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드림워커 (Neissy가 글을 올리는 판타지 소설 연재 사이트)에만 올릴까 했는데 요새 딱히 포스팅거리도 없고 (신변잡기로 가자면 소소한 일상은 있긴 하지만..), Neissy 이 인간이 놀 때 어떤 식으로 노는가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분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여기에도 올려 둡니다. 여하간 8월 10 - 11일, 금토 양일 있었던 드림워커 오프라인 미팅의 후기입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소설 형식을 차용하니 즐겨 주세요.

* * * *

쵸큼 기니까 접어 둡니다


채팅방에서 놀던 사람들이 날을 잡아 실제로 만나는 일, 사람들은 그것을 오프-라인 미륑 (뉴요커들은 이렇게 발음합니다)이라고 말한다. 이번 오프에서 기본적으로 근간이 된 사람은 두 명이었다. 저스티스 (Justice)와 네이시 (Neissy). 지난 오프에서는 못 만났기에 이번에는 기필코 만나 무술인의 혼을 불싸지르자고 외친 두 명이었으나,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미 현명한 독자 여러분들은 짐작할 수 있듯이, 저스티스는 몸 상태가 악화되어 오프에 불참하게 되고 말았다. 이 남자를 쓰러뜨리려면 붙어 싸울 것이 아니라 기간을 두고 구경하고 있으면 알아서 다쳐서 쓰러진다는 진리가 새삼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해서 저스티스가 빠졌기에 네이시는 귀찮아를 백만 번쯤 중얼거리면서도 대충 인원을 추스르지 않으면 안 될 사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미 놀 장소나 상황 등은 정해 두었기에 머리 싸맬 일은 없었으니 다행이었다. 서론이 길었지만, 어쨌거나 8월 10일, 금요일.

집 근처에서 사당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사당에 도착, 약속장소인 건대 입구에 도착한 네이시는 자신 외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상황에 그다지 당황하지는 않았다. 약속시간이 1시였으되 12시 20분에 도착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약속에 일찍일찍 나가는 이 남자를 보라, 얼마나 믿음직한 남자인가.

여하간 올 사람들에게 연락을 슬슬 해 보며 기다렸으나, 시간이 지나며 네이시는 절망적인 사태가 되어 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우선, 바이올렛 (Violllet)에게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이 여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가 깨어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잠든 그녀를 전화로 깨우는 것은 호랑이가 사람이 되는 것만큼이나 가망 없는 일이었다. “이 여자는 와도 저녁이겠군”이라고 중얼거리는 네이시, 그리고 오기로 했던 이런저런 여성들이 사정이 생겨 못 온다는 문자를 보내 왔고, 이 시점에 이르러 네이시는 기다리고 있던 역의 바닥이 모래늪으로 변하는 기분을 맛보았다. 그의 절규를 미흡하게나마 이렇게 옮겨 보면 이렇다:

“그럼 오늘 시꺼먼 남자놈들하고만 지내야 한단 거잖아?!”

원래 예정에는 건대 근처에서 식사 후 서울숲에 간다는 예정도 있었으나 네이시는 곧바로 폐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귀찮았고, 비도 좀 올 것 같아 비 맞기 싫었다. 사실 서울숲에 가서 무술 강습회를 하려 했으나 이 시점에서 이미 강습회 참가 (...)하려던 인원이 죄다 불참이라는 사태를 맞이했으니 의욕이 사라져 버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1시간 전에 이미 출발했다지만 전철이 안 와 늦어 버린 지르 (지르앙)이 도착했다. 늦지 않았다고 말하는 지르였으나 시계를 보니 무려 1시 1분. 1분이나 늦은 주제에 거짓말을 하는 나쁜 어린이였기에 네이시는 어른스럽게 가차없이 지르를 괴롭혀 주었다. 예전 오프 후기에서도 말했듯 지르는 겉보기에는 꽤 멀쩡한 청소년이다. 이 녀석은 가방을 맸는데 이 안에는 책이 들어 있었고 그 중 하나는 네이시에게 건네 줄 <어스시의 마법사>가 있었다. 지르가 네이시에게 넘겨 주려 했으나 네이시는 자기 가방도 무겁다는 이유로 나중에 달라며 거부했다. 참고로 이 시점에서 네이시의 가방에는 GD Grip Pro 악력기, 쌍절곤 한 쌍, 스틱 한 쌍, 그리고 펀칭 미트가 들어 있었다. 한다던 인원들이 싹 다 불참으로 강습회가 날아간 연유로 오프 끝날 때까지 이 물건들을 쓸 일은 생기지 않았다. 네이시가 어른스럽게 중얼거렸음은 물론이다: “이자식들 잊지않겠다”

