봅니다. 남자들 쪽에서는 이미 직장에서 바람피는 남자들 이야기는 수두룩하니 말할 필요도 없겠군요. 참 여러 가지로 복잡한 세상입니다 그려.
Posted by Neissy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