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박성균 감독, 신현준 외 출연 / 태원

한 동네에 택견과 검도와 쿵푸 도장이 함께 한다! 게다가 그 도장의 관장 성씨는 모두 김씨, 그리하여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무술 배우가 아니니 제대로 된 무술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주인공들은 자그마치 신현준, 권오중, 최성국. 돈 좀 들였겠구나 싶고 잘만 만들면 꽤나 재미있겠다 싶어서 구해 보았습니다만.. ..일단 결론부터 말하죠.

영화관에서 보지 않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도 오랜만입니다. 보는 내내 장면마다 한 마디 해주고 싶었습니다. 대체 이거 시나리오 누가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만들면 충분히 재미있을 만한 소재를 완전히 망쳐놨습니다. 잘 하면 훨씬 제대로 살려낼 수 있을 법한 캐릭터를 미친듯이 늘어지고 신선함 없는 드라마로 다 망가뜨려놨고, 개그랍시고 넣은 건 '그래서 어디서 웃어야 하는 건데?'라는 느낌이고, 그나마 볼만하다 싶은 게 무술인데..

무술영화라고 해도 스토리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적어도 관객이 스토리에 몰입해서, 무술격투신이 나와서 주인공들이 악당들을 물리치면 환호할 정도로는 만들어 줘야 제대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이 김관장x3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영화 시작 30분즈음에는 이미 지루해지기 시작하고, 영화 끝나기 20분전쯤에도 '젠장 넘겨버리고 싶지만 감상 쓰려면 최소한 스토리 이해는 하고 가야 하니까 보면서 가자'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재미대가리가 없습니다. 도대체 악평을 안 하려고 해도 악평을 안 할 수가 있어야지, 이거. ..여하간 스토리가 저 모양이다보니, 무술신이 나와도 그다지 흥분되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를 '씨바 시간낭비했다'라고 생각하는 걸 좀 막아 주는 게 그나마 무술이니까, 세 명의 캐릭터와 그 무술에 대해서 약간만 감상을 말해 보겠습니다.

우선 신현준의 택견. ..이쪽은 펀치 칠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발력이 안 되는 게 뻔히 보이는 걸 봐선 제대로 택견을 배운 거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뭐 그건 별 기대 안 하긴 했습니다만. 실제로 영화상에서도 별로 택견을 보여 주는 건 아닙니다. 그냥 무협이지 (...). -젓가락 날려 사람 몸에 박아 넣기 신공. 정말 무협입니다. 게다가 탈을 쓰고 정체를 숨기는 한복 브라더즈라는 과거가 있고 나름 은둔고수인 걸로 나오는데, 그래서 아주 후반부에는 탈을 쓰고 나와서 젓가락 신공을 좀 보여주기도 하고 나름 싸우기도 합니다만, 그 탈에 대해서 정말이지 한 마디 해 주고 싶은 게.. 싸울 때만 탈을 쓰고, 싸움이 끝나자마자 탈을 벗을 거면 대체 탈을 왜 쓰는 거냐?! 아직 싸운 상대가 다 사라진 것도 아닌데 뻔히 얼굴 보이잖아?! 처음에는 그 한복 브라더즈 변신 (...)을 하면 탈을 쓰고 있는 게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인가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싸움이 끝나자마자 탈을 벗는 걸 봐선 전혀 정체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탈을 쓰면 강해지나? 그러나 상식적으로 탈은 (극중에서 최성국이 쓰는) 검도 호구와 달리 그리 큰 방어력이 없는데다 시야를 미친듯이 가립니다. 싸우기 위해 별로 좋은 도구라고는 할 수 없죠.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한 가지: 뽀대밖에 없습니다. ..요컨대, 진짜 생각 없이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 덧붙여 말만 택견이지 와이어 액션에 그냥 무협이다 싶었고요.

그리고 최성국의 검도에 대해서는.. ..저는 검도는 기초만 살짝 배우다 말았으니 뭐라 평가하기 어렵긴 합니다만, 검도라기보단 그냥 검처럼 생긴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래도 그나마 영화상의 택견처럼 무협풍으로 날아다니지는 않아서 그래도 좀 괜찮았습니다. 너무 경박함을 가장하는 신현준의 캐릭터에 비해 (사실 신현준의 캐릭터는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진지한 척 하면서 어설픈 캐릭터가 좀 더 보기 좋았고요.

마지막으로 권오중의 쿵푸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실제로 삼 개월 정도 쿵푸를 배웠다고 하던가요, 미흡한 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꽤 노력한 게 보였습니다. 물론 Neissy 이 인간이 쿵푸에 환장해서 일단 멋지게 봐 주는 탓도 있긴 하지만.. 영화상에서 가장 볼거리를 잘 제공해 주는 캐릭터였습니다. 캐릭터 자체도 꽤 진지해서 믿음직스러운데다, 액션 자체도 삼절곤이나 봉이나 톤파 등이 나와서, '그래, 좀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솔직히 저는 이 사람과 그 액션 보는 맛에 이 영화를 다 본 겁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실 분이 있다면, 딴 건 기대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단언하는데 스토리와 개그는 삼류입니다. 이래서야 <거칠마루>의 스토리가 차라리 고급입니다. (거칠마루에 대해서도 전에 감상을 써 둔 적 있습니다. 거기서 아쉬운 건 화질과 스토리 뿐이었습니다만) 김관장x3, 이렇게 만들고도 잘도 팔아먹을 마음이 났군요. 센스도 없고 웃기지도 않는 개그는 집어치우고, 스토리도 그때그때 생각나서 추가한 듯이 연결시키지 말고 전체적으로 연계성과 짜임새를 좀 공부해서 써 내란 말입니다. 모처럼 괜찮은 배우들을 영입해도, 무술신을 그럭저럭 볼만은 하게 만들었다 쳐도 그걸 살려 줄 기본이 없으니 이 사단이 나는 겁니다. 그러니까 결론,

산 속에라도 들어가서 수행하고 나와! 제기랄!


PS. 혹자는 저 코딱지만한 동네에 무슨 무술 도장이 셋이나 몰리냐고 지적하고 싶으실 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런 사소한 (...) 문제 따위는 지적거리조차도 안 될 만큼 문제가 산재합니다. 무술이 들어가는 영화 보면서 지루해한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 씁.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