그리고 조금 지나 비주얼과 남경식 (유령회원, 비주얼의 친구)가 도착했다. 이 두 명은 이미 새벽부터 외출해 놀아제꼈다고 말했으며, 남경식이 비주얼보다 형이었으나 비주얼 말하길 형답지 않아 말을 놓는다며, 존대말을 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거라며 자신을 합리화시켰다. 그러나 확실히 오프가 진행됨에 따라 남경식에 관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들은 네이시는 그럴 만도 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이를테면 연상을 사귀는 남자가 꿋꿋이 반말을 하는 것과 같달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두 명이 므흣하고 샤바샤바한 관계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니 지금 꺄아꺄아 하고 얼굴을 붉히시는 분이 있다면 마음을 가라앉히시라.

그리고 최후로 루시 (Lucifer)가 도착했다. 이 남자는 대구 사람으로 가장 늦게 오긴 했지만 출발은 가장 먼저였으므로 네이시도 늦었다고 혼낼 수는 없었다. 사실 늦어도 혼낼 생각은 없었다. 괴롭히는 재미가 있는 건 지르 정도이지 루시퍼는 아니다. 네이시는 남자답게 루시를 맞이했고, 이로서 이 날의 인원이 얼추 모이게 되었다.

까망파랑 (Blue Raven)의 경우엔 사실 전화가 먼저 있었는데, 일이 있어서 집에 갔다가 건대로 올 예정이라 늦는다는 전화였다. 남자가 늦는다고 해도 별로 아쉽지 않으므로 네이시는 흔쾌히 괜찮다고 말해 주었다. 어차피 남자들 뿐인데 남자가 하나쯤 늘건 줄건 별로 달라질 것도 없었다. 인생 별 거 없다.

해서 다섯 명은 건대 입구로부터 출발해 안동참찜닭으로 출발했다. 이 가게는 건대에 다니는 네이시의 동생으로부터 추천받은 맛집으로, 사실 약도를 동생에게서 건네 받았으나 막상 건대에 도착한 네이시는 이 약도를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러나 이런 때에도 당황하지 않는 대범함을 지닌 네이시는 느긋하게 전철 역 안에 있는 코코펀 (Cocofun: 쿠폰 정보지)를 집어들었고, 그 회색 뇌세포를 사용해 약도에서 안동참찜닭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러므로 Let's go.

안동참찜닭은 꽤 맛집이었다. 잘 배인 간장 소스가 일품이었는데 닭에 이어 양이 충분한 당면을 먹고 있자니 밥을 비벼 먹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그 시점에선 사실 꽤 배가 불러 있었다. 한 명당 육천 원의 가격으로 썩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다. 먹는 중에 까망파랑에게서 연락이 왔고, 그래서 비주얼과 남경식을 보내 놈을 찾아왔다. 까망파랑은 사진을 볼 때는 삭아 보였는데 실제로는 꽤 앳된 티가 남아 있는 청년이었다. 옷을 검은 색으로 코디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더웠다.

