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족 대화를 하다가 이 시간까지 못 자 버렸는데, 동생과 나와는 정말이지 다르다. 타인에게 엄청나게 신경쓰고 타인에게 (필요 이상으로) 민감한 동생과 달리 나는 타인이 뭐라고 하던 말던 무덤덤하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꽤나 특이한 사람이다. 동생에게 있어서 문제는, 그게 길거리에서나 어디에서나 똑같다는 거지. 요컨대 동생이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다:

"오빠는 멋진 사람인데 행동이 특이하다고 오빠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습게 보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거기에 대한 내 답변은 이렇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을 우습게 보는 사람은 찌질한 사람인데 뭘 신경쓰냐. 내가 틀린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일 뿐인데."

물론 냉정하게 생각하면 두 말 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 경우, 내 동생에게도 나에게도 상당히 깊은 상처가 있고 (이게 뭔지는 여기에서 이야기할 성질은 아니다) 그 때문에 저 주장에 있어 굉장히 민감한 반응이 나온다는 거다.

랄까, 내 경우는 동생이 동생이 원하는 스타일로 내가 변해주었으면 하고 자꾸 뭐라고 하기 때문에 곤란함이 많다. 그게 사실 일방적일 수밖에 없는게 나같은 타입은 타인이 어쨌든간에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나는 나고 그건 그 개성이고 이건 내 개성이고 하는 타입이니까. 뭐 민폐 끼치는 개성이라면 그건 확실히 문제겠지만. 동생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그 마음은 고마운데 그건 '내'가 아닌 걸 나에게 요구하니 힘들단 말이야..



타인에게 신경쓰고 사는 것과 신경쓰고 살지 않는 것, 어느 것이 옳다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어느 쪽이든 분명한 선이 존재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타인에게 신경써주는 것도 좋지만 타인에게 휘둘려서도 곤란하고 타인에게 신경쓰지 않고 내 길을 가는 것도 좋지만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서도 곤란하겠지.

나 개인적으로는 글쎄,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면서 살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적어도 폐는 끼치지 않는다, 는 것이 최소한의 나의 선이니까. 그리고 가능한 한에서는 동생의 의견을 존중해서 들어주려고도 하지만. 위에서도 밝힌 바 있듯, 서로간에 각각의 상처가 있었던 탓에 그 기준점이 너무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어느 쪽이건 노력해야 할 필요는 있겠지. 그게 매우 힘든 일이긴 하지만. 그러나 서로 자신의 상처를 알고 있고, 자신에게 무엇이 모자란지 알고 있으니 좀더 발전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라고 해도 동생과 나는 어쨌든 굉장히 다른 스타일일 테지만. 뭐, 그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지.

여하간 이런 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보고 왠지 불쾌감에 젖거나 우습게 보거나 하는 분들, 그 사람이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인 건 아닌지 생각해 주세요.

물론 역으로 정말 틀린 걸 '다를 뿐이야'라고 말해서도 곤란하겠지만..
Posted by Neissy