서울숲을 포기했으므로 곧바로 신천으로 이동해 노래방에서 혼을 싸지르기로 했다. 가는 도중 지르가 자판기에서 <에네르겐>이라는 동아오츠카의 음료를 용자혼으로 질러 보았는데, 이건 말하자면 오란씨 오렌지맛과 포카리 스웨트를 합한 듯한 맛이었다. 그다지 돈 주고 사먹고 싶지는 않았다. 여섯 명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니 시끌시끌했는데, 루시와 지르와 네이시가 노는 것이 책을 읽는 한 청년에게 거슬렸는지 청년이 루시에게 무어라 말하기도 했다. 자신들도 잘못했으니 딱히 할 말은 없었지만, “너 나이 몇 살이냐?”고 묻는 것만은 거슬렸다. 물어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앗 실례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갑자기 굽신굽신하기라도 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한 대 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쨌든 자신도 잘못했으므로 나설 일은 아니었다. 공공장소에서는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노래방으로 가려 했는데 시간이 좀 일렀으므로 오락실에서 조금 시간을 보낼까 하고 이동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많이 사라진 두뇌개발 전자오락실이지만 다행히 의식 있는 업주님 덕분에 하나 남아 있는 곳이 있었다. 네이시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4를 쌍총으로 갈겼고, 이후 다함께 펀치머신이며 킥머신, 해머로 내리치는 머신 등을 조금 이지메하고 노래방으로 이동했다.

노래방 [명] :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도전장소. 평소 경험치를 얼마나 쌓았는가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러닝 타임이 달라진다. [참고] 던전

이곳에서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가볍게 설명해 보도록 하자. 일단 이곳에서 이들은 다섯 시간을 보냈으며, 이 중 네 시간 정도는 루시와 네이시가 번갈아가며 불렀다. 그러고도 레파토리는 더 남았는데 이 두 명의 대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노래방에서 빈약한 애송이인 지르는 자주 뻗어 있었으며, 비주얼도 종종 누웠고, 까망파랑은 그만 나가고 싶어하는 기색이 얼굴에 가득했다. 하긴 노래방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다섯 시간은 많을 지도 모르겠다. 보드 게임 까페에 가고 싶어하는 까망파랑이었으나, 이제 와서 네이시에게 솔직히 말하라면 그는 “보드 까페는 지겹다!” ..인 것이었다. 예전에 보드 까페에서 알바를 했기 때문에 질렸달까, 솔직히 말해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노래방에서 버틸 만큼 버텼달까.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법이다.

일단 지르는 그다지 많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이 남자의 18번은 가오가이가인데, 이걸 이 자가 어떻게 부르는가 하면 분노에 차서 고함치는 남자 같은 목소리로 머리 위에서 소리를 공명시켜 절규를 내지른다. 기타 로봇 애니 관련 노래들도 대체로 이런 식으로 불렀고, 이 소년에게 노래란 부르기보단 지른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과연 지르는 지르.

비주얼의 경우는 그냥 무난했다. 단, 이 소년이 이번 오프 참석 인원 중 가장 나이가 어렸음에도 목소리가 가장 굵었다는 점만은 말해 두어야 옳을 것 같다. 음계가 대체로 낮았으며, 굳이 말하라면 랩퍼에 가까웠다.

남경식의 경우 국내 가요- 주로 인디 밴드 쪽의 노래를 불렀다. 네이시에게는 생소한 곡들이었다. 비주얼과 마찬가지로 적절하게 무난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미 새벽부터 노래방에 갔었고,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상태가 좀 더 제대로일 때 어떨 지는 알 수 없다. (라지만 상태가 제대로일 때 만날 일이 생길까 하는 점도 약간 의문이기는 하다)

까망파랑은 어땠는가 하면, 일단 노래를 그다지 부르지 않았다. 딱히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는 인상이 아니었달까. 몇 곡 부르긴 했는데 딱히 못 부른다는 느낌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서는 역시 대체로 무난한 느낌이지 싶었다.

루시의 경우, 노래를 머리로 부른다는 쪽이 정확한 표현이지 싶었다. 아직 배에서 공명시키는 법은 익히지 못했지만 이 남자는 샤우트가 작살이었다. 말 그대로 찢어져 올라가는 목소리. 초고음을 올리는 법 하나만큼은 탁월했다. 실로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남자였다.

그리고 정진정명 최강 네이시 (...). 다년간의 경험과 노력을 통해 여러 가지 바리에이션이 가능했다. 물론 아무리 뻔뻔한 네이시라도 이렇게 자기가 쓰는 후기에서 자기 자랑을 하는 것은 약간 낯간지러운 일이지만, 다른 사람이 쓰는 후기를 보면 도대체 여자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밖에 없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자기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가에 대해 가볍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일단 카피가 가능한 목소리는 델리스파이스나 이브, 전람회와 패닉, 버즈, 범프 오브 치킨 등이고 대체로 비슷한 느낌으로 올릴 수 있다. 퀸의 경우는 카피는 안 되지만 그럭저럭 부르기는 한다. 최근 들어 배에서 공명시켜 쳐 올리는 창법을 익힌 터라 다섯 시간을 불러제껴도 끝난 후 아직 여유가 더 있었다. 더불어 모두의 후기에서 인상깊어하는 여자 목소리란 성대를 조여서 내는 목소리인데, 캣치 미 캣치 유라거나 우유송 등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해 두고 싶다. 까망파랑의 표현을 빌리자면, ‘얼굴을 안 보고 TV 화면과 목소리만 감상하고 있으면 위화감이 없다!’ 위력적인 개인기이지만 이런저런 노래를 불러도 후기에는 여자 목소리 이야기밖에 안 나온다는 슬픔이 있다. 뭐 그것도 인생이려니.

노래방이 끝나자 9시가 넘었고, 까망파랑 귀환. 돈이 없었던 그들은 김밥천국이라는 분식집에 들어가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했다. 네이시와 루시는 순두부 찌개, 지르는 김밥 두 줄, 비주얼은 돈까스, 남경식은 따로국밥이던가 하는 이름의 육개장 같은 것을 먹었다. 가격대 성능비는 좋은 편이었고 배가 부른 이들은 이윽고 가게를 나섰다.

바이올렛이 혹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당장 찜질방에 안 가고 다시 오락실로 이동. 여기에서 루시의 후기에 나온 펀치머신 사건이 발생하였다.

공을 내린 후 그걸 후려쳐 공이 측정기에 부딪히면 그 위력으로 점수를 획득하는 펀치머신인데, 네이시가 돈을 넣으려고 할 때쯤 웬 껄렁해 보이는 남자가 여자 한 명을 데리고 먼저 돈을 넣었다. 헐렁헐렁한 폼으로 헐렁헐렁하게 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여자를 상대로 폼을 잡고 싶었던 모양이라 나름대로 강하게 친 것이지 싶다. 계속해서 8200 정도의 점수가 나오고, 남자는 사실 이 펀치머신은 점수가 잘 나오는 외도의 비법이 있다고 여자에게 말하더니 공을 놔두고는 천장에 붙은 측정기 근처로 갔다. 검은 스펀지 같은 측정기에다 대고 승룡권! 그래서 나온 점수는 (루시의 후기에 따르면) 8550. 그리고 우쭐거리는 남자. 물론 여자에게 우쭐거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언제나 그래 왔듯이 네이시는 앞 사람이 점수를 얼마나 냈든가에 관계없이 앞 사람 끝나면 곧바로 돈을 투입한다. 방금 남자를 통해 얻은 비법을 시험해 볼 겸, 측정기 근처로 다가갔더니 남자가 하는 말.

“그거 어려울 텐데~? 할 수 있겠어~?”

발끈.

우쭐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당신 실수한 거다! 아무리 네이시가 겉보기에 말라 보인다 해도 약한 사람은 아니라고?! 그러므로 조용하게 분노한 네이시는, 냅다 무게를 실어 오른주먹의 경으로 어퍼를 측정기에다 갈겨 버렸다! 잘 모를 사람을 위해 말해 두면 경 (勁)이란 것은 ‘무게를 던져서 임팩트시키는 것’으로, 데미지가 외부에서 머물지 않고 속까지 파고드는 충격법이다.

뻐억 하는, 질적으로 다른 소리가 울려퍼지고.

가뿐하게 신기록 갱신. 루시의 후기에는 8700을 사뿐히 넘겼다고 했는데, 네이시의 기억으로는 8900을 넘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서 폼을 잡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금년 초에 펀치 너무 세게 갈겨서 네이시의 손등뼈가 아작났었던 것. 바로 충격이 전해져 오고, 부러진 뼈가 완전하지 않았던 오른손이 아파 왔다. 이런, 치고 나서 아파한다면 폼이 안 나지 않는가! 그것도 저런 스펀지 같이 약간 물렁한 충격보호장치가 붙어 있는 측정기를 치고 말이다.

그리고 여자가 괜찮냐고 했던가 굉장하다고 했던가 말을 걸어왔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순간 네이시에게는 이 상황을 회복할 전화위복의 한 마디가 생각났다. 손이 부러졌던 걸 역이용해서 이렇게 말하는 거다: “제가 예전에 손이 부러져서, 세게 칠 수가 없어 슬프네요” 이, 이거라면,

폼을 잡을 수 있다
폼을 잡을 수 있다
폼을 잡을 수 있다!
(남자란 슬픈 생물이다)

그 말을 하고 나서 남자가 KO되어 가버렸다고 하는데, 이 시점에서 사실 네이시는 오른주먹이 꽤나 아파왔던 고로 손을 터느라 남자에게는 집중할 수 없었다. 이후 루시도 도전해 8000 이상을 가볍게 넘기고, 네이시는 아픈 오른손 대신 왼손 어퍼를 날려 8500을 상회했다. (곧 죽어도 간지다)

그리고 바이올렛에게 통화가 되었는데, 일이 생겨서 오늘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말에 내일은 꼭 오겠다고 약속을 해 달라고 네이시는 말했고, 바이는 그러마고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네이시는 모두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 이것으로 바이가 내일 올 확률은 50%다.” -말하자면 그녀는 병약녀. 오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해도 실제로 몸이 따라줄 지는 미지수다. 해서 저렇게 약속을 해도 사실 네이시는 반신반의했다.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다음 날 연락 안 됐다..)

더불어 메딧 (Medit)에게서 어디 있냐는 문자가 왔는데, 혹시 올 생각인가 하여 통화를 시도해 보았으나 받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 (이후 챗방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녀는 그 때 지하철에 있어 벨소리를 못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가 지하철에서 나와 다시 문자를 보냈을 때는 오프 인원들이 이미 목욕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사실 찜질방에 갈 생각이었으나, 가려고 생각했던 곳은 폐쇄- 즉 망해 있었다. 그래서 이동한 곳은 숙박시설 제공 24시간 사우나. 쉽게 말해 동네 목욕탕에 수면실 제공하는 곳이었다. 목욕시설은 동네 목욕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피곤했으므로 끝물에 미지근하나마 온탕은 기분 좋았고, 차가움이 덜한 냉탕도 있을 만 했다. 루시와 네이시는 잠수 대결을 해 보았고, 사우나에 들어가 나란히 드러누웠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지라, 실제로 사우나에서는 눕는 편이 버티기 편하다) 도중 사우나에 누워 있던 네이시에게 찬물을 덮어씌우려던 지르는 네이시의 킥에 대야를 맞고 자신에게 뒤집어썼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목욕을 마친 후 위로 올라가 자그마한 휴게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이층 침대가 잔뜩 나열된 수면실에서 모두는 수면을 취했다. 깨어 있기에는 적당히 시원했으나 자기에는 좀 추웠는데, 네이시는 추워서 네다섯 번을 중간에 깨기도 했다.

다음 날 부스스하게 하나 둘 일어나 목욕을 하고, 시간 맞춰 신천역에 되돌아가 그로우를 맞이하였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으로 새로워진 브랜드 뉴 그로우는, 살이 좀 빠진데다 보다 건강해 보였다. 사실 주황색 염색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헤어 스타일은 어딘지 까치를 생각하게 하는 면도 있었다.

일단 맥도날드로 이동해 런치세트를 먹으며, 조금 늦는다던 이카루스 형을 기다렸다. 이곳에서의 간단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면, 중간에 화장실에 갔던 네이시는 양변기 쪽에 휴지가 없는 것을 발견하였고, 또한 그 곳의 쓰레기통에 웬 팬티가 하나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찝찝한 기분으로 노팬티로 돌아다녔을 어느 청년에게 애도를. (...)

이윽고 이카루스 형이 도착했다. 이카루스 형은 약간 동글동글하지만 만만치 않은 인상의 소유자인데, 키가 약간 큰 편이기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행은 (어차피 딱히 갈 곳도 없으니) 노래방으로 다시 이동하였다. 지르는 원래 피곤해서 간다고 했지만 왠지 괜찮다며 다시 따라붙었다.

그리고 Welcome to the hell, again.

그러나 그로우와 이카루스 형 말고는 이미 사실 다들 맛이 가 있었다. 루시는 그래도 샤우트를 다시 펼쳤지만 이미 풀이 죽었고, 네이시는 그린데이의 바스켓 케이스와 버즈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부른 후로는 완전히 목이 끝나서 미스터 빅의 샤인도 못 올리는 지경에 처했다. 비주얼과 남경식도 이것저것 불렀지만 어제만큼의 힘은 없었다. 지르는 가오가이가를 절규하며 부르더니 결국 한계라 나가서 토하고 오더니 가겠다며 사라졌다. 이로써 한 명 퇴장, 그리고 남경식도 일이 있어 4시경 사라졌다. 그래서 또 한 명 퇴장.

그래서 노래방은 그로우의 독무대에 가까웠다. 이 녀석은 정말 노래를 잘 부르는 녀석인데, 확실하게 복부에서 공명시키면서 목소리를 미성으로 끌어냈다. 쥬다스 프리스트도 무리 없이 소화시키는 녀석이니 말 다 했다. 사실 네이시의 창법의 변화는 어떤 의미에서는 그로우를 만나고서부터 한 꺼풀 벗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카루스 형은 거의 부르지 않았지만 중간에 두어 개 불렀고, 루시가 힘겨워하던 She's gone도 중간에 (네이시가 억지로 건네준 마이크에 의해 합세당해서) 멋들어지게 불러 주었다. 과연 연륜이 묻어나는 남자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이 시점에서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로우와 이카루스 형 정도였으며 부르고 싶을 사람은 그로우 뿐이었는데 그로우도 약속이 또 있었다는 점으로 인해 연장은 안 하고 간단하게 식사를 하게 되었다. 라꾸라꾸로 이동하여 돈까스를 먹었는데, 노래방에 이어 이 식사비까지 대인 이카루스 형님께서 계산해 주셨다는 데에 다시 한 번 감사를. (굽신굽신)

식사 후 이카루스 형이 다른 약속을 위해 이동하고, 남은 인원은 찢어지기 전에 다시 오락실로 이동했다. 그로우에게 펀치머신 승룡권 어택을 선보이고, 기타 펀치머신이나 킥머신, 해머치기도 대강 이지메하고, 비주얼은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4의 쌍총을 도전해 보았으며, 네이시는 마무리로 LA 머신건의 쌍기관총 플레이를 시연해 보였다.

그리고 그로우의 다음 약속 시간도 다 되어 신천으로 다시 이동, 모두는 흩어지게 되었다. 이틀에 걸쳐 이야기도 많고 에피소드도 많았으며 도전 거리도 많았던 오프였다.


* * * *

꽤 피곤했지만 즐거운 오프였습니다. 인물평도 할까 했는데 여기까지 쓰고 나니 뭔가 좀 귀찮아지기도 해서 생략했지요. 여하간 평소에 저는 저러고 놉니다. 이상, 여기까지, Neissy였습니다. (...)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